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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속 숨은 경제학 - 서양 고전 24편으로 읽는 경제 이야기
박정희 지음 / 더로드 / 2026년 1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흔히 경제학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복잡한 미적분 공식이나 주식 시장의 요동치는 붉은 그래프를 먼저 떠올린다.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필수 교양이지만, 막상 공부하려 들면 차가운 숫자들과 그래프에 질려 뒷걸음질 치기 일쑤다. [문학 속 숨은 경제학]은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한다. 저자는 경제학이 단순히 부를 축적하는 기술이 아니라, 매 순간 갈림길에 서는 인간의 이야기라고 정의한다. 부제인 ‘서양 고전 24편으로 읽는 경제 이야기’가 시사하듯, 저자는 시대를 관통하는 서양 문학 고전들을 경제학의 실험실로 불러들인다. 문학은 허구의 이야기지만, 그 속에서 울고 웃는 인물들의 선택은 현실을 반영한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욕망하고, 한정된 자원(돈, 시간, 사랑) 속에서 갈등하지만, 결국 하나의 선택을 위해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만 한다. 책에서는 이러한 문학적 서사가 경제학의 핵심 원리인 희소성, 기회비용, 효용 등을 가장 생생하게 보여주는 것임을 일깨워 준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속 인물이 겪는 비극은 단순한 운명의 장난이 아니라, 잘못된 인센티브 설계나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한 결과 일 것이다. 저자는 문학 작품 속 인물들의 내면을 파고들며 그들이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선택의 대가는 무엇이었는지를 경제학적 관점으로 분석한다. 독자는 문학을 통해 경제 원리를 배우고, 경제학이라는 분석 틀을 통해 문학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의 표지에 적힌 '경제학은 차가운 계산이 아니라, 매 순간 갈림길에 서는 인간의 이야기이다'라는 문구는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선다. 점심 메뉴를 고르는 사소한 일부터 진로, 결혼, 투자가 같은 중대한 결정까지, 모든 순간은 선택의 연속이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합리적 선택이란 감정을 배제한 로봇 같은 결정이 아니다. 내가 무엇을 더 소중히 여기는지 가치를 따져보고, 포기해야 하는 것들의 아쉬움을 - 책에서는 기회비용이라 하였다 - 기꺼이 감수하는 주체적인 행위다. 마약 내가 문학 속 주인공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하였을까? 단순히 경제적 이득을 따지는 셈법을 넘어 어떤 삶을 살 것인가 하는 철학적인 물음으로 확장될 수도 있다. 학 속 인물들이 치르는 대가는 때로는 돈이지만, 때로는 사랑이기도 하고 명예이기도 하다. 책은 경제학이 돈을 다루는 학문이기 앞서 인간의 욕망과 가치를 다루는 가장 인간적인 인문학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경제학을 '삶을 설계하는 보이지 않는 힘'이라고 표현한다. 시장의 가격 결정 원리나 수요와 공급의 법칙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마치 중력처럼 우리 삶을 지배한다. 문학 작품은 보이지 않는 힘이 개인의 삶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보여준다. 소설을 읽으며 단순히 감동하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의 행동 이면에는 어떤 경제적인 유인이 숨겨져 있을까?', '배경이 된 사회의 부조리는 어떤 경제 구조가 원인이 되었을까?'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경제학적 사고방식은 복잡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수적인 생존 도구이면서 타인의 선택을 이해하게 만다는 공감의 도구가 될 것이다. 서양 고전을 읽으며 경제의 지혜를 얻는 여정 속에서 나의 삶도 더욱 주도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힘을 얻게 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