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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간의 가출 ㅣ 생각하는 책읽기 5
미셸 바야르 지음, 행복의나무 옮김, 신현정 그림 / 큰북작은북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언제나 엄마 품에만 있을 것같은 아이들도 자아가 획립되어가는 시기에는 부모로부터 심적인 독립을 먼저 하게 된다. 다소 섭섭할 수도 있지만, 어른이 되는 과정의 일부분이다. 의지하며 부모의 의견을 참고하던 아이가 스스로 판단하고 독자적 행동을 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다소 어설프고 설익은 행동이 나오기도 하지만 농익어가는 과정의 한 단계이므로 비난하기보다는 옆에서 용기를 주고 북돋워줘야 한다.
사춘기 아이와 부모와의 관계 중 문제가 되는 관계는 여러 형태가 있다. 스테파니는 부모의 갑작스런 이혼 소식에 혼란을 겪는다. 하나의 존재로서 우뚝 서있는 자신을 부모는 마치 눈에 안보이는 듯이 서로를 비난하기에만 열중한다. 속이 상한 스테파니는 가출을 하기로 결심한다. 할머니댁에 가기로 결심하고 무작정 나온 날, 역시 집을 나온 아델이라는 아이를 만나 친구가 된다. 아델 또한 부모의 이혼을 겪었으나, 홀로 된 어머니의 집착이 부담스러워 집을 나온 경우다. 둘은 성격이 딴판이지만, 그런 점이 서로를 보충하는 역할을 하며 아델의 아빠 집으로의 여정을 함께 한다.
자칫 위험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두 소녀 또래의 딸을 잃은 경험이 있는 베아트리체란 이름의 아주머니는 두 아이가 남의 일 같지 않아 자꾸만 마음이 간다. 그래서, 두 아이의 철부지같은 여행에 든든한 뒷받침이 되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아델은 모든 걸 간섭하는 엄마가 슬슬 그리워지기도 하지만, 스테파니는 자신이 마치 짐짝이나 되는 것처럼 누가 맡이 키울 것인가로 다투는 부모를 다시 마주할 용기가 아직은 없다. 스테파니는 함께 살아갈 사람으로 할머니를 선택한다.
"저한테는 엄마 아빠가 필요해요. 두 분 다요!"
스스로의 삶을 선택할 자유가 있는 한 인간으로서 스테파니는 마음 속의 말을 내뱉는다. 이 말이 설령 원한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다 할지라도 조용히 앞날을 생각하는 스테파니는 벌써 몇 단계의 성장과정을 훌쩍 뛰어오르며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는 진지함을 보인다.
딸아이의 반에서도 벌써 두 명이나 가출을 했던 경험이 있다. 그중 한 명은 퇴학을 당했고, 한 명은 무사히 돌아와 다시 학교에 다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스테파니와 아델도 책 속에서 나쁜 남자를 만나 잠시 위험에 처하기도 하지만, 현실은 아마도 더 인정머리 없는 삭막한 곳일 것이다.
아이들의 가출은 사회적 분위기상 매우 위험하다. 그러므로, 그들의 말을 귀기울여 듣고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화살표를 과거로 돌려 십대의 마음으로 다시 한번 되돌아가 아이들의 말을 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