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문화 답사기 3권 세트 - 전3권 - 여수 고흥편 + 신안편 + 완도편 섬문화 답사기 시리즈
김준 지음 / 보누스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어릴 적에 바다와 가까운 곳에 살았던 적이 있어 성인이 되어서도 바다에 동경은 계속되었다. 배를 타고 섬으로 가서 외부와 단절된 채 스스로 식량을 해결해야 하는 모습을 보며 간접적으로나마 무인도에 대한 생활에 대해 체험을 하는데 우리 모두 마음속에 이런 모험에 대한 욕망이 있는 듯하다. 어릴 적 본 만화에서도 배를 타고 여행하다 무인도에 상륙하였다가 우여 곡절 끝내 탈출하는 내용들도 많았고 영화의 소재가 되기도 하였다. 무인도에 갈때  가져가야 할 3가지라는 내용은 입사 시험에 종종 등장하는 시험 문제 중 하나였다. 마음속에 섬에 대한 동경이 있는 것은 아닐까? 대표적인 관광지도 섬이라는 점은 육지와 동떨어져 있기에 왠지 혼자만의 시간을 만들어 준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이지만 수심이 깊은 동해의 섬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그리고 크루즈선을 타고 여행을 하더라도 같은 해변가가 이어지기 때문에 아름답다는 생각을 가지기는 힘들다. 반면 남해나 서해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수심도 얕기 때문에 섬들도 많고 오랜 파도에 휩쓸린 기암절벽들도 볼만하다. 10여 년 전에 통영에 있는 작은 섬을 다녀왔는데 일몰을 보고 있노라니 어릴 시절을 소환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아름다운 모습에 감탄하여 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나를 책을 펼치도록 만들었다.


  어디를 가든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관광이든 여행이든 섬을 찾게 되면 아무런 목적이나 사전 지식이 없어도 바닷바람을 맞으면 그 냄새에 취하고 왠지 모를 추억 속으로 빠져든다. 바위마다  저마다의 모습이 있고 또 바위들이 지닌 이야기들도 있을 것이다. 별것 아닌 것 같고 하나도 닮지 않았는데 사람들은 이야기를 붙이고 오래오래 구전되어 내려왔다. 그런 이야기라는 것이 저자는 모두 다를 것인데 신기하게도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을 봐서는 사람마다 생각하는 바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섬사람들은 어떻게 무엇을 해서 먹으며 살고 있을까? 참 궁금하기도 하다. TV에 나오는 체험 프로그램만 봐서는 아주 여유롭게 살고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그렇게 좋기만 하면 왜 억척스럽게 일을 해서 자식들을 뭍으로 보내려 했을까? 섬에서 산다는 것이 정말 힘들고 고달프기 때문은 아니겠는가? 우리가 섬을 여행지로 삼는 이유 중 하나는 섬에는 풍족해 보이지만 모든 것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과 가장 가까이에 있지만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물은 부족하고 도시에서는 흔한 병원이나 약국은 말할 것도 없고 슈퍼도 없을 수도 있다. 그런 부족함을 잠시나마 느껴보기 위해서 섬을 찾지만 정작 섬에 사는 분들은 그런 모든 불편함을 고스란히 안고 살아가야 한다.


  나도 여행을 많이 다녀보았다고 생각했지만 전라도 섬들은 많이 가보지 못했다. 진돗개는 잘 알지만 진도는 가본 적도 없다. 그런데 진도로 가는 다리가 있다고 한다. 그럼 영종도나 남해나 거제도처럼 섬의 지위를 잃은 것은 아닌가 모르겠다. 다리가 있어 차로 왕복할 수 있게 되면 아무래도 섬이 주는 그런 신비함은 반감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실망하기보다 진도에서 다시 작은 섬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지도를 보면 진도 근처에 수없이 많은 섬들이 있지만 각각의 섬들이 어떤 이야기를 지니고 있는지 책을 통해 가상의 여행을 떠나볼 수 있었다. 그렇게 많은 섬들을 여행 작가가 아닌 내가 모두 둘러본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고 어떤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지 책을 통해 살짝 엿보았다. 관광지로서의 섬이 아니라 주거지로서의 섬 이야기는 처음이었다. 물론 저자가 직접 섬에 살면서 겪은 이야기라기 보다 섬을 여행하면서 섬에 거주하시는 분들을 만나서 들었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지만 TV나 라디오처럼 짜인 각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저자가 읊어주는 이야기를 내가 원하는 분량만큼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섬에서 살아는 보고 싶지만 막상 섬에서 살아라고 하면 걱정이 앞설 것이다. 모든 불편을 감수하고 섬에서 살아가는 주민들. 우리 모두가 무인도 여행만 찾고 해산물을 더 이상 찾지 않을 것이 아니라면 섬에서의 생활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누군가는 섬을 지키고 또 바다 농사를 계속해야 할 것이다. 저자가 지적한 잘못된 섬에 대한 정책에 대해서 우리가 바로잡을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바다에 쓰레기를 버리고 오는 행위는 금지해야 할 것이다. 낭떠러지를 내려다보며 먹고 있던 음료수 병을 던지고 싶은 욕망을 느끼고 한번 찾은 섬을 두번 다시 찾을 일이 없으니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는 생각은 버리고 지켜야 할 것이다. 섬의 문화와 환경 모두 마찬가지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