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5%로 가는 물리교실 2 - 기초 물리(하)
신학수 외 지음, 민은정 그림 / 스콜라(위즈덤하우스)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지난번에 '상위 5%로 가는 화학교실1'을 읽고, 이 시리즈에 대하여 신뢰와 믿음 같은 것이 생기게 되었다. '물리교실 2' 역시 알찬 내용과 요점을 확실히 이해하게 하는 설명, 풍부한 예시가 제시되어 있어 5% 시리즈의 명성을 이어나간다.

기초물리 하편에 해당되는 '물리 2'는 빛의 세계, 반사, 굴절, 합성, 전류, 전압, 자기장, 전자기파 등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올해 아이가 중학생이 되고 나서 과학 시간에 입사각과 반사각이란 것에 대해 배웠는데, 이론이 이해가 잘 되지 않았는지 도움을 청하여 함께 공부를 했던 적이 있었다. 마침 '빛의 반사' 단원에서 이 내용이 나와 매우 반가웠다. 이해하기 쉬운 서술형 설명과 그림, 사진을 함께 보면 참고서로 공부했을 때와는 달리 원리의 이해가 잘 된다. 

소단원이 끝날 때마다 나오는, 지식의 폭을 넓히는 내용인 '확장 교양' 코너의 설명 역시 깔끔하다. '의사들의 수술복이 초록색인 이유'처럼 실생활에서 배운 내용을 검증할 수 있는 내용이 소개되어 있는데, 수술시 피의 색깔로 인해 빨간색을 감지하는 원추세포의 기능이 떨어지지만 파란색이나 초록색을 감지하는 원추세포는 여전히 활력을 지녀 균형이 깨지게 되어 잔상효과를 경험하게 되는데, 잔상이 의사의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것을 막기 위해 수술복 자체를 초록색으로 입는다는 내용이다. 이 내용은 다른 매체에서도 종종 상식처럼 소개된 내용이긴 하나, 이 책의 설명은 이해하기가 쉽게 쏙쏙 들어온다.

'You Know What'에서는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뛰어난 발명가였던 테슬라라는 과학자가 에디슨의 시기로 인해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내용은 처음 듣는 얘기여서 발명왕 에디슨의 다른 면모를 알게 되었고, 알려지지 않은 인재들을 발굴하여 그들의 생애 또한 귀감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교때부터 아이가 헷갈려 하던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자기장과 전류의 방향에 대한 것이다. 오른손의 엄지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이 전류의 방향이 된다는 내용으로, 이해가 안되어 암기하다시피 해서 공부를 했었다. 이른바 '앙페르의 오른손 법칙'인데 책에서는 이것을 오른나사의 법칙과 함께 그림으로 설명해 놓았고, 코일이 만드는 자기장에서 엄지손가락이 자기장의 방향을 가리키는 사례 또한 그림으로 속시원히 나타내었다.

지구 자기장에 대한 설명도 너무 잘 되어 있다. 나침반은 왜 항상 북쪽을 가리킬까? 지구가 하나의 거대한 자석이기 때문이다. 보통 교재로 공부를 하다 보면 여기에서 의문에 빠지게 된다. 왜 지구가 자석이라는 거지? 그것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기 때문에 그냥 지구는 자석이라고 암기하고 마는데, 책에는 지구 자기장의 원인으로 가설을 설명하고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임을 짚어낸다. 속이 시원한 설명이다. 그러면서 뒤의 'You Know What'에서 지구 자기장에 영향받는 동물들의 행동을 설명하여 완벽한 마무리로 끝낸다. 

부록인 '논술로 다시 읽는 기초물리'의 '토론 전개 순서'도 감탄할 정도로 내용이 좋다. 대할 때마다 감동으로 다가오는 '5% 총서'이다. 깔끔한 설명으로 과학이론 이해에 도움을 주신 집필자 선생님들께 감사드리고 싶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마천 2008-07-14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잘 참조하겠습니다.
 
기꺼이 길을 잃어라 - 시각장애인 마이크 메이의 빛을 향한 모험과 도전
로버트 커슨 지음, 김희진 옮김 / 열음사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대단한 정신력을 가진 경탄할 만한 사람들을 한 권의 책에서 만나며,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슬쩍 되돌아보게 된다. 교훈과 재미, 존경의 감정을 골고루 느끼게 하는 이 책은 실화를 소설처럼 꾸몄고, 현재와 과거가 교차되는 구성을 택해 오늘의 마이크 메이를 있게 한 원동력이 무엇이었는지 알게 한다.

세 살때 사고로 시력을 잃은 마이크 메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예상하는 시각장애인의 삶과는 달리 일반인들도 누리기 힘든 역동적인 삶을 산다. 자전거와 말을 탈 줄 알고, 활강스키의 세계기록 보유자이며, 직접 회사를 운영하는 경영자이다. 그의 두려움 없는 도전정신은 어디서 나왔을까? 바로 어렸을 때의 교육에서 그 답을 찾는다. 

마이크 메이의 어머니는 그를 일반학교에서 교육시키기 위해 아들을 받아줄 학교를 억척스레 찾아다녔다. 1년 중에서 50주는 앞을 보는 사람들과 지내게 했고, 단 2주만 시각장애인에게 독립심을 심어주는 여름캠프에 보냈다. 메이가 자전거를 타고 시내까지 혼자 다녀와도 되겠냐고 물었을 때, 그녀는 마음 속의 반대를 무릅쓰고 아무렇지 않은 듯 주의사항을 일러줬을 뿐이다. 한 시간, 두 시간이 지나고 세 시간이 지나서야 메이는 별일 없었던 듯이 무심하게 들어왔는데, 그녀는 일반 어머니들의 반응과는 달리 장하다거나 잘 했다는 칭찬조차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이 일이 특별한 사건으로 생각되기를 바라지 않아서이다. 메이의 거리낌없는 추진력은 어머니의 교육방침이 일조한 바가 클 것이다.

그의 아내인 제니퍼 역시 대단한 사람이다. 부부가 결혼 7년만에 갈등을 빚으며, 함께 있는 것이 따로 사는 것보다 불편하다고 느꼈을 때, 이혼을 얘기하는 메이를 계속해서 다잡는다. 아직 끝이 아니고 희망이 있으며 방법이 있을 거라고 메이를 잡는 제니퍼의 말대로 그들은 위기를 넘겼고 지금도 다정한 부부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남편이 세상 모든 것을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다른 여자를 바라보는 것에 질투하지 않으며, 심지어 누드해변에까지 동행하는 마음 넓은 여자이다.

메이는 굿맨박사로부터 줄기세포를 이용해 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거라는 사실을 듣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수술이 그렇듯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할 부분이 있었다. 시각장애인으로서 별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던 그는 한참 고민하다 수술을 받게 되는데, 그 이유는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는 것이 어떤 것인지 체험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처음 눈을 뜨게 된 날, 찬란히 빛나는 사물과 색깔, 가족과 자신의 얼굴을 마주대하는 것에서 희열을 느끼지만, 곧이어 문제점이 나타난다. 메이는 얼굴 모습과 공간적 거리감, 사물 인지 능력을 결여하고 있었다. 

메이가 만난 파인 박사는 연구 끝에 거리감과 인지능력을 처리하는 그의 신경단위가 시력을 잃게 되면서 다른 역할을 담당하게 된 것이라 결론을 내린다. 어린 아이라면 다시 제 역할로 돌아올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크나, 이미 43년간을 시각장애인으로 살아온 메이가 본래의 뇌기능을 되찾게 되기란 불가능한 것이었다.
책에선 상당 부분을 파인 박사의 연구를 설명하는 데 할애하고 있는데, 그 이론들이 꽤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우리가 사물을 느끼는 것이 그저 보는 대로 보는 의존적인 것이기보다는 세상에 대한 가설과 확률에 기초한다는 것이다. 착시현상을 느끼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기존의 지식에 기초하여 본 것을 판단하기 때문에 오류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수술을 한 이후에도 계속적인 약물 복용을 해야 했고, 약물로 인한 암 발병도 염두에 두어야 했다. 완벽하지 못한 시력에 실망하여 예전의 시각장애인으로 되돌아갈까 갈등도 했지만, 그는 끊임없이 도전했다. 그만의 방식으로 사물을 이해하기 위해 고심한 끝에 꽤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어냈다.

더 작은 일에도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메이의 사례는 많은 용기를 준다. 그의 의지는 시각장애인이 느끼는 불편이 더이상 불편함이 아닌 것으로 만들었고, 시력을 되찾은 후의 불완전한 삶 역시 자신만의 보는 방법을 생각하고 개발하여 현실을 뛰어넘었다.
사람들의 희망이 되어주는 사람, 마이크 메이. 그리고 그의 가족들.
그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 행복했다.

--우리가 사람의 마음과 영혼에 대해 어떤 가설을 갖고 있는 것 때문에 정작 많은 것을 보거나 보지 않고 있는 건 아닐까? 반대로 예를 들어 이 숟가락이나 공원 벤치의 오래된 나무들에서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을 거라고 단정짓고 있는 것 때문에 얼마나 많은 아름다움을 놓치고 있는 걸까?(p337~33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의문에 빠진 세계사 - 세상을 뒤흔든 뜻밖의 미스터리
치우커핑 지음, 이지은 옮김 / 두리미디어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처음 이 책을 보고 역사에 대해 흥미 위주로 접근한 책일 거라 예상했었기 때문에 내용의 깊이에 대해선 기대하지 않았었다. 이런 류의 책을 예전에도 읽었던 경험상, 이 책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도 목차를 보고는 상당히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음에 기대감이 팽배해졌고, 책을 넘기면서 사진과 그림이 많다는 것이 또한번 좋았다. 

그러나, 읽다 보니 단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짤막한 이야기들의 나열임에도 불구하고 이전 문단에서 한 얘기를 다음 문단에서 또 하는 등, 두서없이 쓰여진 느낌을 받았다. 번역이 매끄럽지 못해서인지 아니면 치우커핑이 원래 그렇게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전반적으로 내용을 설명하는 문장력이 썩 훌륭하다는 생각은 들지는 않았고, 오타도 심심치 않게 발견이 되었다.

드물게 현대사까지 다루고 있는 점은 마음에 들었다. 미테랑의 숨겨진 가족, 레이건 암살 미수 사건, 요한 바오로 2세 암살 사건, 빌 클린턴의 섹스 스캔들, 비운의 다이애나 왕비 등에 대한 기사를 읽었던 기억이 아직도 한구석에 남아있어 지나간 일들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기 마련인 기억이 수면에 다시 떠올랐을 때의 기억은 괜한 반가움과 아련함 등의 감정으로 연결되며, 현재가 아닌 과거가 되어버린 사건이기 때문에 좀더 객관적인 시각에서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많은 이야기들 중에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이야기는 '콜로세움의 맹수 조달법'이다. 아마도 평소 동물에 관심이 많은 탓일 것이다. 잔인한 취미를 즐기기 위해 한쪽에서는 동물을 운반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과 정성을 쏟았던 것이 아이러니하기도 하고, 생산적이지 못한 일에 헛된 노력을 기울였던 것이 기가 차기도 하다. 지금까지는 주로 맹수들과 죽음을 건 사투를 벌여야 했던 사람에 초점을 맞추었었지만, 이 책에서는 동물의 관점에서 들여다봤다. 아프리카나 페르시아, 인도와 같이 먼 곳에서부터 장거리여행을 하여 콜로세움으로 옮겨진 동물들은 잠시 회복기간을 가진 후, 관객에게 잔인한 볼거리를 보여주는 대상으로 괴롭힘을 당하다가 죽어갔다. 동물 위에 오만하게 군림하는 사람들의 행태를 씁쓸한 마음으로 재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 내용의 깊이가 약하고, 의문을 해결해주기보다는 소개한 구석이 강하지만, 역사의 의문이 쉽게 풀릴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고 보면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를 나열해서 책을 쓴 것을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은근히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은 이 책이 충분한 준비없이 쓰여진 책 같아서이다. 생각나는 대로 툭툭 던진 것 같다고나 할까? 진중하게 성의를 담아 쓰여진 것이 아닌, 시간의 틈바구니 속에서 간헐적으로 쓰여진 원고의 모음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내용을 뒷받침하는 그림과 사진은 준비를 많이 한 것 같다. 이 책에서 그림과 사진이 빠졌더라면 책의 만족도는 더 떨어지고 말았을 것이다. 한번 보기에 나쁘진 않지만, 아쉬움도 남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크리스마스 캐럴 - 인정머리 없는 스크루지 천사로 변신! 아이세움 논술명작 35
찰스 디킨스 지음, 이정민 엮음, 박기종 그림, 박우현 감수 / 미래엔아이세움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들용 세계명작은 지극히 아이의 관점에 맞게 나온 책을 골라야 성공할 수 있다. 세계명작의 원작은 어린이용으로 쓰여진 책이 아닌 경우도 많으므로, 일부 적합치 않은 표현은 배제시키며 아이들이 읽기 좋은 문장으로 다듬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초등 중학년부터 고학년까지의 아이들이 즐겁게 읽을 만한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 이렇게 다소 쉬운 책으로 명작이 주는 재미를 즐기며 책과 가까워진 이후에, 완역판이나 주니어, 어른용으로 나온 책으로 업그레이드하여 읽음으로써 문학의 새로운 묘미를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은 책을 읽지 않았어도 내용은 거의 알고 있을 정도로 대중적인 이야기가 되었지만, 책으로 접하고 나면 장면이나 심리 묘사의 면에서 일반적으로 알던 간단한 '크리스마스 캐럴'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아직 문장의 구조가 복잡하면서 감상적인 심리 묘사가 만연한 주니어용 책을 아이들이 읽다가는 지루해하기 십상일 것이다. 타 출판사에서 주니어용으로 나온 책과 첫 도입부분을 비교해 보겠다.

--우선, 말리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해 두어야겠다. 그 점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말리의 시신을 묻은 뒤에 목사와 교회 서기와 장의사와 상주가 매장 기록부에 서명을 했으니까. 스크루지도 거기에 서명했다. 스크루지의 서명은 금전 거래소 같은 곳에서도 통할 만큼 확실한 것이었다. 말리 영감은 대갈못(머리를 둥글넓적하게 만든 큰 못:옮긴이)처럼 죽어버렸다.(이하 대갈못의 죽음에 대한 약간은 난해한 설명 이어짐)--
초등 중학년 정도의 아이들은 첫 부분에서 금전 거래소는 무엇인지, 왜 서명을 해야 하는지, 설명이 나와 있어도 이해 안되는 대갈못의 죽음이 뭘 말하는 것인지 궁금해하다 흥미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

이번엔 아이세움의 책을 살펴 보겠다.
--말리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말리는 7년 전에 고독한 한평생을 마감했다. 목사와 교회 관리인, 장의사 그리고 유일한 유족이자 친구인 스크루지가 지켜보는 가운데 장례식은 쓸쓸히 끝났다.--

이 책은 어린이의 관점에 맞춰져 있다. 삽화에 말풍선을 곁들여 만화의 느낌을 살렸고, 책 중간중간마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캐릭터가 친구처럼 등장하여 책의 이해를 돕거나 감정을 유발할 만한 말을 한마디씩 해댄다. 책 후반에는 '깊어지는 논술'과 '논술 워크북'이 있어 독후활동을 고민하는 엄마들의 고민을 해결해준다. 이 부분은 초등 고학년 아이들이 해볼만 하며, 도대체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고민하는 엄마들을 위해 가이드북도 포함되어 있다. 가이드북을 읽으면 아이의 글을 평가할 나름대로의 잣대가 마련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초등 중학년의 아이들이 세계명작을 즐기려면 깔끔하게 잘 번역된 책이 필수이다. 수준에 맞는 책으로 즐긴 독서의 체험은 값진 경험으로 남아, 훗날 스크루지나 톰 소여, 걸리버와 함께 기억되는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 그 존재감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 기대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란 코끼리
스에요시 아키코 지음, 양경미.이화순 옮김, 정효찬 그림 / 이가서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글의 화자는 초등학교 5학년인 요군이다. 요군의 아버지는 다른 여자와 살기 위해 집을 떠났고, 요군, 여동생, 엄마의 남은 세 식구는 아빠없는 빈칸을 둔 채로 생활하게 된다. 집안의 가장이 된 엄마는 출판계에서 일하던 경력을 살려 자유기고가로 일한다. 어느 날, 엄마는 운전을 배우고 있다는 깜짝 고백을 하고, 곧 노란 중고차를 가족들 앞에 선보인다. 이것이 바로 세 식구들의 발 노릇을 하며, 엄마에게 중요한 의미를 안겨주게 될 '노란 코끼리'이다.

소설의 분위기는 밝고 일상적이면서 다른 가족처럼 오해와 갈등의 국면을 맞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가족간의 관계가 단단하므로 심각하게 전개되진 않는다. 조심스럽지 못하고 덤벙대는 성격의 엄마는 차문을 잠근 상태에서 키를 차 안에 두고 나오거나, 잦은 차사고를 내고, 아이들이 내려야 할 지하철역을 잘못 말해 경찰의 신세를 지게 하는 등 엉뚱한 사고가 끊일 날이 없다. 이런 모든 상황이 요군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관점으로 처리되어 있어 아이의 마음이 그대로 투영되는데, 어쩔 수 없는 엄마라고 혀를 차다가도 아빠 몫까지 일하느라 힘드셔서 그런 건 아닐까 아이다운 걱정을 하기도 한다. 

요군이 11번째 생일을 맞는 날, 항상 약속을 어기기만 하던 아빠가 멋진 자전거를 끌고 나타나신다. 모처럼만에 네 식구가 모여 저녁식사를 하면서 어색함이 맴도는 가운데, 엄마는 무심코 내뱉는 말에도 날을 세웠고, 그것은 그대로 아빠의 마음에 꽂힌다.
"나 갈게."
그대로 일어나 비를 맞으며 걸어가는 아빠를 두 아이가 쫓아간다. 여동생 나나가 우산을 전달하지만, 아빠는 우산을 빌리면 다시 돌려주러 와야 하기 때문에 싫다며 거절한다. 11살의 생일은 그렇게 지나갔다.

가족의 형식적 해체는 이미 이루어져 있는 상태였지만, 마음이 완전히 돌아서는 것 또한 순식간이다. 가족이 상징하는 의미, 완전성, 탄탄함은 쉽게 허물어지며 그 자리에 새로운 벽이 쌓인다. 그 벽 너머에 아빠가 있는 아이들의 마음엔 분명 생채기가 나 있을 텐데, 책은 그 상처를 남은 가족들끼리의 사랑과 협동으로 치유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간 불안하게 운전대를 잡던 엄마는 기어이 자동차 사고를 내고야 만다. 크게 다치지 않은 것에 감사해야 할 정신없는 상황에서, 상대편 운전자는 여자가 재미삼아 타는 물건이 차가 아니라며 한참 잔소리를 해댄다. 요군은 똑같은 사고를 남자가 냈다면 이런 말을 듣지 않아도 될 거라 생각한다.
'그렇구나. 아빠가 없다는 건 앞으로도 종종 이런 일을 당할 수 있다는 거구나.'
요군은 아빠없이 살면서 사회에 적응하는 방법을 삶 속에서 어느새 터득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가족들의 첫 차인 노란 코끼리는 엄마에게 차 이상의 큰 의미였다. 운전을 하며 차량의 물결에 섞여있다 보면, 남들처럼 나도 잘 달릴 수 있다는 자신감과 용기를 갖게 되었음을 고백한다. 

싱글맘의 세계를 깊이있게 다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어쩔 수 없이 이혼을 하면서 한부모 가정이 된 가족이 갈등을 극복하며 밝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어 다양한 가족의 형태에 우리 마음을 열도록 만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