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나를 함부로 하지 못하게 하라
무옌거 지음, 최인애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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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라는 말이 있다. 상대방의 선의를 제멋대로 휘두르는 사람들이 만연한 요즘 사회에 참 잘 어울리는 말이 아닐 수 없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선의에 선의로 보답하는 것이 일상이던 때를 살았었다. 도움에 감사를, 은혜에 보답을 하던 때, 우리는 상대방을 향해 손 내미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더불어 사는 삶을 사는 데에 망설임이 없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상대방의 선의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하나를 해주면 왜 두 개를 해주지 않냐고 큰소리치고,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인해 잠시 손을 거두면 지금까지 착한척했던 거냐고 화를 내는 사람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선의를 보이는 사람이 '호구'가 되는 때가 온 것이다.


선한 사람이 상처받고 고통 속에 허우적거리는 아이러니한 상황. 이러한 상황에 놓인 원인은 무엇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책 <남들이 나를 함부로 하지 못하게 하라>는 선한 사람이 고통받는 원인 중 하나로 "원칙 없는 착함, 거절할 줄 모르는 선량함"을 꼽는다. 선의를 베풀기에 적당하지 않은 사람, 계속해서 상대방의 선의만을 바라며 이를 권리로 여기는 사람, 당신을 괴롭히는 사람에게 선의를 베푸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선의가, 선량함이, 착함이 문제가 될 수 있을까. 잘못은 악인에게 있는 것이 아닌가.


맞는 말이다. 하지만 선의를 베푸는 당사자는 최소한 상대방이 당신의 선의를 받을만한 사람인지 아닌지 구분해야 한다.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스스로를 지키며 상대방에게 손을 건네야 한다. 이를 하지 않는 것은 스스로를 기꺼이 상대방에게 휘둘리도록 내어놓는 것과 다름없다.


<남들이 나를 함부로 하지 못하게 하라>에서 꼽는 원인은 한 가지가 아니다. 저자는 여러 가지 사례를 통해 선한 사람이 고통받는 원인을 살펴본다. 스스로를 '착한 사람' '함부로 대해도 별문제 없는 사람'이라고 정의 내린 꼬리표, 미움받기 싫다는 마음, 반복된 학대와 세뇌로 인한 통제력 상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먼저 들어주는 것이 미덕이라고 가르쳐온 사회, 이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로 사람들은 스스로를 고통 속에 살아가도록, '호구'로 살아가도록 만든다고 말한다. 상대방은 물론 사회와 가정,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책은 개인이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들을 알려준다. 제대로 선을 긋기 위해 해야 할 현명한 거절 방법, 진정한 자기성찰 방법, 스스로를 구하기 위한 방법 등 다양한 상황에서 필요한 방법들을 차근차근 이야기해 준다.


저자가 직접 경험하고 전작에 이어 깊이 통찰한 결과물인 만큼 제법 구체적이고 유용하다. 게다가 책 전반에 걸쳐 사례를 통해 원인을 명확하게 살펴보고 방법을 알려주는 구성이라 각각의 상황에 맞는 방법으로 제대로 실천할 수 있다.


<남들이 나를 함부로 하지 못하게 하라>를 읽으면서 공감 가는 부분도 많았고, 반성하는 부분도 많았다. 선한 마음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으며, 선함이 잘못일 수 있다는 점도 배울 수 있었다.


무엇보다 저자의 전작 제목처럼 <착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해야 하며 남들이 나를 함부로 하지 못하도록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는 것을, 나의 선의가 그만큼 가치 있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상대방을 구분하고 적절하게 거절하며 나만의 원칙을 세워야 한다는 것을 가슴 깊이 새길 수 있었다. '왜 나만...' '왜 나한테만 그러지?'라고 생각하기 전에 내가 먼저 제대로 선을 긋고 있는지 확인해야 함을 되새기면서 즐겁고 유익하게 읽었다.




*도서협찬

원칙이 없는 착함, 거절할 줄 모르는 선량함은 독이다. - P11

인생은 돌이킬 수 없다. 미안하다는 이유로 거절하지 않으면 후에 더 큰 결과를 감당해야 한다. - P36

인간관계에서 오해는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어차피 피할 수 없다면 사람마다 감정적 출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이해해야만 한다. - P46

남들이 옳고 그름을, 맞고 틀림을 어떻게 말하든 그냥 내버려둬라. 타인의 일은 상관할 바 아니다. 그보다는 나 자신이 마음의 균형과 평정을 유지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 P47

거절을 통해 우리는 타인에게 자신이 그은 인간관계의 경계선을 명확히 알려줄 수 있다. (생략) 거절할 줄 모르는 사람은 은연중에 ‘나는 경계선이 없다.‘는 잘못된 정보를 남에게 준다.
- P53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고 싶다면 자신은 적어도 강가에 안전히 서 있어야 한다.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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