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는 중국 이야기 - 주중 외교관이 경험한
정수현 지음 / 푸른영토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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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와 가까운 이웃 나라 하면 중국과 일본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지리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우리와 오랜 인연이 있다. 특히 중국은 오래 전 고조선 시대부터 경쟁 관계였고 여러 차례 한반도를 침범한 이력이 있지 않은가? 거대한 중국 입장에서는 만리장성을 쌓고 외적을 침입을 방어하였으며 넓게 영토를 넓힐 생각보다 세계의 중심은 중국이라는 중화 사상에 막혀 명나라 시대부터는 해외로 진출할 생각도 하지 않았고 한반도도 언제든 복속 시킬 수 있는 땅이라 생각하면서 조공 조금 받아서 대국답게 많이 베풀었을 것이다. 중국의 과거를 모르고 현재의 중국에 대해서만 얘기하려면 소위 말하는 수박 겉핥기가 아닐까 싶다. 중국도 발전하고 있으며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변화하고 있다. TV다큐에서 이렇게 변화하는 중국에 대해 자주 다루고 있으니 그닥 새롭지 않다. 개인적으로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중국의 역사에 대해 먼저 공부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 단지 눈에 보이는 현실의 중국에 대해 변화하는 모습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면 중국에 어지간히 많이 출장 다닌 사람들이라면 눈치 밥으로 대충 알만한 내용들이다.

저자는 외교관이므로 상당히 네임 벨류가 있다고 본다. 주변에도 중국인도 있고 유학생 출신들도 있다. 공장에서 10년이상 근무한 사람치고 중국 출장 여러 번 안 다녀온 사람은 드물 것이다. 나 역시도 출장을 여러 번 다녀왔으며 매일 매일의 일상을 블로그에 에세이처럼 올렸었다. 지나고 보면 다 추억이 되는 것이고 함께 출장을 다녔던 사람들도 이런 글들을 보면서 당시의 소회에 대해 이야기를 하곤 하였다. 하지만 그저 나의 일상에 대해 적었기에 그냥 한 두 명에 의해 읽혀지는 정도에 불과하다. 물론 그 이상을 바라지도 않았다. 그러나 책으로 발행이 되려면 다른 내용이 담겨야 한다고 본다. , 내가 읽고 나를 만족시키기 위함이 아닌 독자들이 읽고 공감할 만한 내용들 내지는 중국에 출장을 여러 번 다녔지만 느껴보지 못했던 이야기들. 그런 것들을 기대하였는데 기대가 컸기 때문인지 실망도 컸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외교부에서 하는 노력들에 대해 상당히 어필을 하였다. 외국에 나가서 도움을 받아 본적이 없어 어떻다 말은 할 수 없겠지만 해외에서 여권을 분실하였는데 제외 영사관의 도움으로 문제를 해결한 사람보다 현지 중국 직원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재발급을 받았다는 무용담만 들어서 일까? 물론 우리들이 영사관이나 대사관의 업무를 잘 몰라서 그럴 것이다. 솔직히 해외 여행이나 출장 가면서 대사관이나 영사관 위치에 대해서 미리 파악하고 가는 사람들도 없으니 말이다. 물론 이런 점은 우리들이 반성해야 한다고 본다.

중국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려면 사실 한 권이 아니라 10권이 되어도 모자랄 것이다.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사람이 관련된 분야의 책 한 권만 읽은 사람이라고 한다. 그만큼 얕은 지식으로 마치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만큼 위험한 것이 또 어디 있겠는가? 개인적으로 책이란 타켓을 잘 선정하여 해야 한다고 본다. 마케팅에서는 포지셔닝이라 부르던데 독자 층이 누구인지? 중국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라거나 혹은 출장이나 여행을 여러 번 다녀온 사람들, 아니면 나처럼 삼국지와 수호지를 읽으며 중국의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되고 학창 시절 홍콩 영화를 보면서 중국의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사람이라거나. 그렇지 않다면 잘 적은 에세이에 불과하지도 모른다. 자칫 외교관이라는 명성을 등에 엎고 작성한 에세이에 제목만 그럴싸하게 붙여서 책으로 출판하였다는 오명을 쓰지 않으려면 좀 더 다양한 내용을 실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물론 그렇게 잘 할 자신 있으면 직접 책을 써보지 않겠냐는 제안 아닌 제안을 받을지도 모르겠으나 네임 벨류도 없기에 이런 비판을 해줄 독자나 팬도 없기에 도전도 못하는 것이다. 기대가 크기에 실망도 크고 내가 오르지 못할 높은 곳에 있는 분들에 대한 부러움과 질투의 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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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톡 1 - 조선 패밀리의 탄생 조선왕조실톡 1
무적핑크 지음, 와이랩(YLAB) 기획, 이한 해설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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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이 위대한 우리의 기록 유산이라는 사실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학창시절에는 조선하면 태정태세 문단세~” 하면서 무작정 암기만 하면서 역사 공부를 하였기에 제대로 기억에 남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역사를 가르치는 선생들도 지금 생각해보면 실력이 그닥 뛰어나지도 않아서 칠판에 무작정 판서만 많이 하고 무작정으로 암기하도록 강요하였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제대로 된 역사 의식을 학생들이 가질 수도 없었고 역사란 그저 따분한 과목에 불과했고 학력고사에서 높은 비중도 차지하지 않아 항상 찬밥 신세를 면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나이가 점차 들어가면서 우리의 역사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제대로 공부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같은 기록에 대해서도 작가들의 다양한 해석을 보면서 나름대로 평가를 해보기도 하였다. 어떤 역사서들은 교과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해 상당히 따분하게 기록되기도 하였고 만화라는 이름을 빌렸음에도 원문의 내용을 그대로 옮기다 보니 글자가 일반 책보다 더 많다 보니 폰트가 작아서 오히려 읽기에 힘든 경우도 많다.

그래서 아이들이 쉽게 흥미를 가지지 못하고 지겨워 하기도 한다. 하긴 어른인 내가 봐도 글자가 많아서 이해하기 어려운데 아이들 눈에는 어떻겠는가? 책을 읽는 목적은 지식을 얻기 위한 것이 가장 크겠지만 책을 통해 재미를 얻고 싶어하거나 재미있는 책을 읽고 싶어하는 것은 사람들의 공통된 마음이다. 같은 내용을 전달하더라도 재미있게 전달하지 못하면 잘 읽히지 않는다. 더군다나 아이들에게 역사책은 너무나 읽기 싫은 책이라 흥미롭지 않으면 잘 읽으려고 하지 않는다. 조선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는 조선왕조실록 만한 책이 없는데 내용이 너무 어렵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상소문들이 나열되어 있다면 누가 쉽게 읽으려 하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조선왕조실톡]은 상당히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고 표현 방법도 아이들이나 어른들이 좋아할 만한 내용들이다. 한글 파괴에 대해 세종대왕께서 탄식할 만한 일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는 다른 의견이다. 한글이란 우리가 쓰는 언어를 글자로 표현하는 문자인 것이고 말은 유사이래로 계속 바뀌어왔다. 얼마 전 문경 세재에 갔다가 산불 됴심이라는 비석을 보았다. 지금은 영 표현이 어색해 보이지만 당시에는 이 것이 표준어였다고 한다. 이렇게 말은 바뀌기 마련이고 그에 따라 표현하는 글도 바뀌기에 한글 파괴 현상에 대해 지나친 우려는 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나도 아이들과 대화를 하기 위해 초등학생들이 쓰는 이른바 급식체에 대해 찾아보기도 하고 물어도 보았다.

방대한 조선왕조실록도 구어체가 아니라 문어체로 그것도 우리글이 아닌 한자로 쓰여있어 일반인들이 모두 읽으려면 몇 년이 걸려도 다 읽지 못할 것이다. 사극을 보면서 한번쯤 과연 저 시절에는 저렇게 말을 하였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기도 한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정말로 이렇게 말을 하였을지. 아쉽게도 구어체에 대한 기록이 없어 증명할 수는 없지만 책에서는 마치 카톡으로 대화를 주고 받듯이 이야기를 한다. 어쩌면 정말 왕과 신하는 이렇게 대화를 하였을지도 모른다. 수년 전 사극에서 위대한 성군이었던 세종 대왕께서 욕을 하고 신하들에게 농담을 하는 장면이 나왔었다. 백성을 위해 하루하루를 골머리 썩혔더라면 그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니었고 왕이기에 앞서 인간이었기에 당연히 그랬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우리는 그런 인간적인 모습에 반할지도 모른다. [조선왕조실톡]은 단순히 왕과 신하들이 카톡으로 대화를 주고받는 참신한 아이디어 때문에 인기가 많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역사에 관심이 많건 적건 한번쯤 흥미를 가지고 인물과 사건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고 생각한다. 동일한 기록에 대해 이렇게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표현하였나 싶으면서도 또 사건이나 인물에 대해 거침없는 비판과 저자만의 시선으로 재 해석한 점은 상당히 높게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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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들여다본 그리스 로마 신화 - 인간의 마음속에 감춰진 은밀한 욕망과 심리
이동연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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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세계 어느 나라를 가더로도 전설이나 신화는 존재하는 듯하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익숙한 호랑이와 곰에 대한 설화를 비롯해 많은 이야기들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서양의 힘이 우세하여 동양의 신화들보다 그리스 로마 신화가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유래한 심리학 이론이나 현상들도 많은데 아무래도 동양이랑 서양의 다른 문명때문이라 생각한다.  심리학 수업에서 감초처럼 빠질수 없는 내용인 오이디푸스와 일렉트라 컴플렉스에서 시작하여 서양의학과 관련된 피그말리온 효과 정도는 익히 들어왔는데 동양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내용들이다. 중국에 삼국지가 있으면 유럽에는 그리스 로마 신화가 있다. 그만큼 유명한 고전이며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고전을 읽는 이유는 옛 선조들의 지혜를 보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 생각을 하며 나름대로 해석을 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어쩌면 꿈보다 해몽인지도 모르겠다. 이 사람은 이렇게 해서 성공했거나 혹은 영웅이 되었으니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후대 사람들이 따라하도록 종용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어릴적부터 우리는 위인전을 읽으며 꿈을 키워왔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위인은 누구이며 나도 그 분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되겠다고 다짐하며 항상 생각해왔는지 모른다. 혹은 지금의 나의 모습과 가장 닮은 위인을 찾아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을 하기도 한다. 삼국지나 신화에 나오는 인물들을 보면서 처음에는 나도 주인공처럼 멋있게 살아야기라고 생각하다가 점차 나이가 들어가면서 주인공이 아닌 조연에서 점차 엑스트라의 모습으로 바뀌기도 한다. 흔히 그런 것을 현실에 굴복하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점차 현실적이 되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 고전을 다시 해석하고 현실에 맞게 교훈을 주도록 재설계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우리는 어릴적부터 유교 문화의 영향을 받아서 어른들을 공경하고 나의 감정을 최대한 억누르면서 살아가는 것에 상당히 익숙해져 있다. 그래서 자기 아버지를 죽이고 왕이 된다거나 신들처럼 부모와 자식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는 것을 보고 어떻게 저럴 수가 있을까 의아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신화일 뿐이고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위한 수단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들이 그냥 상상에 의해 만들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은 사회가 발달하여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고 죄를 짓게 되면 바로 처벌을 받지만 오래전 옛날에는 다른 사람들의 눈치도 많이 보지 않았을 것이며 '내가 왕인데 누가 감히 나에게 따지겠는가?' 라는 생각으로 혼자만의 방식대로 일을 처리해도 무방하였다. 그래서 신화에 나오는 것처럼 어처구니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일들을 상상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인간의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졌던 욕망들이 당시에는 자연스레 표출되어 이런 이야기가 만들어졌는지도 모르겠다. 단순히 허구라고 치부하기에는 인간의 심리에 대해 상당히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묘사하지 않았는가?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도 유교적 관점에서는 절대적이지만 따지고 보면 인간 관계의 일종일 것이다. 어쩌면 계약에 의한 관계라고도 까지 말할 수 있지 않겠는가? 전설의 고향에서도 자주 등장했던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이야기도 그리스 로마 신화를 비롯해 옛 이야기에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이다. 인간은 누구나 미련이 남아 자꾸 과거를 돌아보고 후회를 하게 마련인데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 없으며 이미 죽은 자는 다시 살릴 수 없기에 빨리 잊어버리고 쓸데없는 미련을 남기지 말라는 뜻이 아닐까?


  형제간의 갈등, 부모와 자식간의 갈등에 대해서도 많이 다루어지는데 자신이 원하지 않는 아이를 임신하여 자신의 자식임에도 불구하고 키우지 않고 다른 이들에게 맡겨버리거나 숲속에 버려버리고 성인이 되어서도 찾지 않는 부모의 모습, 오늘날에도 이런 부모들을 많이 접할 수 있는데 차이가 있다면 그 시절에는 처벌을 받지 않았을지 몰라도 지금은 죄값을 치르게 된다. 물론 신화에서는 이런 부모들이 대부분 벌을 받기는 한다. 사람은 항상 이기적이기에 내가 편한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습성이 있는데 언젠가는 벌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기 위한 교훈적인 내용은 아니었을까? 인간은 원래 완벽하지 못하고 영원불멸의 존재가 아니므로 누군가에게 의지하면서 살아가야 하는데 가장 믿음직한 존재가 영원불멸의 신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이런 신들을 농락하고 신의 영역에 까지 도전하는 인간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방법만 다를 뿐 목적은 동일한 것 같다.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누군가에게 의존하면서 살아가서는 결코 나의 인생을 살 수 없다. 자아 중심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나를 믿고 나의 의지대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들려주기 위한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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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골든아워 1~2 세트 - 전2권 - 생과 사의 경계, 중증외상센터의 기록 2002-2018 골든아워
이국종 지음 / 흐름출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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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확히 언제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북한에서 귀순하며서 총상을 입어 초주검이  귀순 병사의 수술을 성공리에 마치면서 이국종 교수와 중증외상센터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알게 되었다. 나 역시도 외상이란 의미는 알지만 중증외상센터라는 이름은 상당히 생소했다. 도대체 어떤 곳이기에 죽어가는 생명도 살릴 수 있는 것인지 의아하기도 했고 의학의 발달이 정말 눈부시구나 하는 정도로만 인식했다. 귀순 병사 수술 도중 기생충을 들어 올리며 보여주는 것을 보고 다소 오해는 있었지만 이국종 교수를 통해 우리의 낙후된 중증외상센터에 대해 알 수 있게 되었다.

  기업은 영리 추구가 제일의 목적임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최대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당연히 수익 모델을 찾아서 가장 이윤이 많이 남는 곳에 투자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대부분의 회사에서 그럴 것이고 경찰들도 성과가 나고 대외적인 홍보 효과가 있는 사건 위주로 처리를 할지도 모른다. 병원에서도 마찬가지로 돈이 되는 환자 위주로  진료를 한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라고 본다. 그럼에도 묵묵히 내 자리를 지키는 이들이 있었다. 그분들  한 분이 바로 이국종 교수이다. 

  나도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18년이 되었는데 마음대로 일이 되지 않는 게 조직의 순리이다. 조직생활의 특성상 일을 잘하거나 혹은 열심히 하는 사람들보다 사내 정치 잘하는 사람이 더 대우를 받고 높은 지위까지 올라간다. 하지만 결코 그런 사람을 부러워한 적은 없다. 그렇게 잔머리 굴리며 입으로 먹고사는 사람들 나름대로 고충이 있을 것이며 말 한마디 행동거지 하나에서까지 모두 조심해야 하며 남의 잘못을 정확히 집어 내는 예리한 통찰력도 필요할 것이다. 북한 병사의 귀순과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나서 언론에 많은 보도가 되었으며 심지어 정치권에서는 모 정당의 대표로 거론되기까지 하였다. 그렇면서 혹시 정계로 진출하는 것은 아닌가 헛소문도 나돌았다. 얼마 전부터 TV CF에 등장한 이국종 교수를 보며 정말 정치로 뛰어드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졌었는데 책을 읽으며 내가 잠시나마 그런 생각을 가졌던 것이 부끄럽고 죄송하게 여겨졌다.

  처음에는 책을 읽으며 간혹 보이는 오타들이 신경 쓰였는데 자서전이라 그냥 무시해야 한다 생각하며 읽어갔는데 점차 책에 빠져들어 가고 있었다. 중증외상센터와 병원의 문제점에 대해서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의 고질적이 병폐에 대해 꼬집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내가 속한 조직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도 든다.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과 알면서도 애써 외면하는 관리자들. 회사에서 비꼬듯 하는 말이 '공무원이야'라는 말이다. 일처리가 늦어지거나 본인의 일을 빨리 처리하지 않으면 쉽게 내뱉어버린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일들을 산더미같이 쌓아놓으며 하나씩 처리해나간다. 어차피 다 끝내지 못할 일 급하게 서두를 필요 없다는 생각이다. 윗선에 요구를 해도 변하는 것은 없다. 생사를 오가는 의료계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어쩌면 이런 모든 일들이 우리가 자초한 것일지도 모른다. 10여 년쯤 전에 이제 우리가 아파도 수술할 의사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 안과, 성형외과, 피부과 등으로 실력 있는 의사들이 몰린다는 뉴스도 접했다. 물론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의사들이 훨씬 많으며 안과나 성형외과에 지원한다고 의사의 본분을 망각한 것은 절대 아니며 모두 우리가 필요로 하는 의사들이다. 정치 논리에 의해 왜곡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하지만 인간 사회가 발전하면서 직업이 생겨나고 조직이 발전하면서 정치라는 것은 필수불가결한 것이 되어 버렸다. 비록 더럽고 피 터지는 정치판일지라도
 어쩌면 필요악일지도 모른다. 인간 사회가 발전하고 덩달아 문명도 발달하면서 예전에는 포기할수밖에 없던 생명도 희망의 불씨를 가지고 계속 연장시키려고 하고 있다. 정치 논리에 의해 뭔가 성과를 보이기 위해 많은 이들의 관심을 갖는 생명이건 그냥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우리의 생명일지라도 모든 생명은 소중하고 동일한 가치를 지닐 것이다. 그런 생명을 지키기 위해 나의 건강은 아랑곳하지 않고 노력하는 의사들이 있기에 위험한 일도 감수하고 또 생명 연장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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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의 정체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31
가야마 리카 지음, 김수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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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젊었을 시절 그러니까 적어도 30대 중반을 넘기 전까지만 해도 그다지 두려운 것은 많이 없었던 것 같다. 아직 젊으니까 무모하게 도전도 해볼 수 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고민도 많았고 생각도 많았다. 내가 이렇게 했을 때 상대방은 어떻게 할까 생각도 많이 하고 쓸데없는 상상도 하고 고민도 많이 하였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경험치가 쌓이면서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하면 되더라는 나름의 답을 이미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 보니 쓸데없는 고민이나 걱정은 덜하게 되고 알아서 시간이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전과 다른 고민거리가 생긴다. 직장에서는 직급이 올라가면서 책임져야 할 일들이 많아지면서 나의 잘못이 아닌 다른 이들의 잘못 때문에 책임을 져야 하기도 하면서 과거에는 불필요한 고민들을 하게 된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로 자식들의 문제로 고민하기도 한다. 결혼하기 전에는 어떻게 이성과 교제를 할 것이며 또 결혼 비용을 어떻게 마련할까 고민하다가 자식을 낳아서 어떻게 키울까 등등에 대해서 고민을 한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내린 결론은 인생에 단 하나의 정답은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런 결론도 오랜 세월 인생을 살아오면서 경험이 많이 쌓였기에 여유롭게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다. 책에서 말한 대로 결혼을 하고 나면 후회를 하거나 생각을 하게 마련이다. 과연 이 사람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었는가? 혹은 내가 다른 사람을 만났어도 지금과 같은 생각을 가졌을까 이다. 항상 나보다 행복해 보이는 사람과 비교를 하게 되고 동창들의 모임에 가서도 내가 제일 재미없게 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다른 가장 행복한 순간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어렵고 힘든 얘기를 할 때면 내가 가장 편하거나 혹은 가장 힘들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남의 떡이 커 보이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이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게 답일까? 답이 있다면 책에서 장황하게 설명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인생에 있어서는 답이 없기에 저자도 섣불리 어떻다고 답을 줄 수 없는 것은 아닐까?


  인간은 누구나 죽게 마련이다. 어느 한순간에 나도 모르게 불의의 사고를 당할 수도 있지만 누구나 거스를 수 없는 것은 늙어간다는 것이다. 그렇면서 각종 질병에도 시달리게 되는데 인간이 가진 가장 큰 두려움이며 고민거리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역시 누구도 해결해줄 수가 없다. 그 고민의 이유는 다양하지만 남자들은 대부분 남겨진 가족들에 대한 걱정일 것이다. 그런 고민을 조금이나마 덜어 줄 수 있다며 보험상품이 틈새를 파고들기도 하지만 역시 우리 고민을 완벽하게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사람은 남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거나 비슷한 처지에 처한다는 느낌을 가지면 위안을 느낀다. 인간은 누구나 한 번은 죽기 마련이며 노화와 죽음은 누구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런 생각을 가지는 것이 이런 고민에 위안을 주지 않을까 싶다. 갑자기 병이 들었을 때 혹은 평소 건강을 열심히 챙기면서 민간요법이 효과가 있는지 약물이 효과가 있는지는 단언할 수 없다. 하지만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므로 누구에게나 딱 들어맞는 그런 해결책은 없을 것이다.


  어떤 스님께서 하신 말씀 중에 나이가 들어보니 깨닫게 되는 것 중 하나가 세상 사람들은 의외로 나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없다는 것이었다. 요즘 초등학생들에게 유행하는 말 중 하나가 '관종'이라는 것이다. 관심받고 싶어 하는 사람을 비꼬듯이 하는 말인데 누군가 나의 행동이나 복장에 대해 신경 쓸 것이다고 생각하며 머리를 단정하게 한다거나 옷을 밸런스가 맞게 잘 차려입는 것은 누군가로부터 관심을 끌기 위한 행동은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관종이라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갖는 것이 인간관계나 사회생활면에서 정신을 건강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이제 30대가 되었으니 혹은 40대가 되었으니 좋은 시절은 다 갔다 하며 한숨을 쉬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이에 맞게 인생을 즐길 수 있는 무엇인가가 있으므로 우리의 인생은 언제가 역동적이며 앞으로도 계속 즐거운 일이 있을 것이다. 즐겁고 행복한 일이 가득한 우리 인생인데 쓸데없는 고민만 하면서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있겠는가? 편한 마음을 갖고 고민해서 해결될 일이라면 충분히 고민하고 생각을 해볼 만한데 이제 와서 뒤늦은 후회를 한다거나 불필요한 고민을 한다는 것이 정말 시간 낭비라면 과감하게 잊어버리는 것이 우리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결과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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