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몽의 나라 - 이천 년을 이어 온 고구려 건국 이야기 샘깊은 오늘고전 1
이규보 원작, 조호상 글, 조혜란 그림 / 알마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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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위한 고전 시리즈 '샘깊은 오늘고전' 중에서 첫번째 이야기 '주몽의 나라'를 만났다. 표지를 만지니 실크같은 느낌이 들었고, 두께는 얇지만 양장본에 책 사이 띠까지 갖추고 있다. 고급스러운 느낌이 담박에 묻어난다.

이규보가 쓴 '동명왕편'이란 서사시를 다시 아이들이 읽기 좋게 다듬어서 펴냈다. 이규보는 처음에 주몽에 관한 신화가 허황된 이야기라고 생각했었지만, 중국의 역사책 속에 짤막하게 실린 동명왕에 관한 내용과 그외 우리 역사책 중 다른 책 속에 실린 동명왕의 자취를 거듭 읽으면서 어지럽고 기괴한 이야기가 아니라 성스러운 우리의 역사라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고 한다. 금나라와 몽골간의 사이에서 어지러웠던 고려의 현실을 껴쳐 나가고자 민족의 자부심을 지키는 방편으로 동명왕편을 저술한 당시 이규보의 나이는 26세였다고 하니, 꽤나 젊은 나이에 뚜렷한 업적을 남긴 것이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하늘의 아들 해모수와 물신의 딸 유화 사이에서 태어난 주몽이 배다른 형제들로부터 가해지는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집을 떠나 새 왕국을 세우고, 작은 왕국을 원대한 나라로 만드는 과정이 재미나게 펼쳐진다. 주몽을 닮아 지략이 뛰어나고 용감한 아들 유리가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일곱 고개 일곱 골짜기 돌 위에 서 있는 소나무라는 힌트를 풀어내어 징표를 찾아내는 부분을 어렸을 때 수수께끼 풀듯이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동명왕의 모습은 선하고 착한 선인이라기보다는 지략을 앞세우는 용맹한 장군의 모습에 가깝다. 더 큰 나라를 만들기 위해 비류수의 송양과 옥신각신하다 하늘의 힘으로 큰 비를 내리게 하는 등, 상대방의 나라를 복속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책략을 벌이는 이야기가 나온다. 일면 슬기롭고 담대하면서도 하나의 목적을 위해 결코 물러서지 않는 투지를 보여준다.

하늘과 통해있는 왕을 모셨던 나라의 자손으로서 긍지를 심어주는 동명왕편 이야기는 어렸을 때 삼국유사나 사기에서 읽었던 짤막한 일화보다 내용이 자세하게 나와있어 모르던 부분까지 알 수 있어 좋다. 이미 드라마를 통해 아이들에게 인지도가 있는 주몽이지만, 책 한권을 오롯이 읽음으로써 상상력과 함께 고전의 재미에 빠질 수 있게 될 것 같다. 다른 이야기도 더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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