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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캐럴 - 인정머리 없는 스크루지 천사로 변신! ㅣ 아이세움 논술명작 35
찰스 디킨스 지음, 이정민 엮음, 박기종 그림, 박우현 감수 / 미래엔아이세움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들용 세계명작은 지극히 아이의 관점에 맞게 나온 책을 골라야 성공할 수 있다. 세계명작의 원작은 어린이용으로 쓰여진 책이 아닌 경우도 많으므로, 일부 적합치 않은 표현은 배제시키며 아이들이 읽기 좋은 문장으로 다듬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초등 중학년부터 고학년까지의 아이들이 즐겁게 읽을 만한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 이렇게 다소 쉬운 책으로 명작이 주는 재미를 즐기며 책과 가까워진 이후에, 완역판이나 주니어, 어른용으로 나온 책으로 업그레이드하여 읽음으로써 문학의 새로운 묘미를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은 책을 읽지 않았어도 내용은 거의 알고 있을 정도로 대중적인 이야기가 되었지만, 책으로 접하고 나면 장면이나 심리 묘사의 면에서 일반적으로 알던 간단한 '크리스마스 캐럴'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아직 문장의 구조가 복잡하면서 감상적인 심리 묘사가 만연한 주니어용 책을 아이들이 읽다가는 지루해하기 십상일 것이다. 타 출판사에서 주니어용으로 나온 책과 첫 도입부분을 비교해 보겠다.
--우선, 말리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해 두어야겠다. 그 점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말리의 시신을 묻은 뒤에 목사와 교회 서기와 장의사와 상주가 매장 기록부에 서명을 했으니까. 스크루지도 거기에 서명했다. 스크루지의 서명은 금전 거래소 같은 곳에서도 통할 만큼 확실한 것이었다. 말리 영감은 대갈못(머리를 둥글넓적하게 만든 큰 못:옮긴이)처럼 죽어버렸다.(이하 대갈못의 죽음에 대한 약간은 난해한 설명 이어짐)--
초등 중학년 정도의 아이들은 첫 부분에서 금전 거래소는 무엇인지, 왜 서명을 해야 하는지, 설명이 나와 있어도 이해 안되는 대갈못의 죽음이 뭘 말하는 것인지 궁금해하다 흥미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
이번엔 아이세움의 책을 살펴 보겠다.
--말리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말리는 7년 전에 고독한 한평생을 마감했다. 목사와 교회 관리인, 장의사 그리고 유일한 유족이자 친구인 스크루지가 지켜보는 가운데 장례식은 쓸쓸히 끝났다.--
이 책은 어린이의 관점에 맞춰져 있다. 삽화에 말풍선을 곁들여 만화의 느낌을 살렸고, 책 중간중간마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캐릭터가 친구처럼 등장하여 책의 이해를 돕거나 감정을 유발할 만한 말을 한마디씩 해댄다. 책 후반에는 '깊어지는 논술'과 '논술 워크북'이 있어 독후활동을 고민하는 엄마들의 고민을 해결해준다. 이 부분은 초등 고학년 아이들이 해볼만 하며, 도대체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고민하는 엄마들을 위해 가이드북도 포함되어 있다. 가이드북을 읽으면 아이의 글을 평가할 나름대로의 잣대가 마련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초등 중학년의 아이들이 세계명작을 즐기려면 깔끔하게 잘 번역된 책이 필수이다. 수준에 맞는 책으로 즐긴 독서의 체험은 값진 경험으로 남아, 훗날 스크루지나 톰 소여, 걸리버와 함께 기억되는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 그 존재감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