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관한 9가지 거짓말
마커스 버킹엄.애슐리 구달 지음, 이영래 그림 / 쌤앤파커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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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도 사람도 모두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지는 법이라고, 흘러가는 시간만큼 익숙해지고 또 그만큼 성장할 것이라고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 취직을 하고 직장인으로 일해 본 결과 시간이 지날수록 일도 사람도 모두 익숙해지긴커녕 점점 더 어렵고 난해해졌다. 하루 한 달 그리고 한 해가 지날 때마다 어려움은 차곡차곡 쌓여만 갔다.


그럴수록 삶 Life에 대한 집착은 점점 더 몸을 부풀렸고, 네이버 메인 화면의 리빙과 푸드란을 확인하고 집안일, 인테리어, 요리 등과 관련된 에세이를 읽는 것은 매일 빼놓을 수 없는 일과가 되었다. 어떻게 하면 더 잘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회사 밖의 일상을 제대로 보내기 위해 무던한 노력을 했다.


그런 나였기에 처음 이 책을 펼쳐들었을 때는 아차 싶었다. 안 그래도 하루의 절반 이상이 일인데 또 일이라니. 아무리 혁명 같은 책이다, 거짓말에 대해 이야기한다 해도 work에 대한 이야기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한 줄 한 줄 내려갈 때마다 집중이 되지 않아 다시 돌아오기를 몇 번이나 반복해야 했다.


하지만 한 줄을 넘어 한 문단, 그리고 한 챕터가 넘어가면서 어느덧 책에 빠져들어갔다. 학생이었다면 결코 몰랐을 부분에 대해 맞아맞아 공감하기도 하고, 단말마의 감탄사를 뱉으며 문장을 수집하기도 하면서 제법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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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관한 9가지 거짓말>은 제목 그대로 일에 관한 9가지의 거짓말을 각 목차별로 하나씩 파헤친다.


사실 처음 목차를 통해 각 챕터별로 어떤 거짓말을 다루는지 알게 될 때는 별다른 특색이나 중요성을 느끼기 어렵다. '그게 뭐 어쨌다고?'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소하게 여겨지는 한편 지금껏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것들이기에 꼬투리를 잡고 늘어지거나 폄하하는 것이 아닐까 의심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은 첫 번째 거짓말부터 여러 사례와 결과를 바탕으로 확실하게 파헤쳐 준다.


먼저 "사람들은 어떤 회사에서 일하는지에 신경 쓴다"라는 거짓말. 사람들은 어떤 회사에 다니는지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하지만 실제로 '회사' 그 자체가 가지는 의미나 회사의 문화는 그 영향력이 그리 크지 않다. 그 회사에서 일을 시작하는 순간 회사의 규모와 이름, 문화보다는 함께 일하는 사람, 즉 '팀'과 팀의 성향이 직장 생활을  좌우한다. 겉으로 보이는 회사가 아닌, 그 회사를 지탱하고 이끌어가고 있는 팀을 봐야 하는 것이다.


이는 회사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결코 보지도 느끼지도 못하는 것으로,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지만 그 당연한 것이 거짓에 가려 겉에서는 쉽게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진실과 마주하고 그를 이해하는 순간 '아하!'하고 감탄하게 된다. 그리고 나는 우리 팀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팀원들과 함께 일하고 있는지 검토하게 된다. 


이어 "새해에 세운 목표는 그해 셋째 주면 벌써 시들해지며 1년은 훨씬 앞의 미래까지 미리 자세히 계획하는 마라톤이 아니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세상에서 정보를 얻는 일련의 단거리 경주 중 52번째 경주(74p)"라는 문장에서 두 번째 거짓말을 확인할 수 있으며, 불필요한 계획과 그를 위한 불필요한 회의 대신 각 팀원의 이번 주 우선 사항이 무엇인지, 그를 위해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자주 주기적으로 확인함으로써 실시간으로 논의하고 함께 나아가야 함을 깨달을 수 있다.


다재다능에 대한 거짓도, 실패와 약점과 단점을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는 거짓도("우리는 안전지대에서 가장 많이 학습할 수 있다." 174p / "누군가의 문법을 고쳐주는 것이 그의 글을 아름다운 시로 만드는 것은 아니며 누군가에게 농담의 결정적인 구절을 알려주는 것이 그를 재미있는 사람으로 만드는 것도 아니다. 실수 교정은 그저 실패를 방지하는 도구일 뿐이다."181p), 그리고 그 외 6가지 거짓도 모두 샅샅이 파헤쳐 지며 숨겨진 진실을 알려준다.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 즐거움과 더불어 이 책의 매력을 하나 더 꼽자면,  일에 대한 발전 방향성, 즉 더 나은 직장 생활을 하기 위한 방법을 스스로 고민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동안 삶에만 집중했던 좁은 시야가 일 work까지 넓혀지며 일 역시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더 나아질 수 있는 가능성을 얻게 된다. 이는 자신의 삶을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게 만드는 등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의미를 가진다. 


특히 내 경우 해외 사업을 위해 현지 팀원들과 메신저와 메일로 의사소통을 하며 함께 일하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그들과 적절하게 이야기하며 일을 더 잘할 수 있을지 작은 계기와 깊은 고민을 얻을 수 있었다. 오래간만에 만난 '생각하게 만드는 책'의 즐거움은 그 질이 제법 좋았다.


비 오는 날 뉴욕에서 택시를 잡기 힘든 이유라던가(비록 100% 수긍한 것은 아니지만) 미식축구팀 댈러스 카우보이스의 오랜 코치 톰 랜드리의 성공하는 플레이에 대한 집중처럼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있어서 읽기 그 자체도 즐거웠다.


이 책 <일에 관한 9가지 거짓말>은 이 기록(리뷰)과 함께 처음과는 달리 무척 만족스럽게 마지막 장을 넘겼던 책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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