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eee 사랑하고 싶다
타오 린 지음, 윤미연 옮김 / 푸른숲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사랑하고 싶다, 사랑하고 싶다- 제목이 이뻤다. 이쁜 디자인과 사랑이란 단어가 포함되어있는 제목. 그래서 궁금해졌다. 그리고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넌 또 내게 무엇을 얘기해줄까, 호기심을 가지면서...

 

생각했던 것보다 가볍지 않았고, 또 조금 어렵게 다가오기도 했다.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실제인지 잘 구분하기가 어려웠기에. 그래서 맨 처음엔 당황스럽기도 했던 거 같다. 누가 주체이고, 이 책이 도대체 무엇을 얘기하는 것인지, 어떤 얘길 전하고 있는 것인지 햇갈리기도 하였다. 그래서 이 책을 덮고 났을 때, 이 책이 어떤 책인지를 조금 알게 되었던 거 같다. 마치 수많은 돌 가운데에서 무언가 아주 귀중한 것들을 찾아내야 하는 것같은, 수수께끼같은 책. 그러나 이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것, 나타내고자 하는 것... 그것이, 참 특별하게 다가왔던 거 같다. 저자와 함께 주제를 찾아나가는 느낌이랄까, 무쪼록 이 책을 만난 것이 반가웠다. 가볍지 않았기 때문에, 읽을 수록 호기심이 들기도 했었고.. 생각을 많이 하면서 봐야 하는 책처럼 다가왔다.

 

이 책에서 발견한 것은, 허구와 환상 혹은 상상을 넘나든다. 그리고 무기력과 권태로움이 보여졌다. 진취적인 그 어떤 것도, 나아감도, 목표도, 그 어떤 설렘과 두근거림도 없다. 가슴 뛰는 삶이라는 것, 그런 것은 이 곳에 없었다. 삶이라는 것, 그것은 이 책에 없었다. 그냥 그렇게 다가왔다. 이 안의 사람들은 분열되어있는 것 같이 보여진다. 또 이 책의 앤드류라는 인물은 끊임없이 새러라는 옛날여자친구를 회상하고, 또 새러라는 대상 안에 갇혀 있는 것같다. 새러를 너무나 사랑하고, 또 자신이 새러였으면 하며, 모든 사람들이 새러이기를 바란다. 하지만 언제나 상상은 허구라는 벽에 걸려 있을 뿐이다. 상상과 허구는 현실이라는 삶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 벽을 뚫고 현실이란 시간 속으로 침투하지 않는다. 또 앤드류는 미래가 과거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이미 존재하는 것. 이미 답이 정해져 있는 것. 굉장히 무기력하게 들려온다. 이미 정해져 있는 답이니, 두려워할 필요도- 새로이 무언가를 시도할 필요도-없노라고. 모든 것들에 대해 포기한 듯한, 어투. 시시하다, 지루하다, 라는 말들이 반복하여 나온다. 앤드류 자신은 존재하며, 또 시간 안에- 세상 속에- 속하여 있으며, 그것이 곧 실제이며 현재란 이야기인데.. 앤드류는 허구안에 있는 존재 같았다. 존재한다기보다, 존재함과 멀리 떨어져 별 상관없는 인물처럼 다가왔다. 그리고 즐거움이나 행복에 대해 얘기한다. 마치 그것은 우리가 손을 뻗어도, 잡히지 않는 것이라는 듯- 얘기하는 것 같다. 무언가 여러 벽으로 쳐져있는 방 안에 갇혀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모든 대상들을 우울하게끔 만들어버리는 앤드류. 앤드류의 안에 있는 것들이 우울의 형태를 띄며, ... 앤드류는 그것을 태양이 빛을 발사하는 것처럼, 우울한 앤드류가 대상들을 우울화시키는 것 같이 보여졌다. 또 눈에 띄었던 문장은 행복한 사람들은 이미 행복하기에, 굳이 내가 좋아해주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 그냥 눈에 띄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주는 걸까. (날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사람들의 눈엔 내가 어떻게 비춰질까, 갑자기 생각이 든다. 어딘지 모르게 슬픈 문장처럼, 다가왔다. 그리고 슬픔에 대해 이야기하는 돌고래. 그 다음에 등장하는 엘렌. 과거의 내가 했던 일에 대해 책임질 수 없으며 다른 시간대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자신에게 책임을 물어선 안된다고 얘기하는 엘렌. 모르겠다. 그 문장이, 내 안의 많은 책임들에 대해 내려놓게 만들었다. ..그리고 또 앤드류의 상상. 그리고 현실로 되돌아온다.

 

결론은, 사랑. 답도, 사랑. "끼이이이이 끼이이 끼이이이"라는 문구가 자주 등장하는데, 이건 '사랑하고 싶다, 사랑하고 싶다'는 신호라고 한다. 앤드류가 꿈꾸는 것은, 바로 사랑하는 삶이라고. 네트워크를 이루는 삶이라고. 그러나 그것을 할 수 없기에, 허구 속에서- 상상 속에서 이루어진다. 공허한 슬픔이다. 만져지지 않는 슬픔이다. 그리고 이들을 통해, 저자는 우리의 삶을 들여다보게끔 한다. 다소 허무하고, 슬프다.

 

많은 책들을 볼 때에, 사랑이란 단어를 다양한 형태로 표현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 사랑은 관계 안에서 보여지기도 하고, 이 책처럼 허무와 허구속에서 보여지기도 하고, 대상을 통해 보여지기도 하다. 정말 다양한 형태로 사랑이란 단어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형태 하나하나가, 그 단어를 통한 스토리 하나하나가 너무나 색다르고, 너무나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나의 삶에 들어와 부딪치기에 - 그것을 전달하는 책들이 귀하다. 참 아름답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이 책이 더 내 눈에 띄지 않았나 싶다. 결론은 이것이 실제적인 삶 안으로 들어와 부딪쳐야 한다. 사랑이라는 단어가, 나자신의 삶 속에- 그리고 타인과의 교제속에, 소통속에, 관계속에서- 이루어져야만 한다. 사랑은 혁명이라고 한다. 무언가를 사랑하는 것, 그것은 혁명이다. 지금 세상과 현실속의 사람들은 어쩌면 허구 안에 자신을 담그고 있는 것이 아닐까, 사랑이란 단어가 빠진 현재로 자신을 밀어넣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것은 위험해, 그것은 위험해, 라고 얘기하며. 물론 이 책은 조금 더 내가 보는 시각과 다른 것들에 대해 얘기하는 것일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을 덮고, 이 글을 쓰는 동안에 난 내가 고민하던 문제가 확 풀렸다. 타인은 아닐지라도- 때론 관계 안에서의 경계라는 것 때문에 밀어내고, 밀어내기를 서로 반복하고 있을지라도- 사랑은 혁명을 만들어내고, 사랑은 각자의 삶을 허구가 아닌 실제로 만들기에, 결국 사랑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사랑하라, 라는 것이다. 돌고래의 슬픔, "끼이이이이"라는 소리로- 사랑하고 싶단 신호를 보내는 그들. 사랑하면 되지, 그냥 사랑하고 포용하면 되지, 그러면 그 분홍색 숲으로 슬플 때마다 걸어들어가지 않아도 되지 않느냐고 묻는다. 사랑하자, 사랑하자..

 

그것이 어떤 대상이든, 삶이든, 죽음이든, 세상이든, 나이든, 사람이든. 사랑하지 않으면 그 어떤 혁명도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의 내부에서-. 사랑만이 참된 가치이고, 사랑만이 우리가 타인에게 전달해야 할 전부다. 나는 그렇게 믿고 싶다. 앤드류의 이야기를 통해 내 안의 공허와 허구들을 본 것 같아서, 그래서 그런지 더욱 사랑이 실제이며- 삶 안에서 우리가 행해야 할 한 가지 가치처럼, 다이아몬드처럼 다가온다. 그러나 어렵다, 사랑이란 것. 한 번 더 이 책을 읽었을 때에는, 이 책 안의 곳곳에 있을지도 모를, 사랑을 발견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주 철학적인 하루 - 열여섯 살 소년, 철학 모험을 떠나다 청소년, 세상을 날다 1
피에르 이브 부르딜 지음, 이주희 옮김 / 담푸스 / 201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진리라는 것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지 승인할 수 있는 보편적인 법칙이나 사실 혹은 참된 이치, 참된 도리라는 뜻이다. 습관이라는 것은 어떤 헹위를 오랫동안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익혀진 행동방식이라 한다. 이 책에서 계속 반복되어 얘기하고 있는 단어이다. 진리라는 것, 습관이라는 것. 이 책에 등장하는 열여섯 살 소년은, 끊임없이 질문한다. 또 질문하고, 또 질문한다. 의문을 던지고, 그 안에서 답을 찾아간다. 열여섯 살 소년이라는 것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성숙한 생각들과 질문들을 하는 필리베르.

이 책의 제목처럼, 아주 철학적인 하루가 나온다. 다른 부분들도 있겠지만, 난 철학선생인 칼벨 선생님과 필리베르가 나눈 대화들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철학자들은 하찮은 삶을 가치 있는 삶으로 변화시킬 방법을 찾는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리고 철학자가 동반자라는 것, 같이 고민해준다는 것, 또한 깨어있으란 얘기. 철학자가 좋아하는 것은 찾는 일이라는 것. 모든 것을 뒤짚어 볼 줄 알아야 하며, 상상하는 삶을 철학이 요구한다는 것. 또한 어떤 삶을 원하는지 찾아서 정말 그렇게 사는 법을 익히는 거란 말. 그러니까 이 책은 철학에 대해 얘기한다. 철학이 우리 삶에 어떤 역할이며, 철학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의미를 찾는 것이 왜 중요한지. 철학책을 읽는 이유, 철학자라는 존재에 대해서. 또한 철학 자체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것의 중요성을. 그것이 우리와 분리되어 있지 않음을.

이 책은 우리가 삶 가운데에서 기계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아닌, 틀 안에서 사고하는 것이 아닌, 틀 너머에서 사고하도록, 철학적으로 사고하도록 도와주는 책 같다. 의미에 대해, 가치에 대해, 의문에 대해, 상상에 대해, 진리에 대해, 생각하게끔 만들어준다. 환상을 깨고, 정해진 틀을 깨고, 나와야 한다는 얘기들을 해주는 것 같다. 우리의 습관적인 사고를 철학적인 사고로 전환시켜주고, 스스로 의문을 가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해준다.

나는 진리라는 것은 잘 모르겠다. 이 책이 진리에 대해 얘기했을 때에 아리송하게 다가왔다. 진리라는 것이 우리가 믿고 있는 것일까. 또 우리가 믿고 있는 것이 진리가 되는 것일까. 그렇다면 필리베르는 우리가 믿고 있는 것에 대해, 물음표를 달은 것이다. 혹은 우리가 당연하게 옳다고 생각하는 것. 나도 내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이나 편견, 혹은 고정적으로 가져왔던 생각과 습관의 범주를 깨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 우리가 생각하는 것들과 받아들이는 것들에 대해 한 번쯤 물음표를 달아보아야 겠다고 말이다. 어쩌면 그런 것들이 우리의 삶을 정말 살아있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 또한 철학에 관한 책들을 대할 때에 가치와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같이 고민하고, 같이 의문을 풀어가는 동반자라 생각하며 다가서야 겠다는 생각들도 들었다. 철학이 우리의 삶으로 들어올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철학이 우리에게 의문을 제시해줄 수 있는, 우리의 생각으로부터 비롯된 모든 가치와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그런 책들을 찾아보아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옳바른 가치와 의미를 제시해줄 수 있는 철학 책들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올랐다. 무쪼록 이 책은 보다 쉽게 우리가 철학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우리의 사고가 보다 더 깊이있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생각하는 범주가 더 넓어지기를, 또한 의문과 가치와 의미에 대해 탐구해볼 수 있기를 바란다. 철학을 보는 관점을 달리 해주며, 철학에 대한 호기심을 한층 더 넓여준 책. 모든 독자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왜 우울할까 - 멜랑콜리로 읽는 우울증 심리학
대리언 리더 지음, 우달임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왜 우울할까, 라는  이 책의 제목이 궁금했다. 이 책의 제목에 대한 물음이 궁금했다. 그리고 내가 우울한 이유를 찾고 싶었다. 난 왜 우울을 느낄까, 왜 우울에서 벗어날 수 없을까.. 궁금했기 때문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의 표지에 있는 단어, 멜랑콜리는 장기적이고 이유를 알 수 없는 우울감이라고 사전에 나와있다. 이 책은 우울에 대해 다루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이 책은 상실과 애도에 대해 얘기한다. 그리고 생각보다 아주 깊은 얘기들을 끄집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울에서 시작해 상실과 애도에 대한 얘기들이 예술과 창조로 연결된다. 이 책은 특히 프로이트의 얘기를 자주 인용하는데, 애도와 멜랑콜리아는 상실이란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둘을 구별하자면, 멜랑콜리아환자는 무엇을 상실했는지가 늘 분명치 않으며, 애도하는 사람은 상실대상을 어느 정도 아는 것. 우린 상실한 사람과 그 사람에게서 상실한 것을 구별해야 한다고 한다. 또한 멜랑콜리아는 자존감의 저하와 자기 생각을 말로 분명히 표현하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게 상실된 것은 무엇인가란 생각들을 했던 것 같다. 상실이란 단어가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려졌다. 상실이라는 것이 어쩌면 허무와 공허를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구멍과 비어있는 무언가를 형성시키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상실이란 건 비어있음이 아닐까, 결핍된 것이 아닐까, 그냥 그런 생각들. 그러면 그 비어있는 공간을 우린 무언가로 채워야 할 것이고, 그 자리가 예술과 창조로 우릴 나아가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갈망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들. 내게도 예술과 창조적인 어떤 행위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난 그것을 갈망하는데..라는 생각들이 들었다. 이 책의 멜랑콜리아 환자를 묘사하는 부분들에 대해서 많은 공감을 했고, 많은 답답한 부분들이 해소되었던 것 같다. 실존과 관계되는 존재론적인 비난, 자기자신이 부적격하다는 것, 자기자신만을 탓하는 것..스스로를 꾸짖고 싶어하는 욕구..어쩌면 이런 욕구와 특징들이 내가 살아가는 것을, 내가 삶 안에 머무르려는 욕구를 저지시키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또한 살아간다는 것, 존재한다는 것에 대해 익숙하지 않단 느낌을 자아내는 것일런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런 자기비난은 내화된 다른 사람을 향한 비난이라고 한다. 내 안에도 '상실된 대상'이라는 것이 있을까. 그것은 무엇일까. '(상실된) 대상의 그림자가 자아에 드리워졌기 때문에'. 그 그림자를 찾고 싶다. 만약 내 안에도 그런 그림자가 있다면. 그래서 알고 싶다. 나는 무엇을 비난하고 싶은 것인지. 우울이 아주 오래전 부터 지속되어왔다는 것을 알기에.. 난 도대체 무엇을 비난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 비난은 때때로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나자신에게 상처를 지속적으로 주는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이 멜랑콜리아의 자기비난은 죄의식에 빠져 있다란 얘기가 나온다. 최악의 인간이고 사랑받을 가치도 없는 인간이며 대죄인이라는 확신. 이 문장을 보니,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이 떠오른다. 폐라는 말을 번복하는 나에게, 도움을 계속 쳐내기만 하는 나에게, 넌 너자신이 그런 도움을 받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언니의 말. 그렇다. 나는 .. 나자신에게 그럴 권리, 그럴 가치를 모두 다 빼앗아버렸다. 난 나자신을 자꾸 죄인으로 몰고가는 것 같다. 조금 더 깊은 감정안에선, 나의 존재조차도 죄로 몰고 간다. 그래야 모든 부정적인 말과 상황과 관계에 대해 해석할 수 있으니까, 란 나의 핑계를 덧붙이며. 그리고 부재는 결코 분노 없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단 얘기들, 분노는 의식 속으로 들어가지 못한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나는 분노를 느끼지 못한다. 나자신에 대한 분노는 느껴도, 다른 모든 것들에 대해 분노를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 억제할 뿐더러, 분노하지 못한다. 무쪼록 분노가 의식 속으로 들어가지 못한단 문장이 신기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애도에 대해서도 얘기하는데, 난 애도할 일이 일어난 적이 없는지라.. 공감하며 읽어내려가기는 힘이 들었다. 특히 난, 애도와 우울을 예술과 창조로 연결시킨다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 예술은 우리가 슬픔에 접근할 수 있게 하려고 존재한다고 한다. 또한 상실로부터 무언가가 창조될 수 있다는 얘기들. 상실은 결코 완전히 보상받을 수 없다는 얘기도 눈에 들어왔다. 또 상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단 얘기와 그렇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작가와 예술가가 보여준다는 얘기. 그런 작가와 예술가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작품들은, 내 안에 있는 무언가를 해방시키므로.

계속해서 많은 예들과 눈길이 가는 많은 문장들이 나의 내면속을 조금 더 가까이 들여볼 수 있게끔 해주었다. 조금 어렵다고 느끼기도 했지만, 그냥 몇 문장들이 나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었기 때문에, 실망은 없었다. 뻔한 말과 뻔한 해답이 아닌, 색다른 관점들과 새로운 사실들을 공감할 수 있는 선에서 얘기해주었다는 것이 너무나 좋았다. 결국 멜랑콜릭 주체들에게는 '그들을 해방시켜줄 시가 필요하다'란 얘기로 끝을 맺는다. 창조와 예술에 대한 가능성, 우리의 인식과 언어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불행의 놀라운 치유력이란 책이 많이 생각났는데, 이 책 역시 창조와 복원력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이런 책들을 통해, 또 이 책을 통해, 내가 느끼는 우울과 또 그것으로부터 비롯된 상실이라거나 결핍들이 .. 내게 해로움만을, 부정적인 것만을 주는 것은 아닐런지도 모른다는 생각. 내 삶이, 내가 겪는 과정들로 인해 완전히 패배한 것이 아닐런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냥 조그마한 가능성을 보았다. 이 책을 통해. 그리고 나의 내면을, 나의 감정을, 나의 생각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런지도 모르겠다. 무쪼록 난 이 책을 통해, 나의 많은 부분들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애도를 겪었던 사람들이나, 우울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세세히 읽어내려가기보다는, 전체적으로 혹은 포괄적으로 보는 게 더 편할 것 같다. 나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이해되지 않은 채로 넘기며 읽었다. 생각보다 어려운 부분들이 있기에. 가볍지 않은 책이기에, 더 가치를 느꼈던 책. 우울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얘기해준 책이 아닐까 생각되었던 책이다. 무쪼록 난 이 책을 통해 나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 것 같아, 좋다. 예술과 창조에 대한 가능성. 나의 우울을 보는 관점, 나의 과거를 보는 관점이 이 책으로 인해 달라진 거 같다. 우울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였던 책이다.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한 가치를 띄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네 여자집 2011-12-29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봤습니다.^^
 
오스카와 장미 할머니
에릭 엠마뉴앨 슈미트 지음, 김민정 옮김 / 열림원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삶과 죽음.. 그 어떤 경계에 서 있는, 한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쓴 책.

'하느님께'로 시작하는 각 장들.. 진실하고 진솔한 편지들.

 

길지 않은 책이지만, 강한 여운을 남긴다. 편지를 쓰는 오스카를 보며, 나도 하나님께 편지를 써야겠다란 생각이 잠시 들었다. 그리고 삶을 사랑하는 오스카를 보며, 자신의 남은 하루하루를 처음 본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오스카를 보며, 순수함과 아름다움을 느꼈다. 곳곳에 숨겨져있는 재치스런 표현들, 나의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듯한 문장들.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그런 책이었다.

이 책에선 하느님이라고 표현되어있지만, 나는 그것을 하나님으로 받아들이면서 읽어내려갔던 것 같다. 하느님은 네 생각과 정신 속으로 찾아오신다고 장미 할머니는 말한다. 보이지 않아서 답답했던 마음들, 느껴지지 않아서 답답했던 마음들. 그러나 네 생각과 정신 속으로 오신단다. 나의 내면을 통해 말씀하신단다. 그러니 잘 귀기울여보아야 겠다. 내면으로 통해 말씀하시는 분이시니. 그리고 이제 오스카는 하루가 지나면 열살씩 나이를 먹는다. 장미 할머니의 권유로. 정말 열 살씩, 그렇게.. 그렇게 나이를 먹는 듯, 얘기한다. 오스카는 그냥 그것을 받아들인 거 같다. 나는 열 살씩 나이를 먹고, 내겐 12일이 남아있다는 사실. 오스카에게 남겨진 12일은 어떤 의미가 되었을까. 사랑을 경험하고, 장미 할머니와의 얘기를 통해 많은 걸 알아가고, 하느님과도 함께했던 시간들. 짧은 시간일런지 모르지만, 오스카는 그 시간동안 최선을 다해 살았던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하느님을 갈망하고, 하느님이 찾아와주시기를 바라는 오스카. 많이 불안하지 않았을까. 남겨진 12일동안 오스카에게도 두려움이란 게 있지 않았을까. 중간에 장미 할머니는 이런 얘기를 한다. 두려워하지 말고 믿으라고. 믿음을 가지라고. 믿음의 영역과 두려움의 영역은 언제나 대치하고 있단 생각이 든다.어쨌든, 오스카는 겁이 날 때마다 믿음을 갖기로 한다. 나도 겁이 날 때면, 믿음을 가져야 겠다. 갑자기 믿음이라는 것이 궁금해졌다. 난 언제나 두려움을 느끼는데, 믿음이란 무엇일까. 믿는다는 건 무엇일까. 하고.. 그리고 삶에 대한 얘기들. 삶에는 사는 것 외에 다른 해답이 없는 거 같다는 얘길 한다. 근데 산다는 것이 왜 그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것인지. 그저 산다는 것이 왜 그렇게 많은 것들이 필요하고, 많은 것들을 수용해나아가야만 하는지. 그럼에도 삶을 살아내가야 하는 것. 우리가 살아있는 한 그저 삶이란 것을 수용해야만 하는 것. 삶에는 사는 것 외에 다른 해답이 없는 것 같단 말이 내겐 왜 그렇게 어렵게 들리는 지 모르겠다. 그리고 삶은 잠시 빌린 거라고, 하는 오스카. 삶은 희한한 선물이라는 것. 내겐 삶이 어떻게 선물이 될 수 있는지 잘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오스카는 삶이 희한한 선물이란다. 나도 언젠가 오스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까, 순수함을 가지고.. 두려움을 버리고.. 그렇게 오스카의 시각으로 살아나갈 수 있을까.

이쁜 책이다. 이 책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와 만남의 소중함을 얘기한다. 옮긴이 말에 의하면.

그런 측면으로도 볼 수 있겠구나, 생각된다. 나는 오스카가 만난 하느님, 그리고 삶과 죽음에 대한 얘기들에 집중해 보았다. 아니, 그런 부분들이 내 눈에 계속 들어왔다. 또 두려움에 대한 문장들이 머릿속에 남는다. 다시 읽어보며 오스카가 맺고있는 관계에 집중하여 한 번 더 생각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을 가볍게 하는 책이다. 나의 맘도 오스카와 같은 시선과 생각들로 전염시키는 책이다. 깔끔하게 쓰여졌다. 아니, 읽으면서 그런 기분이 들었다. 깔끔하다. 정돈되어 있는 것 같다... 라는 생각들. 삶과 죽음에 대해 오스카와 같은 시선으로 보는 게 어떠하냐고, 하루하루를 오스카처럼 살아가보는 건 어떠하냐고, 오스카처럼 관계를 맺어가며 세상을 바라보는 건 어떠하냐고, 독자에게 권하고 싶다. 훨씬 맘이 가벼워질 것이다. 나는, 나는..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마음이 가벼워졌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이병연 글.그림 / 어문학사 / 201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가족 안에서의 상처에 대해 얘기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책.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믿는 하나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출구가 없다 여겼던 내 안에서 출구를 찾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책은 생각보다 깊다. 한 문장, 한 문장들이... 비유를 통해 쓰여진 것처럼.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되고, 한 번 더 뒤돌아보게끔 만든다. 그리고 난.. 이 책의 신비란 인물에 나자신을 투영하며 읽어내려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신비같이 다가왔고, 하나님이 신비에게 다가오신 것처럼.. 내게도 그렇게 다가오시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직접적으로 표출되지는 않지만, 은은하고 잔잔하게.. 마치 실루엣에 가려진 것처럼, 그렇게 이 책 속엔 하나님이 숨어있다. 맨 처음에 신비는 한 노인을 만나게 된다. '생의 여행이 끝나는 먼 훗날'이란 부분을 보며, 우리가 돌아갈 천국이란 곳에 대해 얘기하는 것 같았다. 이 책의 제목에서 '집'이란, 돌아가야 할 집이란, 천국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 하다. 나도 잠시나마 그 곳을 그려볼 수 있었다. 그리고 엄마에 대한, 떠난 엄마에 대한 기억들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엄마에 대한 그리움, 갈망.... 나도 누군가를 갈망하고, 그리워한다. 신비는 실제적인 엄마를 갈망하지만, 난 내가 원했던 부모님을, 그리고 아빠라는 존재를 어렴풋이 상상해내며 그리워하고 있는 것 같다. 뭐랄까. 텅 빈 공허가 만져지는 듯한, 그런 느낌. 가족에 대해 생각한다면, 그런 공허가 깊이 다가온다. 어쨌든 신비는 자신을 떠난 엄마를 사랑한단다. 아무 이유도 조건도 없이 사랑한단다. 내겐 사랑이 너무나 어려운데, 신비란 인물은 참 착하다. 그리고 어려운 길을 택한다. 내가 보기엔,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어려운 길인 것 같다. 신비는 그리고 강가에서 그를 만났고, 느낀다. 헤어지는 게 아니라고,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면 된다고, 그 목소리는 이야기한다. 빛을 잃지 말라고... 세상을 창조한 하나님. 그가 날 만드셨고, 날 이곳으로 보내셨다. 헤어지는 게 아니란다. 나는 심판에 대한, 사후세계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주님을 바라보곤 하기도 하는데... 헤어지는 게 아니라고 하신다. 나도 신비가 말한 것처럼, 그분과 영원히 살고 싶다. 그리고 이야기를 이어가자면, 아빠와 신비의 대화들이 나온다. 신비의 나이에 비해, 성숙한 질문들을 한다. 그리움이 무엇이냐는 질문. 그립다는 건 사랑한단 뜻이란다. 그런 질문들 후에, 떠나간 엄마를 만난다. 죄책감으로 기도한 엄마, 두려워하는 엄마, 미안하다고 말하는 엄마. 분리가 가져다주는 것은, 아픔인 것 같다. 어떤 형식이로든, 그것이 옳았든.. 옳지 않았든, 분리라는 것은 아픔이다. 아픔이 된다. 나는 그 분리라는 것이 두렵다. 그리고 그 분리로 인해, 엄마와 신비는 힘들어하고 있다. ... 그리고 아빠와 신비의 시간들, 자연에 대한 얘기들을 한다. 특히 이 책에선 별이란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내 눈에 띈 문장은 '내가 태어나지 않았다면...정말로 내가 없었다면...'으로 시작하는 문장들. 그런 죄책감은 나에게도 언제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죄책감들이 하나둘 씩 모여서, 내 안의 알 수 없는 고집들을 형성해가는 것 같기도 하다. 슬프다. 자기자신의 존재에 대해 부정해야만 하는 것, 자기자신의 존재가 누군가에게 아픔이 되었다는 것, 자기자신의 존재가 누군가를 한정짓게 했다는 것. 슬픈 일이다. 나도 부모에 대해 가장 크게 느끼고, 그 다음엔 타인으로부터 느낀다. 그래서 폐가 되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는데, 그저 그것은 무의미한 고집일 뿐이란 걸 매번 깨닫는다. 사람은 폐를 끼치지 않고 살 수 없다고 누군가가 말했었다. 그리고 폐를 끼치지 않을 수 있다는 건, 관계하지 않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는 것을. 인간은 관계되지 않고 살아갈 수 없는 존재. 결론적으로 나의 고집일 뿐이었다. 나의 편의일런지도 모른다. 그리고 태양이란 인물이 등장한다. 잠시동안은 환상같은 일들이 벌어진다. 이 책은 현실과 하늘나라를 오가는 듯한 전개들이 이루어진다. 두려워하지 말라고, 두려움을 버리라고.. 얘기하는 그. 이 책에서의 그란, 마치 하나님을 묘사하는 것 같다. 그가 나를 지켜준다고 한다. 그가 신비를 지켜준다고 한다. .... 꽃들이 이야기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우리는 사랑없이 살아갈 수 없는 존재라는, 자기앞의 생에서의 모모와 같은 말을 한다. 그 책에도 사랑에 대한 얘기들을 했던 것 같다. 사랑이란 것은, 인간의 감정중에 가장 깊고 아름다운 감정인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그리고 교회가 등장한다. 태양이와 함께 간 교회에서, 신비는 하나님을 만난다. 그리고 자신의 엄마도 본다. 아빠의 모습 같았다는, 하나님. 그렇다. 하나님은 우리의 아빠되신다. .... 그 곳에서 주님은 신비를 만지시는 것 같다. 신비의 마음을, 고통스런 어둠 속에서 빛으로 인도하시는 것 같았다. 그리고 신비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과 사람들을 용서하고, 용납해간다. 하나님의 사랑, 하나님의 성품, 하나님의 나라에 대해 묘사하고, 그려내간다. 그 속에서, 신비와 신비의 주윗 사람도 치유와 사랑안으로 들어간다. 사랑. 그렇다. 사랑이신 하나님 안에 거하고, 또 그 사랑을 흘려보낸다.

맨 마지막의 꽃, 대지, 태양의 이야기에서... 태양은 마치 하나님을 비유하고, 꽃은 신비를, 그리고 대지는 아빠 혹은 엄마를 비유한 것 같단 생각으로 읽었다. 짧지만 이쁜 이야기이다. 아름다운 이야기로 다가왔다. "상상이 가? 이 우주에서 가장 강한 심장을 가지고 있는 태양이 눈물을 흘린다는 게?".... "어느 날 꽃은 결심했어. 새로운 대지를 찾아 나서야겠다고 말이야. 이렇게 시들어만 갈 수는 없다고 말이지. 자신을 그토록 사랑하는 태양을 위해서도 말이야. 이제는 스스로 선택할 시기가 왔음을 깨달은 거지." 대지는 무엇을 비유했는지, 사실 잘 모르겠다. 우리의 삶 같기도 하고, 환경 같기도 하고, 부모님 같기도 하고. 어쨌든 꽃은 새로운 대지를 찾아나서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무엇을 위해..? 날 그토록 사랑하시는 하나님을 위해. 아빠를 위해. ....

 

무언가 에둘러 얘기하는 듯한, 그래서 더 깊이있게 다가왔던 책.

알 수 없는 보석과 비밀스런 얘기들이, 숨박꼭질하듯 감춰져 있던 책.

 

내게 잔잔한 감동과, 잔잔한 위로를 건네준다.

묘사가 참 잘 되있으며, 이야기의 구성과 흐름도 좋았다고 말하고 싶다.

무엇보다 사랑에 대해 생각하고, 용서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던 책이다.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