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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빔보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54
신현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15년 12월
평점 :
성형수술에 대한 논의는 오랫동안 이어져왔다. 자신의 성형수술 사실을 끝까지 부인하고 숨기려 했던 과거부터 솔직함과 당당함을 표방하며 스스로 성형수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성형수술을 입에 올렸고 또 경험했다. 그에 따라 성형수술에 대한 찬반논란, 선악설(?)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고갔으며 지금 이 순간까지도 계속해서 언급되고 있다.
그리고 그런 만큼 ‘성형수술’이라는 소재는 굉장히 보편적이라고 할 수 있다. 초중고대학생 따질 것 없이 토론의 단골 주제인 것은 물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단순한 이야깃거리로 사용한다. 성괴니 성형미인이니 하는 말들을 한 번이라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굳이 깊게 들어가거나 하나씩 따지고 드는 것은 지겨울 정도다.
<플라스틱 빔보>는 그런 소재를 중심으로 삼았다. 자칫 지루하고 늘어질 수 있는, 위험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나의 걱정과 예상을 단숨에 깨버렸다. 보편적인 주제를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이 책은 보여준다.
이야기 자체는 단순하다. 성형수술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이 있고, 찬성하는 사람이 있다. 주인공은 두 입장에서 갈팡질팡하기도 하고 고민하기도 한다. 마지막은 늘 그렇듯 ‘어찌되었든’ 주인공이 성형수술을 반대하는 입장에 서는 것으로 끝이 난다. 이 역시 보편적인 전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주인공을 따라가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야기의 끝에 와있다. 그만큼 재미있고 술술 읽힌다. 다른 소설들이 낭패를 경험하는 부분, 그러니까 주인공의 입장이 바뀌는 부분도 이 책은 인위적으로 느껴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읽힌다. 그야말로 부드럽게 읽히는 책의 표본이랄까. 살짝만 언급되는 로맨스적인 요소가 거슬리기보다 귀엽게 느껴질 정도면 말 다한거다.
또 일이 생기고 나서 스스로의 생각과 경험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바꾸는 주인공의 모습은 읽는 이의 동의와 공감을 이끌어낸다. 그렇구나, 하고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을만한 과정이 충분히 있는 것이다. 그에 반해 인물의 죽음에 대해 다루는 것은 공감을 얻기는 조금 어려운 부분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기억에 남는다. 청소년문학은 좀 더 유해야 한다는 나의 고정관념을 부수며 파격적으로 다가왔다. 이 책을 좀 더 흥미 있게 볼 수 있었던 요소 중 하나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플라스틱 빔보>는 성형수술에 대해 보다 쉽고 재미있게 접하고 싶은 사람들, 처음 성형수술이라는 소재를 접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다. 굳이 성형수술이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삼지 않더라도 재미있는 소설을 읽고 싶은 사람이라면 권해주고 싶을 정도로 재미도 보장한다. 작가님이 걱정했던 뻔한 메시지나 교훈적인 얘기는 절대 아니라고 힘주어 말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