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 1 - 아모르 마네트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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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이실직고하자면 나는 역사소설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어서 책을 읽는 내내, 또 그 후로도 계속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데다가 일부는 '역사'에 집중한 나머지 설명이 길고 지루해서 읽기를 포기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역사소설의 대가로 익히 들어 알고 있던 김진명 작가의 신작을 받아들었을 때 기쁜 한편 지난한 싸움(?)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사랑받는 작가에게는 그 이유가 있는 법. 책 <직지 : 아모르 마네트>는 첫 장부터 살인사건 현장에서 시작하며 읽는 이를 이야기 속으로 훅 잡아끌고 시종일관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한다. 역사와 사건의 균형을 잘 유지하면서 비밀스럽고 기묘하며 호기심을 자아내는 전개가 독자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그래서 읽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1권을 끝내고 곧바로 2권을 잡고 있을 정도다.


서울 도시 한복판에서 일어난 기묘하고 충격적인 살인사건과 그에 얽힌 진실을 밝히기 위해 경찰이나 검사보다 몇 배는 더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면서 점점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김기연 기자, 그리고 '직지'라는 연결점으로 이어진 여러 교수들. 간단하게 말하면 이 한 문단에 1권의 내용이 다 들어있다고 할 수 있는데, 사실 이 속에도 많은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다.


먼저 피해자도 교수, 용의선상에 오른 이도 교수라는 점에서 이 책은 독자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가지는 교수에 대한 이미지는 살인자라는 이미지와 아무런 접점을 가지고 있지 않는다. 오히려 교수가 용의선상에 올랐다고 하면 '설마'하는 의심부터 들기도 한다. 그만큼 현실에서도 어떤 사건의 범인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데 이 책 속에서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의 저명한 교수까지도 용의선상에 오른다. '설마'가 반복되면서 '어쩌면'으로 바뀌고, 그럴수록 더욱 이야기에 빠져드는 것이다.


계속해서 어려움과 맞닥뜨리지만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생각하고 탐구하며 몸과 머리 모두 멈추지 않고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김기연 기자라는 인물도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한없이 선한 성인군자 같은 인물이 아닌 때로는 고집 아닌 고집을 부려 답답하게 만들기도 하고 불도저 같은 모습을 보여 걱정스럽게 만들기도 하지만 굉장히 똑똑한 데다가 자신이 잘못 생각했음을 수용할 줄 알고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시선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입체적인 인물이기에, 그가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길을 끝까지 함께하면서 응원하게 된다. 어쩌면 첫 등장은 굉장히 예민하고 비밀이 많은 사람처럼 나왔던 김정진 교수가 김기연 기자와 함께 움직이면서 갈수록 감정 조절 못하고 어린애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 때문에 더 기연이라는 인물에 호감이 가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사건은 또 얼마나 기묘한지, 첫 장면부터 '누가, 어떻게, 왜'를 고민하게 만든다. 중세 마녀사냥이나 고문인 것 같은 잔인하고 낯선 방식이 현대에, 그것도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났다는 것은 그 진실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부추긴다. 과연 그 끝에는 무엇이 있을 것인지 알고 싶어 책을 놓지 못하게 된다.


<직지 : 아모르 마네트>는 총 2권으로 되어있으며, 지금까지 1권을 읽어본 느낌으로는 제법 흥미롭고 재미있다. 역시는 역시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준달까. 초반부터 훅 하고 빠져들어 빠르게 한 권을 읽었다.


지금은 너무 급하게 달려온 탓에 호흡이 조금 정리가 되지 않아 잠시 멈춰 정돈하고 있는 중인데, 2권에서는 또 어떤 진실과 마주할 수 있을지 궁금해 잠시 후 2권을 바로 펼쳐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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