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되었지만 잘 살아보겠습니다
니시다 데루오 지음, 최윤영 옮김 / 인디고(글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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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든 어른이든, 혼자 사는 삶이란 쉽지 않다. "필요해요" "부탁해요" "감사해요" 이 세 마디면, 아니 굳이 말할 필요 없이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아도 모든 것을 챙겨주는 누군가의 배려와 함께 살다가 혼자가 되어 살고자 하면 모든 것이 고단하고 힘들고 괴로운 법이다.


처음에는 '혼자가 편해' 혹은 '혼자라서 좋은 점도 있네'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당연한 수순으로 그 생각을 후회하게 된다.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면 당장 먹을 밥 한 끼, 간식 하나, 물 한 잔도 먹거나 마실 수 없고, 매일 필요한 양말과 속옷은 순식간에 빨랫 바구니를 채우며, 방바닥에는 탈모가 아닐까 걱정될 정도로 머리카락이 수북하게 쌓이게 되는 상황. 살고자 한다면 움직여야 함을 처절하게 깨닫는 것이다.


사지 멀쩡하고 체력 좋으며 미래에 대한 희망과 꿈으로 부풀어 있는, 그야말로 온몸으로 혼자 살 준비가 되어있는 이들조차 쉽지 않은 혼자 살아가는 삶. 그 삶을 만약 몸이 불편하거나 체력이 없거나 또 그다지 미래에 대한 기대도 없는 사람이 살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너저분한 공간에서 하루하루 버텨나가는 것이 전부인 사람, 당장 죽더라도 아무도 모른 채 지내다 악취로 인해 겨우 그 죽음을 알리게 되는 사람, 그 외에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기운 빠지는 모습들이 연상된다.


여기에 혼자가 되는 과정이 결코 바라지 않았던,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과 동시에 일어난다면? 자신도 모르게 "최-악-"이라고 말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 책 <혼자가 되었지만 잘 살아보겠습니다>는 그런 힘든 상황에서도 자신의 삶을 살아나가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흔의 나이에 평생의 동반자인 아내를 병으로 먼저 떠나보내고 혼자가 되어버린 작가가 직접 그 힘든 시기를 지나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아내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차분하게 적어나간 기록이다.


평균 수명 100세 시대(책에서는 80세라고 이야기한다) 일흔도 안 된 아내가 남성인 자신보다 먼저 갈 것이라고는 작가도 아내도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에서 아내는 병을 확인하고 대략 일 년 반 정도가 지나 세상을 떠나고 만다. 그 일 년 반 동안 아내는 병마와 싸우면서도 홀로 남을 남편을 위해 여러 가지 준비를 하고 작가는 혼자 살아가는 법을 조금이나마 배우지만, 정면으로 맞닥뜨리게 된 혼자 사는 삶이란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당장의 먹을 음식을 만들고, 세탁을 하고, 집을 치우는 것도, 기준에 맞춰 쓰레기를 분리하고 버리는 것도, 계절마다 옷을 찾아 입는 것도,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았다. 더군다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에서 헤어 나올 충분한 시간도 없이 곧바로 혼자 살아가는 삶에 직면해야 했다. 충분히 슬퍼할 시간도 갖지 못했다.


수많은 추억을 새기면서 함께 살던 집에 홀로 남아 그 흔적과 추억을 되새기며 오늘, 그리고 내일을 살아가는 삶이란 얼마나 서글플까. 상상만으로도 슬픔이 밀려오는 그 상황을 작가는 오롯이 겪어야 했다. 기쁨도 슬픔도 나눌 상대가 없어졌음을, 그로 인해 일상의 소소한 행복마저 잃어버리고 말았음을 기록하는 글에서 느껴지는 상실감은 나를 슬프게 했다. 이별 후 남은 이의 심정과 상황을 말하고 아내를 그리는 책의 초반부에서는 공감과 안타까움 먹먹함 등 여러 감정과 함께 읽어나갔다.


슬픔에 잠길 새도 없이 밀려드는 일상의 무게에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조금씩 자신의 생활을 시작하는 모습 역시 여러 가지 생각과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가장 큰 감정은 공감으로, 상황은 많이 다르지만 나 역시 자취를 하면서 혼자 사는 삶을 시작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기에 직면했던 어려움과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을 떠올리며 혼자 사는 삶의 막막함과 어려움에 깊이 공감했다.


하나하나 세심하게 챙겨주는 사람(작가의 경우 아내, 내 경우 엄마) 없이 스스로 움직이며 살아가는 것은 크고 작은 문제와 함께 조금씩, 정말 조-금씩 나만의 틀을 잡아가는 지난한 과정임을 알기에 이따금 '에이. 그건 아니지'하면서도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고개를 저을 때조차도 내가 작가와 같은 상황이라면, 예를 들어 지금이라도 당장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여러모로 스스로가 버거워지는 나이라면, 같은 생각이 들어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사고로 오른발 뼈가 부러져 수술을 한 탓에 혼자서 뭘 한다는 것 자체가 힘이 드는 요즘이기에 더더욱.


그러한 상황에서도 어렵게나마 자신의 생활 리듬을 찾아가고, 그 힘든 여정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하나하나 기록한 작가의 노력 덕분에 나는 이 책을 만나 여러 가지를 얻을 수 있었다. 공감하고 슬퍼하고 안타까워하면서 타인의 소중한 이야기를 읽은 시간, 가슴에 먼저 와닿아 꾹꾹 눌러 담은 문장들, 현재를 되돌아보며 그려본 미래 같은 것들. 여러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사람이 그 사랑을 그저 받는 것에서 끝내지 않고 소중히 기록하며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 사랑을 나눠줬고, 그 사랑을 받은 나는 그 안에 담긴 온기 덕분에 몽글몽글 좋은 기분도 느낄 수 있었다.


세상 다시없을 소중한 이를 그리며 그 이를 위해 살아가는 삶이란 어떤 걸까. 지금의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그 삶에 마음 깊이 감사와 응원을 보냈다. 혼자가 되었지만 잘 살아보겠다는 그의 다짐처럼 나 역시 지금보다 더 잘 살아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사람에 따라 공감 대신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괜찮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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