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자답 : 나의 일 년 - 질문에 답하며 기록하는 지난 일 년, 다가올 일 년
홍성향 지음 / 인디고(글담) / 201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매해 12월이 되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벌써 연말이네. 언제 이렇게 됐지? 시간 참 빠르다. 올해는 한 게 없는데."


돌이켜보면 한 해도 빠짐없이 똑같은 생각, 똑같은 말을 하며 지난 일년을 함부로 보낸 것에 후회하곤 했다. 내년에는 좀 더 알차게, 의미 있게 보내야지 하는 다짐도 그때뿐. 새해가 시작되면 작심삼일은커녕 작심 일일 만에 모든 의지는 가루가 되었다. 그건 뫼비우스의 띠처럼 끝없이 반복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만약 차분하게 자리를 잡고 앉아 지난 일 년을 차근차근 정리하고, 꼼꼼하게 내년을 계획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어떨까. 올해는, 그리고 내년은 조금 다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 것은 이 책 <자문자답 나의 일년>을 발견하고 난 후였다.


팬톤이 뽑은 2018년 올해의 색이라는 보라색 커버에 당신의 1년은 헛되지 않았다고, 하나씩 되새겨보면 기억에 남을 멋진 한 해였다고 말하는 것 같은 띠지. 첫인상부터 제법 매력적인 책은 연말이 됨과 동시에 또다시 후회와 반성을 반복하고 있는 내게 여백이 있는 질문을 던져왔다. 막연하게 올해는 어땠는지 묻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당신의 일년이 궁금해요'라고 말하는 듯 하나하나 세심하게 물어와 자연스럽게 나 역시 곰곰이 생각해보고 꼼꼼하게 답하게 만들었다.


올해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이나 올해 나의 인생 그래프 그리기처럼 전체적인 것부터 시작해 1월 1일에는 어디서 무엇을 했었는지, 연초의 계획은 무엇이었고 예상하지 못했던 일은 무엇이었는지 등 시간을 들여 생각해야 하는 것들까지, 다양한 질문들 덕분에 지난 1년을 차분하게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지금 이 순간까지도 고생하고 있는 다리 골절 때문에 다른 무언가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내 시간을 다 버렸구나'라 여기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자문자답하며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잠시 잊고 있었을 뿐이지 2018년은 내 생각보다 더욱 다사다난했고, 문자 그대로 좌충우돌한 한 해였다. 굵직굵직한 것만 생각해도 취직, 졸업, 골절 등 큰 사건들이 여럿 있었고 그 사건들로 인해 많은 것을 경험하고 느꼈다. 평생 다시없을 배움과 깨달음의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단지 시간이 가진 망각의 힘에 떠올리지 못했을 뿐.  만약 이 책을 통해 자문자답하는 시간을 갖지 않았다면 그대로 잊혀져 그저 그런 한 해, 함부로 보낸 시간이 되었을 터였다.


게다가 올해 사랑받고 있다고 느꼈던 순간이나 함께해서 좋았던 순간, 올해 가장 맛있게 먹었던 음식 등 소소하면서도 떠오르는 순간 미소 짓게 되는 질문들 덕분에 현재의 불행과 불만에 대한 생각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었다.  '올해는 악재야, 나쁜 일이 많았어'라는 생각이 '그래도 좋은 것들도 있었어. 나름 괜찮았어.'라는 생각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1년을 돌아보고 난 뒤에는 앞으로 새롭게 시작될 한 해를 준비하는 시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2단원 역시 1단원과 마찬가지로 막연하게 내년 계획을 묻는 대신 섬세한 질문을 통해 현재의 나를 알 수 있도록 하고,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은지 좀 더 명확하게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해주었다.


거기에다가 한 달에 한 번씩 스스로를 점검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부록까지. 이번 한 번의 정리와 계획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꾸준히 나의 일년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구성이 마음에 쏙 들었다. 시간을 들여 추가해나가고 싶은 부분들도, 계속해서 질문하고 답변해야 하는 부분들도 많이 있어 한동안은 책을 펼쳤다 닫았다를 반복할 것 같았다.


여백 위를 한 줄 한 줄 힘주어 채워 넣으며 차곡차곡 내 안을 쌓고 의지를 다질 수 있었던 시간. 제법 많은 시간이 들었고 또 들 예정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이 아깝다고 여겨지지 않는 것은 그만큼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일년에 한 번이 아니라 이 책과 함께 꾸준히 나의 삶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지면 참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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