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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톡, 보풀랜드입니다 - 제4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53
공지희 지음 / 자음과모음 / 2015년 8월
평점 :
미리 이실직고하자면 나는 이 책 <톡톡톡>을 가볍게 생각했었다. 처음 몇 장을 읽었을 때 달림의 눈을 통해 보는 그 섬세한 광경에 감탄하는 한편, 교복치마 아래에 체육복을 입고 다니며,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고, 슬플 때 웃을 줄 아는 그런 여자 아이를 머릿속에 그리면서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상상했었다. 고개를 치켜들고 제 앞의 길을 나아갈 성숙한 달림의 모습은 생각만으로도 뿌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다.
하지만 조금 더 지나자 나는 이 책이 내 생각보다 더 진보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중학생이라는 어린 나이(상대적인 관점이긴 하지만)에 벌써부터 ‘사랑’과 ‘합체’에 대해 이야기하는 인물들의 대화는 어딘가 거리감을 느끼게 하기도 하고, 나 스스로를 노땅(!)이라 생각하게까지 만들었다. 성장은 성장이되 내가 기대했던 그런 성장이 아니라는 생각에 대체 이 이야기는 어디로 향하는가, 쓸데없는 고민까지 더해갔다. 퍽 당황스러운 상황이었다.
물론 한 장 한 장 넘어갈수록 그런 상황은 깔끔하게 정리되어져 갔다. 이 소설이 ‘생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음을 깨달으면서 내용은 뚜렷하게 보이는 끝을 향해 달려갔고, 마지막 장면에 도달해서는 얽히고설킨 모든 이야기들이 풀렸다. 책 전반에 흐르고 있던 비밀에 쌓인 듯 한 신비로운 느낌은 이야기에 포함되어 있는 판타지적 요소 때문이기도 했고, 꽁꽁 숨겨져 있던 비밀을 풀어가는 이야기 그 자체 때문이기도 했다. 그 이유가 무엇이 됐든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는 책이었다.
그러나 완벽하다거나,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고 하기에는 조금 모자란 감이 있다. 주인공 달림과 귀신놀이터에서 만난 노란모자, 달림의 언니 해림. 이야기의 시작은 달림이었지만 그 안에는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인연의 끈이 이어져 있었다. 그리고 억지로 끊었지만 결코 끊어진적 없었던 그 끈을 알아차린 순간 이야기는 끝이 났다. 안타까운 마음에 눈물이 났을 정도의 마무리였다. 하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아쉽다는 마음을 감출 수 가 없다. ‘낙태’라는, 확실히 다루기 어려운 주제를 다뤘다는 사실과 그런 주제는 이런 마무리를 통해 생각할 거리, 즉 화두를 던져주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너무 서늘한 마무리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버릴 수 가 없다. 끝이 곧 시작임을 암시하지만 시작이 너무 꽁꽁 숨겨져 드러나지 않도록 만들었다는 느낌이었다.
이 책 안에 담긴 것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찬성과 반대로 갈릴지도 모르고, 감정싸움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주제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별로 말하고 싶지 않다. 다만 이 책이 일반적으로 잘 다루지 않으며, 다루는 것 자체도 매우 어려운 주제를 중심으로 하고 있고, 그 이야기를 비밀스러운 분위기를 통해 흥미롭게 진행했고, 통통 튀는 반전 매력까지 가지고 있음은 확실하게 말하고 싶다. 어쩌면 나와는 거리가 먼 딴 세상 이야기처럼 느껴지더라도 이 책을 읽고 생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으로 파격적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지금의 현실에 딱 맞는 책이라고도 할 수 있는 괜찮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