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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가지 사건으로 보는 금의 역사 - 왜 사람은 금을 탐하나?
루안총샤오 지음, 정영선 옮김 / 평단(평단문화사) / 2019년 8월
평점 :
인류의 역사를 흔히 전쟁의 역사라고 보기도 한다. 가장 치열하게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하다 보니 첨단 무기들도 등장시켰고 인류의 문명도 발달을 시켰다. 전쟁으로 인해 역사가 바뀌기도 하고 나라의 운명도 결정되었다. 이러한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었지만 전쟁에 소요되는 비용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자국의 국민들로만 이루어진 군대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용병을 고용해야 하고 무기도 구입해야 하는데 이때 공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화폐는 바로 금이었다. 용병들도 돈을 받고 전쟁을 대신 치르는 것인데 휴지조각이 될지도 모를 화폐를 받고 대신 전쟁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금을 많이 소유한 나라가 패권을 유지하지 않았을까 싶다. 고대 이집트가 그랬고 뒤를 이어 로마 제국이나 스페인 제국 등도 마찬가지가 아니었겠는가?
금이 단순히 귀하고 거의 변하지 않는 속성 때문에 지금껏 사랑을 받고 안전자산 취급만을 받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가장 믿을 수 있고 모두가 인정하는 귀금속이기에 어쩌면 당연한 것으로 생각할지도 모른다. 책에서는 그 역사를 아주 오랜 세월로 거슬러 올라갔다. 금이 풍부했기에 이집트나 페르시아가 패권을 누릴 수 있었는지 아니면 국토가 비옥했기에 귀금속을 채굴할 여유가 있었던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금을 화폐로 사용하면서 거래도 활발해졌고 통치하기도 쉬웠을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그래서 강력한 중앙 집권 국가가 탄생했고 각각 독립된 부족들을 - 어쩌면 나라도 이루지 못했을지 모른다 - 침략하고 노예로 삼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렇듯 금과 관련된 사건을 중심으로 살펴본 역사는 흥미롭다. 어떻게 강대국이 탄생할 수 있었고 또 그렇게 쌓아올린 강대국이 순식간에 무너졌는지 어쩌면 무너질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알게 된다는 것이 내가 책을 손에서 내려놓지 못하게 하였다.
과거 로마 제국처럼 큰 영향을 미치는 나라들은 많았는데 지금은 미국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어쩌면 역사적으로 어떤 제국도 하지 못했던 완전한 세계 점령을 미국이 하고 있는지 모른다. 실물 자산인 황금 대신에 미국 달러라는 무형의 자산이 기축통화로서 자리 잡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영향도에 대해 간과하고 있는 듯하다. 책의 내용의 절반 이상이 근대에 영국에서 미국으로 패권이 넘어오게 된 사건에 대해 다루고 있다. 가장 철저하게 그리고 교묘하게 세계 경제를 요리하고 있는 나라가 미국이 때문이 아니겠는가? 과거 세계를 지배했던 강대국들이 그랬듯이 막강한 군사력으로 달러화를 지키면서 그 패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유럽은 쑥대밭이 되고 잿더미가 되었는데 전쟁의 피해를 거의 입지 않았던 미국은 엄청난 경재 성장을 이루었고 그때 유입된 금을 이용해 원조도 하고 그 돈으로 많은 인재들을 긁어모았는지 모르겠으나 인재들이 모였고 그들은 어떻게 하면 미국 달러가 기축 통화로서 유지할 수 있는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었던 방식을 동원하였다.
고대나 중세의 전쟁과 금에 대한 이야기는 상세하게 다루지 않아 상당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근대로 넘어오면서 미국이 세계 패권을 유지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상당히 구체적으로 설명하다 보니 단박에 이해하기 어려웠다. 세계의 유능한 석학들이 모여서 머리를 짜낸 것이므로 쉽게 이해를 못하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저자가 중국인이기에 마지막에 중국이 해야 하는 역할에 대해서도 빼놓지 않았다. 플라자 합의 이후 일본 경제가 미국의 엄청난 부채를 떠 앉고 침몰한 것처럼 중국도 그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 물로 이미 여러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을 한 부분이다. 미국의 독주를 막을 방법, 중국이 일본처럼 부채를 떠안고 침몰하지 않을 방법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시를 하였는데 책의 뒷부분을 읽을 때는 그래서 우리 개인들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많은 생각들을 하였다. 어쩌면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