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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에 빠진 세계사 - 세상을 뒤흔든 뜻밖의 미스터리
치우커핑 지음, 이지은 옮김 / 두리미디어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처음 이 책을 보고 역사에 대해 흥미 위주로 접근한 책일 거라 예상했었기 때문에 내용의 깊이에 대해선 기대하지 않았었다. 이런 류의 책을 예전에도 읽었던 경험상, 이 책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도 목차를 보고는 상당히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음에 기대감이 팽배해졌고, 책을 넘기면서 사진과 그림이 많다는 것이 또한번 좋았다.
그러나, 읽다 보니 단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짤막한 이야기들의 나열임에도 불구하고 이전 문단에서 한 얘기를 다음 문단에서 또 하는 등, 두서없이 쓰여진 느낌을 받았다. 번역이 매끄럽지 못해서인지 아니면 치우커핑이 원래 그렇게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전반적으로 내용을 설명하는 문장력이 썩 훌륭하다는 생각은 들지는 않았고, 오타도 심심치 않게 발견이 되었다.
드물게 현대사까지 다루고 있는 점은 마음에 들었다. 미테랑의 숨겨진 가족, 레이건 암살 미수 사건, 요한 바오로 2세 암살 사건, 빌 클린턴의 섹스 스캔들, 비운의 다이애나 왕비 등에 대한 기사를 읽었던 기억이 아직도 한구석에 남아있어 지나간 일들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기 마련인 기억이 수면에 다시 떠올랐을 때의 기억은 괜한 반가움과 아련함 등의 감정으로 연결되며, 현재가 아닌 과거가 되어버린 사건이기 때문에 좀더 객관적인 시각에서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많은 이야기들 중에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이야기는 '콜로세움의 맹수 조달법'이다. 아마도 평소 동물에 관심이 많은 탓일 것이다. 잔인한 취미를 즐기기 위해 한쪽에서는 동물을 운반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과 정성을 쏟았던 것이 아이러니하기도 하고, 생산적이지 못한 일에 헛된 노력을 기울였던 것이 기가 차기도 하다. 지금까지는 주로 맹수들과 죽음을 건 사투를 벌여야 했던 사람에 초점을 맞추었었지만, 이 책에서는 동물의 관점에서 들여다봤다. 아프리카나 페르시아, 인도와 같이 먼 곳에서부터 장거리여행을 하여 콜로세움으로 옮겨진 동물들은 잠시 회복기간을 가진 후, 관객에게 잔인한 볼거리를 보여주는 대상으로 괴롭힘을 당하다가 죽어갔다. 동물 위에 오만하게 군림하는 사람들의 행태를 씁쓸한 마음으로 재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 내용의 깊이가 약하고, 의문을 해결해주기보다는 소개한 구석이 강하지만, 역사의 의문이 쉽게 풀릴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고 보면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를 나열해서 책을 쓴 것을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은근히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은 이 책이 충분한 준비없이 쓰여진 책 같아서이다. 생각나는 대로 툭툭 던진 것 같다고나 할까? 진중하게 성의를 담아 쓰여진 것이 아닌, 시간의 틈바구니 속에서 간헐적으로 쓰여진 원고의 모음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내용을 뒷받침하는 그림과 사진은 준비를 많이 한 것 같다. 이 책에서 그림과 사진이 빠졌더라면 책의 만족도는 더 떨어지고 말았을 것이다. 한번 보기에 나쁘진 않지만, 아쉬움도 남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