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역사 - 역사를 만든 우리가 몰랐던 사건들의 진실
조셉 커민스 지음, 김수진.송설희 옮김 / 말글빛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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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역사 속에서 미래에 큰 영향을 끼치며 구심점이 된 사건들을 모야 시대별로 정리한 책이다. 조셉 커민스라는 역사저술 전문가가 저술한 책으로서, 가끔씩 이런 류의 책을 접했을 때 매우 흥미 위주이거나 겉핥기식이 많아 실망했던 것에 비하면 탄탄한 구조를 갖춘 수준 이상의 글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서양 역사 위주의 접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동양의 모습을 찾아볼 길이 없는 반쪽 역사란 점이 큰 흠이다. 

고대와 중세, 근대, 세계대전, 냉전시대와 그 후의 다섯 장으로 나누어 해당 시기에 일어났던 굵직한 사건들을 추려 설명함에 따라, 역사의 필름을 돌리는 중에 부분부분마다 확대경을 들이대어 사건의 전후배경을 살펴보며 분석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역사를 배우며 별로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던 부분이 소개된 경우도 꽤 있어 다른 책들과 차별화되고 있는데, 잔 다르크가 죽음을 맞을 때의 생생한 묘사나 런던의 대화재, 아일랜드의 감자 대기근, 히로시마 원폭 투하와 같은 내용은 비교적 자세하여 잘 알지 못하던 피해상황을 몸으로 체험하는 듯이 느낄 수 있었다.

케네디의 죽음이나 최초의 달 착륙처럼 배후설과 조작설이 존재하는 사건들에 대해서는 이 방면의 전문가인 만큼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다. 진주만 공습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알고 있었느냐 방관했느냐에 따른 논란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과 마찬가지로, 저자는 회자되는 의심에 대해서 별로 동의하는 입장이 아니다. 그에 대해 나름대로의 논리를 펴며 설명하고 있는데, 내용을 읽어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저자의 생각 쪽으로 조금 움직이게 됨을 느낀다. 기존의 알려진 사실을 나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있어 그에 따른 영향을 받게 되는 것 같다.

역사란 사관에 따라 내용이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는 것이어서 조금더 욕심을 부리고 싶은 부분이 있다. 예를 들면,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이후 원주민들이 겪었던 고난의 역사에 대해 언급은 하고 있으나 정도가 약한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저자의 태생이 자리잡고 있는 서양쪽으로 우호적인 시각을 은연중에 내보이는 느낌도 미미하게나마 받게 된다. 그래도, 잘 알지 못하던 역사의 단면들을 알게 되고, 저자만의 프로 의식이 엿보여 읽는 맛이 났던 점은 책의 장점으로 들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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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1 - 시대를 일깨운 역사의 웅대한 산
한승원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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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다산'을 읽으면서 초기에 든 느낌은 '그리움'이었다. 진실로 백성을 생각하는 참된 정치가의 모습을 지닌 정약용이 그립고, 노론의 강대한 힘에 맞서며 바른 정치를 펴셨던 정조가 그리웠다. 조선의 역사를 발전적인 모습으로 한참을 끌어당기셨던 두 분의 업적이 없었다면, 미래는 또 어떻게 달라졌을까, 아니 그같은 분들이 한차례 더 나와 전성기를 구가했었다면 어땠을까...군신간에 믿음과 존경이 오가는 보기 좋은 모습을 바라보는 동안, 할 수만 있다면 2008년을 고이 접어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싶었다. 역사는 돌고 돈다는데, 내가 있는 곳은 어디쯤일까.

소설 '다산'에서 정조를 만나고, 희미하게나마 사도세자의 흔적까지 밟을 수 있었던 것은 덤으로 얻은 즐거움이었다. 사도세자를 그리 만든 노론이란 정치집단에 깊은 환멸을 느낄 수밖에 없었는데, 그같은 이익집단의 존재와 이기경의 배신과 같은 사건들이 자꾸 현재의 정치 현실과 오버랩되어진다. 역사서를 읽는 또다른 재미이다.

진리를 추구하던 학문에의 열정은 당시 사회를 지배하던 유학의 논리를 뛰어넘어 천주교의 교리와 맞닿으며 새로운 깨달음을 구했다. 천주교의 이론을 빌린 주자학의 해석은 기존의 학문에 갈등을 느끼던 정약용과 진보적 남인 세력들에게 물꼬를 터주는 역할을 했고, 한번 천주교로 빠졌던 전력은 내내 노론으로부터의 공격 대상이 되어 유배길로 오르는 원인이 된다. 지금도 다산의 사상은 깊이 존경받으며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다산비결'의 혁신적인 내용은 당시 조선사회가 받아들일 수 없는 평등과 개혁 사상을 내포하고 있어, 그의 사상이 시대를 뚫고 먼저 한참을 앞서나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산의 형제들 또한 범상치 않은 인물들이다.
4살 터울의 형인 정약전과의 우애는 깊고도 깊어 함께 유배길에 올라 이별을 나누면서도 이것이 마지막 만남이 될까봐 마음 졸이던 행동이 잘 나타나 있다. 행여나 근심 속에 약주로 몸을 버릴까 서로 잔소리도 잊지 않는 형제는 그 예감이 맞아떨어져 이후 다시 보지 못한 채 정약전이 먼저 눈을 감게 된다. 정약전은 흑산도의 유배생활 도중 '자산어보(현산어보)'를 남겼다. 조만간 이 책을 읽어볼 생각이다.
한편, 천주교를 학문으로 받아들이고자 했던 정약용과는 달리 깊은 신앙으로 모든 것을 걸었던 정약종은 순교의 길을 택했다. 총명했던 정약용의 어린시절과는 별개로, 바로 윗형이면서 동생에게 뒤져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열등감과 어린 시절 어머니로부터 내쳐진 경험이 있는 아픈 기억을 안고 사는 정약종의 삶은 내내 가시를 씹는 것처럼 편안하지 못했다. 그의 억눌린 소외감은 천주교의 하나님을 만나면서 절대적 신앙의 경지에 도달하여 순교도 그 무엇도 겁내지 않는 신념으로 승화한다.

저자 한승원은 다산을 매우 아끼는 작기라고 한다. '다산' 집필에 앞서 '흑산도 하늘길'에서 정약전을, '초의'에서는 제자였던 초의스님을 소설로 그려냈었다. 이런 작업들은 모두 '다산'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나왔으며, 그 대단원의 결과물이 '다산'인 셈이다. 짤막하게 나누어져 있는 단원들의 스피디한 전개로 지루할 틈없이 읽어내려가게 만든 힘은 오랜 시간을 거친 준비작업의 힘이자 결과라고 여겨진다.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고 역사를 바로 보게 만드는 소설가의 힘은 크고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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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간의 가출 생각하는 책읽기 5
미셸 바야르 지음, 행복의나무 옮김, 신현정 그림 / 큰북작은북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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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엄마 품에만 있을 것같은 아이들도 자아가 획립되어가는 시기에는 부모로부터 심적인 독립을 먼저 하게 된다. 다소 섭섭할 수도 있지만, 어른이 되는 과정의 일부분이다. 의지하며 부모의 의견을 참고하던 아이가 스스로 판단하고 독자적 행동을 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다소 어설프고 설익은 행동이 나오기도 하지만 농익어가는 과정의 한 단계이므로 비난하기보다는 옆에서 용기를 주고 북돋워줘야 한다. 

사춘기 아이와 부모와의 관계 중 문제가 되는 관계는 여러 형태가 있다. 스테파니는 부모의 갑작스런 이혼 소식에 혼란을 겪는다. 하나의 존재로서 우뚝 서있는 자신을 부모는 마치 눈에 안보이는 듯이 서로를 비난하기에만 열중한다. 속이 상한 스테파니는 가출을 하기로 결심한다. 할머니댁에 가기로 결심하고 무작정 나온 날, 역시 집을 나온 아델이라는 아이를 만나 친구가 된다. 아델 또한 부모의 이혼을 겪었으나, 홀로 된 어머니의 집착이 부담스러워 집을 나온 경우다. 둘은 성격이 딴판이지만, 그런 점이 서로를 보충하는 역할을 하며 아델의 아빠 집으로의 여정을 함께 한다.

자칫 위험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두 소녀 또래의 딸을 잃은 경험이 있는 베아트리체란 이름의 아주머니는 두 아이가 남의 일 같지 않아 자꾸만 마음이 간다. 그래서, 두 아이의 철부지같은 여행에 든든한 뒷받침이 되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아델은 모든 걸 간섭하는 엄마가 슬슬 그리워지기도 하지만, 스테파니는 자신이 마치 짐짝이나 되는 것처럼 누가 맡이 키울 것인가로 다투는 부모를 다시 마주할 용기가 아직은 없다. 스테파니는 함께 살아갈 사람으로 할머니를 선택한다.
"저한테는 엄마 아빠가 필요해요. 두 분 다요!"
스스로의 삶을 선택할 자유가 있는 한 인간으로서 스테파니는 마음 속의 말을 내뱉는다. 이 말이 설령 원한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다 할지라도 조용히 앞날을 생각하는 스테파니는 벌써 몇 단계의 성장과정을 훌쩍 뛰어오르며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는 진지함을 보인다.

딸아이의 반에서도 벌써 두 명이나 가출을 했던 경험이 있다. 그중 한 명은 퇴학을 당했고, 한 명은 무사히 돌아와 다시 학교에 다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스테파니와 아델도 책 속에서 나쁜 남자를 만나 잠시 위험에 처하기도 하지만, 현실은 아마도 더 인정머리 없는 삭막한 곳일 것이다.
아이들의 가출은 사회적 분위기상 매우 위험하다. 그러므로, 그들의 말을 귀기울여 듣고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화살표를 과거로 돌려 십대의 마음으로 다시 한번 되돌아가 아이들의 말을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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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사 오디세이
쓰지 유미 지음, 이희재 옮김 / 끌레마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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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들이 있기에 우리는 다른 나라의 양서들도 우리글로 마음껏 읽을 수 있다. 때로는 마음에 들지 않는 번역때문에 투덜대기도 하고 우리나라 저자가 쓴 것처럼 깔끔한 번역에 감탄하기도 하면서, 좋은 내용을 찾아 기획하고 출판하는 출판사의 열정에 힘입어 지구촌 곳곳의 사상과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번역에도 역사가 있나? 그렇다. 번역은 고대부터 있어 왔다고 한다. 이집트의 책이 그리스어로 번역되었고, 수메르어는 바빌로니아어, 후르어, 히타이트어로 번역되어 영웅서사시인 '길가메시'를 전파시켰다.
번역의 과정이 없었다면 오늘날 세계적인 종교로 자리잡은 기독교의 전파과정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발달된 학문과 지식을 다른 나라로부터 받아들이는 것 또한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생각할수록 번역은 인류에게 매우 의미있고 가치있는 활동이었다.

놀랍게도 번역은 그리스 과학과 철학의 맥을 아랍 문화가 이어 다시 유럽세계로 전파시켰다고 한다. 유럽이 중세의 암흑기를 걸을 때, 아랍에서는 주요 저서를 아랍어로 옮겨 바그다드에서 문명을 꽃피우고 다시 라틴어로 번역하여 유럽의 개화를 이루어냈다는 것이다. 유럽의 역사가들로부터 때때로 푸대접을 받는 아랍 문화가 중요한 저서들을 번역하고 전하여 인류 역사에 중대한 역할을 담당했다는 것은 아랍문화의 재발견이라고까지 느껴진다.

책의 목차에서 '부실한 미녀'란 말을 발견하고 무슨 말인가 했다. 알고 보니 아름답지만 원문에 충실하지 않은 번역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번역가들은 작업시에 원문을 그대로 지켜낼 것인가, 어색한 부분을 수정하며 문장력을 높일 것인가의 갈등을 겪으며, 원문 밀착파와 문학적 번역파로 나누어져 이제까지 치열한 논란이 있어 왔다. 여기에 대해서 책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린다.
--결국 번역에는 '정답'이 없는 것이다. 선배와 동료와 이론가의 의견도 참고는 되지만 정답은 못 준다. 번역자는 한 단어 한 단어, 한 줄, 한 줄, 그때그때 문제가 튀어나올 때마다 자기 손으로 해결책을 모색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것이 번역의 묘미다. 그래서 번역은 재미있다. (p 161)--

대표적인 유명, 무명 번역가들의 삶을 통해 열정과 애로점, 그리고 그들의 인간적인 면을 훑어본 것도 흥미있는 경험이었고, 무엇보다 번역의 중요성과 가치를 확인하게 해준 책이다. 번역가들이라면 놓치지 말고 읽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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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클래식 50
나카가와 유스케 지음, 박시진 옮김 / 삼양미디어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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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아는 만큼 들린다'는 말 역시 음악 감상에 있어 틀린 말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보고 듣는 것을 오롯이 감성에만 의지할 수도 있지만 감성 또한 이성에 의해 조정받을 수 있는 것이고보면, 무작정 듣기보다는 알고 듣는 것의 효과가 여러 모로 좋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책의 저자는 일본인이다. 서양 위주의 클래식 역사를 동양인의 시각에서 바라본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 읽는 데 부담이 가거나 불편함 따위는 없다. 물론 우리나라 사람이면 더 좋겠지만, 저자가 서양인이 아닌 것만으로도 부담을 한층 덜게 된다.

곡 위주의 전개인 점도 마음에 든다. 유명한 곡을 많이 남긴 음악가일수록 이 장 저 장에서 자주 등장하고 있는데, 내용의 겹침으로 불편했던 기억은 없다. 만약 음악가별로 나열해 놓았다면 좀 부담스러웠거나 지루했을 듯하다.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가운데, 각 장은 저마다의 고유 주제를 갖고 있다. 명곡 중의 명곡을 모았다거나 오페라 명곡, 걸작 교향곡, 거장의 명연주로 알려진 곡 등 장마다의 특색있는 주제의 다양한 시각에서 클래식을 바라보고 있어 읽는 재미를 준다. 

책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해당 클래식 음악을 직접 들으며 읽는것이 최고다. 하나하나 음악을 찾아가며 읽으려면 시간이 꽤 소요되므로, 사전에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읽는 것이 좋다.

책에서는 각 음악을 누가 연주한 cd로 듣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서도 일일이 추천을 하고 있다. 누가 연주한 음악으로 듣느냐의 문제에 대해서는 그동안 생각해본 바가 한번도 없을 정도로 무지했기에, 이런 점은 세심한 배려로 느껴졌다. 저자는 카라얀이 지휘한 베를린 필하모니 관현악단의 연주를 기본으로 권하고 있어 많은 곡의 추천음반이 카라얀 지휘의 곡이다. 그러나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카라얀은 클래식 전문가들로부터 그다지 존중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더라도 일단 들어야 부정도 할 수 있는 것이므로 듣는 것이 먼저란 말에 동의하며, 음악을 자주 들어 귀가 뚫리는 경지가 되면 그 이유를 저절로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몇 달 전 읽었던 클래식 관련 책의 내용이 지극히 개인 감상주의적인 것이라 뭔가 모자람을 느끼고 있었는데, 이 책이 갈증을 풀어준다. 책을 펼 때마다 클래식을 들으면서, 그리고 클래식 음악이 들릴 때마다 해당 곡의 페이지를 펼치면서 함께 하고픈 책이다. 클래식을 들으며 위축되던 경험은 이젠 과거의 소산이다. 자신있게 들으며 차곡차곡 지식과 감성을 쌓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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