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운동할 나이가 되었네요 - 몸도 마음도 내 맘 같지 않은 어른들을 위한 본격 운동 장려 에세이
가쿠타 미츠요 지음, 이지수 옮김 / 인디고(글담)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운동이라는 단어를 보면 성실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탄탄한 몸매에, 식습관에 엄격하며,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남/여의 모습이랄까. 어딘가 본격적인 느낌이다.

 

그에 반해 내가 건강을 위해 하는 노력이라고는 걷기뿐이다. 점심시간에 20분정도 짬을 내서 회사 근처를 산책하고, 퇴근길에는 일부러 버스 환승을 하지 않은 채 내려 매일 20분 정도를 걷고, 평소 1시간 이내의 거리는 걸어 다니(려고 애쓰)는 정도. 이따금 자전거를 타기도 하지만, 그것도 운동이라기에는 부족하다. 그래서 나는 늘 운동부족이라는 수식어를 스스로에게 붙였다. 실제로 저질체력이기도 하고.

 

그런 내게 <어느새 운동할 나이가 되었네요>는 뭐랄까, 존경스러우면서도 약간 맥이 빠지는 책이었다. 인내와 습관, 오기라는 점에서 마라톤을 완주하고 여러 가지 종목에 도전하는 작가가 대단하다고 생각되는 한 편,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을 외치며 몸에 빡 들어가 있던 힘이 슬슬 풀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단단하면서도 어딘가 물렁한, 착실하면서도 나사 하나빠진 것 같은(?) 그의 모습 때문이었다.

 

첫 시작부터 작가는 엄청난 모습을 보여준다. 도쿄 마라톤에 참여해 먹지도 쉬지도, 심지어 화장실도 가지 않고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묵묵히 코스를 완주한다. 그렇게 해서 달린 시간이 무려 4시간 43. 그냥 걷기도 힘든 시간을 계속해서 달렸다니. 나로서는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다. 이어진 몇 번의 마라톤과 산을 달리는 트레일 러닝도 감탄의 연속이다.

 

하지만 그렇게 달리는 동안 작가의 머릿속에는 마지못해 달린다맥주’ ‘골인 지점의 포장마차 촌으로 채워져 있다. 얼른 도착해 맛있는 음식과 시원한 맥주 한 잔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며 멈추지 않고 달려 나간다. 멋지다고 생각했던 도전은 얕보기 병에 의한 것이다. 그의 마음을 알게 될수록 나도 모르게 속았다는 생각이 든다. 볼수록 점점 허탈해진다.

 

솔직함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진솔하게 털어놓는 작가의 이야기는 때로는 위안이 되기도 하고 용기가 되기도 하며 충동이 되기도 한다. 몸에 들어가 있던 힘이 풀리면서 나도?’하는 생각이 불쑥 고개를 내민다. 그리 대단할 것 없다고, 네가 지금 하는 것도 충분하다고, 다만 좀 더 욕심내 보는 것이 어떻냐고 말해온다. 다독이는 한편 은근히 부추기는 솜씨가 일품이라 본격 운동 장려(?) 에세이라는 부제에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나는 결국 그 은근한 부추김을 이기지 못하고 주말을 맞아 자전거를 타고 나갔다 왔다. 책과 함께 온 작은 보틀에 시원한 물을 담아서 달리는 중간에 멈춰 수분 보충도 했다. 덕분에 집으로 돌아와 이 글을 쓰는 내 허벅지 근육은 욱씬욱씬 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나쁘지 않다. 아니 오히려 온 몸, 특히 눈 위로 쏟아지는 적당한 피로가 기껍다. 리뷰를 올리고, 씻고, 자리에 누우면 곧바로 잠들겠지. 그리고 아침에 눈을 떠서 새로운 하루를 맞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매일 운동을 하고 싶을 정도다.

 

이 책 덕분에 빳빳하게 힘주는 대신 조금 설렁설렁한 마음으로 즐기면서, 보상도 확실히 챙기는 운동을 알게 됐고, 내 버킷리스트에는 외국에서 열리는 마라톤에 참여하기가 새겨졌다. 그리고 언젠가 나도 작가처럼 운동의 시간과 풍경이 생생하게 담겨 있는 글을 써야지. 이것 참, 내겐 아주 확실한 보상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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