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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들여다본 그리스 로마 신화 - 인간의 마음속에 감춰진 은밀한 욕망과 심리
이동연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18년 10월
평점 :
전세계 어느 나라를 가더로도 전설이나 신화는 존재하는 듯하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익숙한 호랑이와 곰에 대한 설화를 비롯해 많은 이야기들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서양의 힘이 우세하여 동양의 신화들보다 그리스 로마 신화가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유래한 심리학 이론이나 현상들도 많은데 아무래도 동양이랑 서양의 다른 문명때문이라 생각한다. 심리학 수업에서 감초처럼 빠질수 없는 내용인 오이디푸스와 일렉트라 컴플렉스에서 시작하여 서양의학과 관련된 피그말리온 효과 정도는 익히 들어왔는데 동양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내용들이다. 중국에 삼국지가 있으면 유럽에는 그리스 로마 신화가 있다. 그만큼 유명한 고전이며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고전을 읽는 이유는 옛 선조들의 지혜를 보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 생각을 하며 나름대로 해석을 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어쩌면 꿈보다 해몽인지도 모르겠다. 이 사람은 이렇게 해서 성공했거나 혹은 영웅이 되었으니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후대 사람들이 따라하도록 종용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어릴적부터 우리는 위인전을 읽으며 꿈을 키워왔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위인은 누구이며 나도 그 분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되겠다고 다짐하며 항상 생각해왔는지 모른다. 혹은 지금의 나의 모습과 가장 닮은 위인을 찾아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을 하기도 한다. 삼국지나 신화에 나오는 인물들을 보면서 처음에는 나도 주인공처럼 멋있게 살아야기라고 생각하다가 점차 나이가 들어가면서 주인공이 아닌 조연에서 점차 엑스트라의 모습으로 바뀌기도 한다. 흔히 그런 것을 현실에 굴복하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점차 현실적이 되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 고전을 다시 해석하고 현실에 맞게 교훈을 주도록 재설계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우리는 어릴적부터 유교 문화의 영향을 받아서 어른들을 공경하고 나의 감정을 최대한 억누르면서 살아가는 것에 상당히 익숙해져 있다. 그래서 자기 아버지를 죽이고 왕이 된다거나 신들처럼 부모와 자식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는 것을 보고 어떻게 저럴 수가 있을까 의아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신화일 뿐이고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위한 수단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들이 그냥 상상에 의해 만들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은 사회가 발달하여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고 죄를 짓게 되면 바로 처벌을 받지만 오래전 옛날에는 다른 사람들의 눈치도 많이 보지 않았을 것이며 '내가 왕인데 누가 감히 나에게 따지겠는가?' 라는 생각으로 혼자만의 방식대로 일을 처리해도 무방하였다. 그래서 신화에 나오는 것처럼 어처구니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일들을 상상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인간의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졌던 욕망들이 당시에는 자연스레 표출되어 이런 이야기가 만들어졌는지도 모르겠다. 단순히 허구라고 치부하기에는 인간의 심리에 대해 상당히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묘사하지 않았는가?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도 유교적 관점에서는 절대적이지만 따지고 보면 인간 관계의 일종일 것이다. 어쩌면 계약에 의한 관계라고도 까지 말할 수 있지 않겠는가? 전설의 고향에서도 자주 등장했던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이야기도 그리스 로마 신화를 비롯해 옛 이야기에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이다. 인간은 누구나 미련이 남아 자꾸 과거를 돌아보고 후회를 하게 마련인데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 없으며 이미 죽은 자는 다시 살릴 수 없기에 빨리 잊어버리고 쓸데없는 미련을 남기지 말라는 뜻이 아닐까?
형제간의 갈등, 부모와 자식간의 갈등에 대해서도 많이 다루어지는데 자신이 원하지 않는 아이를 임신하여 자신의 자식임에도 불구하고 키우지 않고 다른 이들에게 맡겨버리거나 숲속에 버려버리고 성인이 되어서도 찾지 않는 부모의 모습, 오늘날에도 이런 부모들을 많이 접할 수 있는데 차이가 있다면 그 시절에는 처벌을 받지 않았을지 몰라도 지금은 죄값을 치르게 된다. 물론 신화에서는 이런 부모들이 대부분 벌을 받기는 한다. 사람은 항상 이기적이기에 내가 편한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습성이 있는데 언젠가는 벌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기 위한 교훈적인 내용은 아니었을까? 인간은 원래 완벽하지 못하고 영원불멸의 존재가 아니므로 누군가에게 의지하면서 살아가야 하는데 가장 믿음직한 존재가 영원불멸의 신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이런 신들을 농락하고 신의 영역에 까지 도전하는 인간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방법만 다를 뿐 목적은 동일한 것 같다.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누군가에게 의존하면서 살아가서는 결코 나의 인생을 살 수 없다. 자아 중심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나를 믿고 나의 의지대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들려주기 위한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