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즐거움은 포기할 수 없어!
구스미 마사유키 지음, 최윤영 옮김 / 인디고(글담)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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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곧 내용, 흔히들 줄임말로 제곧내라고 표현하는 책들이 있다. 잘 지은 제목 하나가 전체 내용을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인데, 이번에 읽은 책이 딱 이 범위 안에 들어갔다.

 

보는 순간 내 이야기인 것 같은 착각 아닌 착각에 빠지게 하는 책 <먹는 즐거움은 포기할 수 없어!>는 끝에 느낌표가 찍힌 단호함까지 완벽하게 제목이 책 자체를 표현한다. 1365일 홀로 미식을 즐기는 남성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내는 인기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원작자로 유명한 저자가 참을 수 없는 식욕으로 쓴 이야기라니. 표지의 제목과 그림, 지은이의 배경, 그리고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이렇게 완벽하게 제목에 충실한 책도 없을 것이다.


저자는 각 목차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들을 세워놓고, 그에 대해 본능에 충실한 이야기를 하나씩 들려준다. 라면, 돈가스, 샌드위치, , 메밀국수, 튀김덮밥 등 듣는 순간 입맛을 다시게 만드는 음식들을 내세운 것으로 모자라 보는 사람까지 그 음식을 먹고 있다는 착각이 일 정도로, 급기야 나중에는 당장이라는 그 음식을 먹고 싶다는 충동이 일 정도로 생동감이 넘친다. 이 본능적이고 생생한 있는 이야기는 읽다 보면 어느새 속도감이 붙어 나도 모르는 사이에 후루룩후루룩 면을 들이키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먹는 즐거움에 푹 빠진 사람답게 각 음식에 대한 자신만의 음식 철학도 가지고 있다. 여기에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객관성은 필요 없으며, 오로지 저자 자신의 본능과 경험이 그를 뒷받침한다. 그 안에는 오니기리의 속은 뭐가 들어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어느 쪽에서 먹든 균형이 맞도록 밥 정 중앙에 있어야 한다는 것, 여행지에서 먹는 아침 죽의 대단함, 비싸고 호화로운 샌드위치에 대한 불만처럼 읽는 순간 그렇지!’를 외치며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어 이야기에 더 빠져들게 만드는 것들도 있고, 나폴리탄, 중화냉면, 고양이 맘마, 오차즈케처럼 아직 나만의 경험치가 없어 그래? 한 번 먹어보고 싶네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들도 있다. 아주 가끔은, 괜한 반발심이 들고 뭘 모르네!’하고 소리치고 싶은 것들도 있다. 그 모든 것들이 음식은 먹는 즐거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마다 각각 다른 철학과 이야기를 가지고 있어 그것에 대해 떠들어대는 즐거움도 있음을 새삼 깨닫게 만든다. 먹는 즐거움도, 먹는 이야기를 하는 즐거움도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이다.

처음엔 세상 이치를 말하는 것처럼 단호하기 짝이 없는 말투에 뭐야 이거?’ 싶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 푹 빠져 공감하고 호기심을 가지고, 반박하면서 재미있게 읽었다. 얼마나 생생하게 들려주는지 각 장을 넘길 때마다 당장이라도 뛰쳐나가 먹고 싶은 충동을 참아내느라 힘들기도 했다. “식욕 자극 에세이라더니, 정말 제목이 내용 그 자체였다.

덕분에 오늘도 뭘 먹을까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됐으니, 참 보람차고(?) 즐거운 하루가 아닐까 싶다. 식탐 아재처럼 섬세한 입맛의 소유자는 아니지만 나만의 먹방을 찍으며 나만의 철학을 쌓으러 앞으로도 쭉 열심히 먹어야지. 그리고 친구를 만나 맛있는 것을 먹으며 서로의 철학을 나눠야겠다.
상상만으로도 벌써 행복감에 젖어드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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