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 - 모든 종을 뛰어넘어 정점에 선 존재, 인간
가이아 빈스 지음, 우진하 옮김 / 쌤앤파커스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코로나 이후의 변화를 담은 영상을 보다가 그런 댓글을 본 적이 있다. 어쩌면 코로나는 지구가 살기 위해 투여한 백신일지도 모른다고. 자연을 훼손하고 지구를 아프게 하는 인간을 멈추기 위해 생겨난 것일지도 모른다고.


그 말처럼 코로나가 확산된 초기, 인간의 삶이 잠시 멈추자 지구는 짧게나마 옛 모습을 되찾았었다. 대기질이 좋아졌고, 바다가 맑아졌으며,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생물들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비록 인간이 다시 움직임과 동시에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버렸지만 이러한 현상이 의미하는 것은 명확했다. 인간은 더 이상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가 아닌 지배자로 군림하고 있는 존재라는걸.


그렇다면 언제부터, 아니 어떻게 인간은 지구의 지배자가 된 것일까? 무엇이 인간을 제 의지대로 지구를 주무르는 초월적인 존재로 만든 것일까? 이전처럼 더불어 살아가는 삶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 걸까? 이러한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현재 시점에 저널리스트이자 과학 저술가인 가이아 빈스는 책 <초월>로 그에 대한 답을 내놓는다.



책 <초월>은 '모든 종을 뛰어넘어 정점에 선 존재, 인간'이라는 부제처럼 모든 종을 초월, 지구의 지배자로 올라선 인간에 대해 살펴보는 인류 역사서이다. 단순히 시간의 흐름에 따른 과정을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불, 언어, 미, 시간이라는 네 가지 키워드를 바탕으로 현재의 위치에 서기까지의 인간의 생존과 진화를 살펴본다.


책은 먼저 첫 장 기원에서 모든 것의 시작과 인간의 탄생에 대해 살펴본다. 빅뱅 이후 지구가 생겨나고 인간이 탄생하기까지의 이야기를 짧게 살펴보고, 인간이 초월적인 존재가 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네 가지 핵심 요소들을 바탕으로 살펴본다.


첫 번째 핵심 요소는 ''로, 이 장에서는 불의 발견과 활용, 통제를 통해 일어난 환경의 변화와 그로 인한 두뇌의 진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하나의 발견을 통해 인간은 어떤 변화를 얻게 되었으며, 이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챕터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챕터였는데, 불을 이용해 조리한 음식이 소화를 쉽게 만들고 이로 인해 에너지를 쉽게 얻을 수 있게 됨으로써 인간은 두뇌 능력을 더욱 향상시킬 수 있었다는 점, 두뇌 능력 향상과 더불어 불을 이용하는 방법 등 생존과 관련된 지식을 얻기 위해 인간은 공동체를 이루게 되었다는 점이 새롭고 흥미로웠다.


하나의 종으로서 인간이 거둔 성공은 근본적으로 다른 어떤 생명체보다 에너지를 자유롭게 다루고 에너지를 얻기 위한 노력을 다른 곳에 전가하는 능력에서 기인한다. - 97p


두 번째 핵심 요소는 '언어'로, 이 장에서는 인간이 언어를 통해 상호 교류하며 문화를 형성하고 축적하고 발전시키면서 문화적 진화를 이룬 과정에 대해 살펴본다. 언어가 있기에 문화를 이룰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인간은 다른 종과 달리 공간의 제약을 초월, 지구 전체에서 활동할 수 있게 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세 번째 핵심 요소는 '미(美)'로, 이 장에서는 생존의 문제에서 벗어나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하고 표현하고 욕망함으로써 일어나는 변화를 살펴본다. 상징과 규범, 공통성 형성, 소속감 부여 등 다양한 역할을 함으로써 본격적으로 사회를 구성하고 연결하는 '미'의 힘을 확인할 수 있고, 그로 인해 일어나는 문화적 진화를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 네 번째 핵심 요소는 '시간'으로, 이 장에서는 인간이 시간을 인지, 측정, 관리함으로써 과거와 현재 미래를 구분하고 스스로의 위치를 깨닫고 객관적인 시각을 얻고 예측하고 탐구하게 되는 과정을 살펴본다. 시간을 통해 인간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룸으로써 다른 종을 뛰어넘는 초월적인 존재로 완전히 자리매김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인간은 기억을 통해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 또한 문화를 축적해 더 큰 사회적 집단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과거를 기억해냄으로써 비슷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했는지 떠올려 다시 반복할 수도 있다. 이 덕분에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할 필요가 없다. 또한 인간은 시간 여행을 하며 과거뿐만 아니라 미래를 상상할 수 있다. -404p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단순히 시간의 흐름이나 지진, 화산 폭발 같은 환경에 따른 변화가 아닌, 발견을 통해 주체적인 진화를 이루었다고 얘기한다는 점이었다. 때론 '이 정도면 지나치게 인간 중심적이지 않나? 인간 우월 관점/사상이 아닐까?'싶기도 했지만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또한 이러한 주체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현재의 상황에 대해, 또 미래에 대해 더욱 큰 책임을 가지고 있음을 실감하게 되었다. "결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다른 어느 누구도 아닌 인간 자신"이라는 저자의 마지막 말을 읽을 때 앞서 이야기들이 오버랩되면서 훅 하고 와닿았다.


<초월>은 미래에 대한 명확한 해답이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현재의 인간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봄으로써 인간이 가진 힘을 실감하고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움직여야 함을 깨닫게 해준다. 500페이지나 되는 방대한 분량에, 너무 방대한 내용이라 집중하는 것이 어렵긴 했지만 이번 독서로 인해 새로운 지식과 깨달음, 그리고 주체성과 미래에 대한 생각, 의지까지 얻을 수 있게 되었으니, 2021년 첫 책으로 딱 좋았다.




*해당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