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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아메리카나 1~2 - 전2권 - 개정판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황가한 옮김 / 민음사 / 2019년 6월
평점 :
소설을 읽다 보면 남의 삶을 대신 살아보는 경험도 할 수 있고 내가 주인공이라면 저렇게 하지 않았을 건데라는 생각도 든다. 자서전이나 에세이와는 달리 작가의 생각이 드러나지 않도록 잘 조절하면서 책을 써야 하기에 쉽지 않을 것이다.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에세이가 아닌 소설로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담는 것인데 밝히지 싫은 흑 역사가 있을 수도 있고 당당하게 내세울 수 있는 과거도 있을 것이다. 물론 약간의 가감은 있겠지만 자신이 직접 느끼고 경험했던 것을 소설로 옮긴다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가장 솔직하게 객관적으로 표현하였기에 철저히 여자의 입장에서 쓴 소설을 남자인 내가 100%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소설을 제대로 음미하기 위해서는 마치 내가 주인공이 된 것처럼 영화를 보듯이 빠져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다. 소설을 통해 감동을 얻을 수도 있고 흥미를 느끼며 삶에 활력소가 될 수도 있다. 혹은 우리가 잘못 알고 있던 편견을 깨고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내가 읽은 아메리카나가 그런 유의 소설이 아닐까 싶다.
아프리카 하면 예전에는 그곳에 사는 국민들보다 야생에서 뛰어다니는 동물들의 모습이 먼저 떠올랐다. 그러다가 성인이 되어가면서 국립공원에서 뛰어다니는 동물들 외에도 그곳에 사는 국민들에 대해서도 생각하기 시작했다. 아프리카에 사는 학생들은 지도 그리기는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국토가 자로 잰 듯이 일자로 국경이 그려져 있었다. 열강들이 서로 분할해서 차지하기 위해 자기들 마음대로 국경을 나눠 버린 결과였다. 수많은 아프리카 주민들을 잡아서 미국으로 끌고 가서 노예로 팔아서 미국인 상당수가 흑인이 되었다. 그곳에서 정착하며 살아가는 흑인들과 아프리카에서 유학 온 학생들. 그들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사실 별로 관심이 없었다. 책을 읽기 전까지는 궁금하지도 않았다. 아프리카에서 아메리칸드림을 안고 미국으로 진출한 학생들은 식민 생활을 한 이유로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지만 같은 나라에서도 사투리가 존재하듯 수십억이 사용하는 영어의 경우는 어떻겠는가? 아프리카 출신이라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영어 발음에 신경을 써서 말하고 헤어스타일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야 했다. 나도 해외에 출장 가서 수개월 생활을 하였지만 그곳에 산다라는 생각보다 잠시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행동이나 말투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만약 계속 생활해야 한다면 나도 어떻게 변했을지 모를 일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지방에서 살다가 수도권으로 처음 이사를 왔을 때에도 사투리를 쓰는 억양 때문에 신경이 많이 쓰였던 것은 사실이다.
같은 나라에서도 지방 출신이라 무시당할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외국이라면 오죽하겠는가? 아는 사람도 거의 없는 낯선 땅에서의 적응. 쉽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 것인데 어떻게 적응을 하였는지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는 직접 경험하기 전에는 알 수가 없다. 특히나 인종에 대한 문제라면 이야기는 상당히 달라질 것이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우리도 알게 모르게 차별을 하지 않는가? 이 모든 것을 극복하고 적응해나가면서 흔히 말하는 아메리칸드림을 완성해나가는 모습. 내가 알지 못했던 나이지리아라는 나라의 모습. 아프리카에 있는 나라들이 가지고 있는 오랜 문제점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만든 장본인들이 바로 서구의 열강들이다. 자기들 마음대로 나라를 땅따먹기 하듯 쪼개고 많은 미해결 문제들을 남겨 두었다. 그런 문제들의 근원이 나이지리아에 사는 국민들이 잘못했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이런 문제를 나이지리아 정치 문제로 남기고 백인들을 흉내 내려고 하는 것은 오히려 내가 가진 지나친 편견일까? 백인 우월주의를 지나치게 경계하고 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내가 행간을 읽지 못한 것일까? 소설이란 시대상을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소설을 읽고 해석하는 것은 독자들만의 영역이므로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