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발가벗기기 - 교육전문가 10인이 말하는 학원시대 생존전략
이범 외 지음 / 와이즈멘토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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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즘은 학교와 학원을 병행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시되다보니, 학원을 다니지 않는다고 하면 어른이나 아이나 이상한 시선을 보낸다. 그러나, 나는 초등학교의 학습내용이 아이들 스스로의 힘으로 공부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되기에 학원을 꼭 다녀야 하는 건지 아직도 의문을 품는다.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정말로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 정도가 되면 그때 학원에 보낼 생각이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내 자신의 경험상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을 듣는 것만으로는 학습내용이 내 것이 되지 않았고, 혼자 하는 공부의 과정이 반드시 필요했던 경험에 따른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모두 10명이다. 각기 학원에 대해 여러 관점에서 좋은 얘기들을 들려주고 있으며, 다 읽은 후 학원에 보내느냐 보내지 않느냐의 결정은 독자의 몫이다. 일방적으로 학원은 나쁘다는 단편적인 내용은 결코 아니다.
10명의 글에 흐르고 있는 일맥상통한 얘기는 학원에 다니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너무나 많은 학원에 다니느라 자기 스스로의 학습시간을 낼 수가 없으면 그것이 나쁜 점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저자 중 조남호님의 글이 이 점을 명확히 알려 준다.
개념 이해를 1차와 2차로 나눈다면, 1차는 'understand-text 이해'이고, 2차 단계는 'have-심화이해'라 할 수 있는데, 학원에 다니면서 선생님의 강의를 듣는 것은 1차적 이해이고, 이것을 완전히 이해하는 단계인 2차 단계는 스스로 공부하는 과정인 self-study의 시간을 거치면서 완성된다는 것이다.

서울대에 다니는 학생과 보통 학생을 비교해 봤을 때, 서울대 학생들의 self-study 시간이 확연히 길었음을 그래프상에서 볼 수 있었다. 즉,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은 하루 3시간 이상 꾸준히 self-study의 시간을 가졌음이 나타났다.

더불어, 이런 습관에 익숙하지 않고, 학원에서 하는 공부에 맞춰 타율적으로 따라가다 보면 학습내용의 난이도가 상승되는 고등학교 입학시기와 고2 후반에 성적이 내려가는 사례가 있음을 설명한다.

학부모들은 학력고사의 세대이다. 문제가 단편적이었고 문제를 읽는 시간도 얼마 소요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수능은 다르다. 학력고사 문제와 수능 문제를 비교해놓은 것을 보니, 수능 문제는 이해하는 데만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 여러 개념의 문제를 복합적으로 다루고 있음이 보여졌다. 문제가 예전과 다른 성향을 보이고 있으므로 암기가 아닌 이해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는 풀기 힘들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self-study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 과정이란 내용에 정신이 번쩍 든다.

이 외에도 학원 원장님이 말씀하시는 학원 선별법, 한의원 원장님이 쓰신 수험생의 건강 측면에서의 유용한 내용, 독서와 논술 공부, 영어교육에 관한 내용 등 학원과 공부방법에 대한 전문가 분들의 시각을 알아볼 수 있어 도움이 많이 되는 책이다. 아이가 커가면서 학습방법에 대한 마음의 중심이 흔들릴 때마다 수시로 꺼내 읽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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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에게 보내는 편지
대니얼 고틀립 지음, 이문재.김명희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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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교통사고로 반신불수, 이혼, 자폐증인 손자, 이중 하나만 닥쳐도 견디기 힘든 나날일 텐데, 이런 모든 시련 속에서도 굳건히 자신을 지키고 사랑을 나눠주는 대니얼 고틀립이 쓴 책이다. 책을 읽기 전부터 이 분은 어떤 경지 위에 올라선 채,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관조하고 있을 거라는 짐작을 했다. 어려운 과정을 통과하며 상처럼 받게 된 여유와 지혜를 나눠주면서 말이다.

교회를 다니지는 않지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자고 하나님은 한 사람에게 이런 고통을 몰아서 주셨을까?'
아마도 고통을 견디고 승화시켜 사랑을 가꿀 줄 아는 사람인 것을 아셨나보다. 이렇게 책을 써서 많은 사람들이 생에 대한 교훈을 얻게 되리라는 것도.

목뼈가 부러져 두개골이 나사에 박혀 고정되어 있는 채로 병원에 누워 다시는 깨어나고 싶지 않았을 때, 그런 사람의 고충은 모른 채 자신의 사랑 실패담을 얘기하며 심리치료를 바라는 여자가 있었다. 얼핏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다고 느껴진 그 여자로 인해 대니얼 고틀립은 그녀의 고통만을 느끼고 걱정하며 도움이 되어준다. 그리고, 아직 자신은 세상에 쓸모있는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증오와 미움도 물론 있었다. 다신 두 발로 일어설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했고, 화를 냈다. 이런 자신을 버려두고 이혼하겠다는 부인 샌디에게 분노했고, 논문을 쓰며 골프치는 일을 즐기던 과거를 생각할수록 우울증이 온몸을 감쌌다. 

그러나, 현명한 그는 좌절의 순간이 지나갈 뿐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우울증이라는 이름의 호랑이를 두려워하지만, 왔다 가는 것이란 걸 알기에 그 정도는 견디며 살 수 있다고 말한다. 호랑이 또한 자신의 일부이므로 호랑이를 외면하지 말고 반갑게 맞이하여 귀기울이면 사실 별로 두려운 대상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는 말이다.

수십 년 수행을 해온 스님조차 마음 풍경이 어떠하냐는 질문에 "어떨 때는 소란스레 흐르고 또 어떨 때는 잔잔하지요. 때로는 밝은 빛 같기도 하구요."라고 대답한다. 마음의 변화를 겪는다는 것은 살아있는 증거이며, 붙잡아 앉힐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은 내게 많은 위안을 준다. 내 안의 호랑이도 그렇게 지나갈 뿐일 테니.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아 불평 불만이던 소녀를 상담하는 시간, 하필이면 그때 도뇨관이 새어 소변으로 대니얼 고틀립의 바지가 흥건하게 젖어 버린다. 잠시 당황하던 소녀는 일어나 저자를 꼭 안아준다.
서로 치료하고 치료받는 시간.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중에 발휘되는 위대한 힘의 존재를 진하게 느끼게 해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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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몽의 나라 - 이천 년을 이어 온 고구려 건국 이야기 샘깊은 오늘고전 1
이규보 원작, 조호상 글, 조혜란 그림 / 알마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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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위한 고전 시리즈 '샘깊은 오늘고전' 중에서 첫번째 이야기 '주몽의 나라'를 만났다. 표지를 만지니 실크같은 느낌이 들었고, 두께는 얇지만 양장본에 책 사이 띠까지 갖추고 있다. 고급스러운 느낌이 담박에 묻어난다.

이규보가 쓴 '동명왕편'이란 서사시를 다시 아이들이 읽기 좋게 다듬어서 펴냈다. 이규보는 처음에 주몽에 관한 신화가 허황된 이야기라고 생각했었지만, 중국의 역사책 속에 짤막하게 실린 동명왕에 관한 내용과 그외 우리 역사책 중 다른 책 속에 실린 동명왕의 자취를 거듭 읽으면서 어지럽고 기괴한 이야기가 아니라 성스러운 우리의 역사라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고 한다. 금나라와 몽골간의 사이에서 어지러웠던 고려의 현실을 껴쳐 나가고자 민족의 자부심을 지키는 방편으로 동명왕편을 저술한 당시 이규보의 나이는 26세였다고 하니, 꽤나 젊은 나이에 뚜렷한 업적을 남긴 것이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하늘의 아들 해모수와 물신의 딸 유화 사이에서 태어난 주몽이 배다른 형제들로부터 가해지는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집을 떠나 새 왕국을 세우고, 작은 왕국을 원대한 나라로 만드는 과정이 재미나게 펼쳐진다. 주몽을 닮아 지략이 뛰어나고 용감한 아들 유리가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일곱 고개 일곱 골짜기 돌 위에 서 있는 소나무라는 힌트를 풀어내어 징표를 찾아내는 부분을 어렸을 때 수수께끼 풀듯이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동명왕의 모습은 선하고 착한 선인이라기보다는 지략을 앞세우는 용맹한 장군의 모습에 가깝다. 더 큰 나라를 만들기 위해 비류수의 송양과 옥신각신하다 하늘의 힘으로 큰 비를 내리게 하는 등, 상대방의 나라를 복속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책략을 벌이는 이야기가 나온다. 일면 슬기롭고 담대하면서도 하나의 목적을 위해 결코 물러서지 않는 투지를 보여준다.

하늘과 통해있는 왕을 모셨던 나라의 자손으로서 긍지를 심어주는 동명왕편 이야기는 어렸을 때 삼국유사나 사기에서 읽었던 짤막한 일화보다 내용이 자세하게 나와있어 모르던 부분까지 알 수 있어 좋다. 이미 드라마를 통해 아이들에게 인지도가 있는 주몽이지만, 책 한권을 오롯이 읽음으로써 상상력과 함께 고전의 재미에 빠질 수 있게 될 것 같다. 다른 이야기도 더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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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세상의 중심으로 키워라
마츠나가 노부후미 지음, 이수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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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어려서 온갖 귀여움와 티없는 눈웃음으로 부모를 즐겁게 해주었던 딸들.

  눈에 넣어도 안아프다는 말이 이런 거구나 생각될 만큼 피로회복 역할을 톡톡히 해주던 딸들이 어느덧 자라나 자기만의 세계를 가질 나이가 되어 더이상 예전의 앙증맞은 귀여움을 바랄 순 없다 해도, 그 딸들이 곱게 자라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생각해 오던 것은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내가 어떻게 도와주면 될까였다. 공부를 잘 하는 순서대로 행복과 성공이 따라오는 것은 살아온 경험으로 봤을 때에도 결코 아니었고, 올바른 판단력과 반듯한 성품으로 세상을 바르게 보는 눈을 가진 총명한 모습이라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적성을 제때 살려 하고픈 일을 찾아 그 분야에서 성공하게끔 뒷받침해주려면 평소 아이와의 많은 교감이 있어야 하고 아이의 상태를 꿰뚫어볼 수 있는 관심이 필요할 것이란 생각을 가지고 있던 차에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처음 읽어나갈 땐 작가가 여자이겠거니 했었다. 그만큼 여자들의 특성과 성향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놀랍게도 남자였다. 아마도 아이들을 오랜 세월 가르친 경험에서 축적된 노하우로 이런 결과물을 낼 수 있었나보다. 소제목만 읽어도 공감이 되며, 내용 또한 막연하게 생각되던 것들을 구체적으로 정의를 내리듯이 명쾌해서 맞장구를 쳐가며 읽을 수 있었다. 주옥같은 내용 중에서 몇 가지만 꼽아본다면 다음과 같다. 

'멀리 보는 아들, 가까운 곳만 보는 딸'
아들과 딸의 성향은 분명 차이가 있다. 똑같은 현상을 대하고도 느낌을 중시하는 딸과 실체를 확인하고 싶어하는 아들처럼 그 차이가 존재하는데, 이러한 특성을 미리 잘 파악하고 적합한 대응과 교육을 한다면 우리의 딸아이들을 조금이라도 더 현명하게 교육시킬 수 있을 것이다. 

 딸의 인생에는 역전홈런이 없다. 
초등학교때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는데 중학교에 가서 갑자기 공부를 잘 하거나 그 반대인 경우는 동창들은 거의 남자였다. 딸들은 거의 어렸을 때 영리하고 바르단 얘기를 듣던 아이가 그대로 간다는 것, 동감한다.

딸의 인생은 습관으로 결정된다.
딸들은 한번 몸에 밴 습관을 좀처럼 버리지 못한다. 그러므로 바른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 잔소리라 여겨진다 하더라도 일일이 지적을 해야 한다.

 부모의 단호한 태도가 딸의 논리성을 키운다.
제멋대로 구는 아이를 다 받아주면 논리성이 발달하지 못한다. 싫다는 것에 대한 근거를 대게 하여 논리적 사고를 길러주어야 한다.

 집안일을 함께 하면 순발력이 생긴다.
집안일을 하며 쌓은 판단력과 경험은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주어 살아가면서 겪는 문제나 공부에 있어서도 많은 도움이 된다.

  어떤 방향으로 딸을 교육시켜야 할지 똑떨어지게 감이 잡히게 하는, 딸들을 그리고 그 부모를 위한 책이다. 
  최고는 아니더라도 탄탄한 중심에 바로 서서 앞으로 나아가는 딸아이의 모습을 보고 싶다. 딸의 행복은 엄마의 교육법으로 결정된다는 저자의 말처럼 나부터 중심잡고 바른 교육법으로 이끌어나가야겠다는 각오를 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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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청년 2007-11-21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21세기북스의 책을 사랑(?)해주셔서 무척 감사드립니다.
이번달에 21세기북스에서 신간이 많이 나오는데, 오셔서 관심있게 봐주셨으면 하네요...^^
매일매일 한분께 책을 선물해드리고 있으며, 수시로 서평단을 모집하기도 합니다.
카페로 놀러오셔서, 좋은 책과 사람들을 만나시길 바래요^^
카페 주소 : cafe.naver.com/21cbook

동네청년 2007-11-21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21세기북스의 책을 사랑(?)해주셔서 무척 감사드립니다.
이번달에 21세기북스에서 신간이 많이 나오는데, 오셔서 관심있게 봐주셨으면 하네요...^^
매일매일 한분께 책을 선물해드리고 있으며, 수시로 서평단을 모집하기도 합니다.
카페로 놀러오셔서, 좋은 책과 사람들을 만나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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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
로버트 해리스 지음, 박아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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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나라가 한창 영토다툼을 벌이고 있었던 삼국시대에 이미 화려한 문명의 혜택을 누리고 있었던 폼페이.
"하나의 도시를 완전무결하게 보전하는 방법으로 도시를 화산재로 덮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는 어느 학자의 말은 얼핏 잔인하게 들리기도 하지만, 폼페이는 그들이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간에 로마제국의 찬란한 문명을 후세에 남겨 귀중한 연구 자료가 되고 있다.

로버트 해리스의 소설 '폼페이'는 화산 폭발 이틀 전인 8월 22일부터 마지막날인 25일까지의 나흘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간 벌어졌던 많은 일들이 고작 나흘간에 일어났던 일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급박하게 돌아갔던 상황이었다.
베수비우스 화산 폭발이라는 흥미있는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그에 못지 않게 생생했던 것은 각 등장인물의 성격이었다. 인물마다 사실적이고 실감나게 그려져 마치 내가 그들 속으로 들어가 바라보듯, 소설을 실감나게 만들어주었다.

주인공인 아틸리우스는 조상 대대로 수도교 기술자로 일해온 가문의 태생이다. 성품이 곧고 바르되 남의 일에 나서길 좋아하는 타입은 아니었다. 그러나 운명처럼 코렐리아 집안의 일에 끼어들게 되면서, 평소부터 지니고 있던 정의감과 코렐리우스에 대한 애틋한 감정이 아틸리우스를 한결 더 용감한 사람으로 거듭나게 했던 것 같다.
코렐리아는 당당하고 용감하다. 혈연에 묶여 운명이라 체념할만도 한 상황에서조차 부패하고 잔인한 아버지에게 맞서는 강인함을 보여주었다. 로마시대에 여성들의 지위는 남성들에 비해 눈에 띄게 낮았지만, 아버지의 기밀서류를 훔쳐 말 한 필과 함께 도주할 만큼 거침없던 여성이었다. 그러면서도 다정하다. 아버지에게 억울하게 죽음을 당하게 될 집안 노예를 돕기 위해 제일처럼 발벗고 나섰다가 아틸리우스와 만남을 가지게 된다.
노예출신이었다가 거부가 된 암플리아투스는 오래전 지진으로 사람들이 도시를 떠났을 때 임자 없어진 땅에 집을 지어 팔면서 큰돈을 모았다. 이런 부정직한 행위 뒷면에는 항상 그렇듯이 관리에게 주는 뇌물, 결탁이란 것이 존재했다. 우리 사회에도 파헤쳐보면 속속 들어날 만한 전형적인 인물이다.
플리니우스는 나폴리만의 해군 제독으로 재임했던 실존 인물이다. 책에서처럼 '박물지'를 집필했었고, 화산 폭발때 현지에서 죽은 것도 사실이다.
그 밖에도 명예를 탐하며 시기하는 인물과, 후세에게 전해질 도서들을 생명보다 더 중히 여겼던 여인 등 톡톡 살아 움직이는 인물들이 책 속에서 숨을 쉰다.

먼 옛날, 많은 사람들의 꿈과 생명을 고스란히 묻어둔 폼페이는 1500년이 지나서야 발견되어졌다.
이 책을 읽으면서부터는, 번성했던 도시가 화산재에 파묻혀 오랜 세월 후에 발굴되었다는 놀라운 사건에 대한 그간의 호기심을 넘어서서 마치 타임머신을 탄 것처럼 당시로 한발짝 들어가는 느낌을 받는다. 세간에서 말하듯이 오만한 자들에게 내리는 형벌이라는 시각보다는 살아 숨쉬던 인간상과 애환 속으로 다가가 폼페이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진다니, 이제는 화면 속에서 폼페이를 만나게 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미처 대비할 새도 없이 생과 이별을 하게 된 그들에게는 먼 훗날 미래의 사람들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 아무 의미없는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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