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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하와 칸타의 장 - 마트 이야기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5
이영도 지음 / 현대문학 / 2020년 4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영도 작가의 신작을 별 고민없이 질렀다. 책의 제본 상태나, 종이에 조금씩 묻어 있는 오염들, 글의 양에 비하여 너무 비싼 가격 등 않좋은 평도 많다. 책 내용은 너무 좋았다
이영도 작가의 글에서는 늘 강한 문체가 드러난다. 처음 30여 페이지는 수수께끼 읽듯이 읽어 나갔다 과감한 생략과 불친절한 정보 제공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아주 조금씩, 천천히 드러난다. 가끔은 사전과 웹 검색을 하면서 캐릭터를 이해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작가의 이끌림에 따라 조금씩 드러나는 이야기의 전모, 설정들을 찾아가는 재미는 오직 이영도 작가만의 것이다
또 하나의 스타일은, 판타지 세계관의 구축이다. 정교한 설정과, 캐릭터의 특징들, 금기와 제약들, 그리고 세계관 내에 등장하는 문학 (서사시, 속담, 별명 등) 을 통해 이를 반복해서 쌓아올려 견고하게 만든다. 소설 내의 모든 사람들과, 소설 밖의 독자까지도 이 견고한 세계관을 충실히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뒤집는다. 가장 결적적인 순간에 가장 밑바닦에 있던 설정이 흔들리고 뒤집히고 깨어지면서 갈등이 해소되고 스토리가 정리되어 나가고, 세상이 바뀌고, 역사가 나아간다.
이번 소설은 현실과 판타지의 세계가 공존하는 상황을 설정하면서, 여러 환상종들과 그 안에 현대식, 그리고 미래의 무기, 도구, 문화가 결합한 새로운 "한국" 을 만들었다. 소품 또는 서장 같은 책이었다. 후속의 새로운 작품들이 더 나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