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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몰랐던 결투의 세계사 - 스파르타쿠스는 어쩌다 손흥민이 되었나 ㅣ 건들건들 컬렉션
하마모토 다카시 외 지음, 노경아 옮김 / 레드리버 / 2022년 7월
평점 :
학창 시절 체육 이론 시간에 스포츠의 역사에 대해 배우면서 그 시작은 전투나 결투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처음 들었다. 어쩌면 인간의 본성 자체가 그런 잔인한 것을 즐기고 희열을 느끼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원시시대에는 먹고살기 위해 사냥을 하는 것이 생존의 문제였고 차음 부족 사회가 발전하면서 전투는 영토와 권력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가 조직적인 형태로 발전한 전쟁이 되었을 텐데 우리가 세계사를 공부하면서 가장 흥미롭게 읽는 부분도 전쟁의 역사이다. 나는 지금 전쟁에 휘말리고 싶지 않지만 혹은 나만 아니라면, 나만 죽지 않는다면 가장 재미있는 게 전쟁이라는 말도 있다. 그래서 어릴 적에도 친구들끼리 편을 나눠 전쟁놀이를 하지 않았던가.
과거 로마시대에 검투사들이 전쟁을 하던 것을 우리는 실제 장면으로 본 것은 아니고 만화를 통해 보아왔고 잔인하다고 생각하기 보다 악당은 물리쳐야 하고 내가 그 주인공이 되는 상상을 하곤 했었다. 검투사들의 결투는 내가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목숨을 바쳐 대신 싸워주었고 사람들은 돈을 걸면서 내기를 하고 흥분했을 것이다. 군사 정부 시절에 3S 기치를 내걸고 프로야구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것과 다를 바는 없을 것이다. 이런 검투사들의 결투는 익히 알고 있었는데 그에 못지않게 기사들이나 혹은 미국 개척시대의 결투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 어릴 적 만화나 영화를 통해 본 것이 전부였는데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지만 상당 부분 왜곡되었다. 기사들이 명예를 걸고 싸운 이유는 국가나 가문을 위해 희생하겠다는 생각도 있었겠지만 지금처럼 재판 시 충분한 증거를 댈 수 없었고 신이 공정하게 심판을 내릴 것이라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귀족들로 구성된 기사들이 결투를 하는 것은 어떤 문제가 있을까? 작게는 우수한 병력을 스스로 소멸시키는 것이 될 것이고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가문 간에 원수가 되는 빌미를 제공했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왕이나 황제들은 결투를 통해 재판을 하는 것을 금지시키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지금처럼 TV나 유튜브 같은 오락거리가 많지 않았던 시절 어떡해서든 불만을 표출하고 대중들은 무엇인가에 열광하고 싶어 했을 것이다. 지금은 그것이 복싱, 레슬링 같은 격투기 종목이나 축구, 야구와 같은 구기종목으로 발전한 것이다. 이종 격투기를 보며 대리 만족을 하기도 하는데 무협지나 액션 영화를 보며 쾌감을 느끼는 것이랑 다를 바는 없을 것이다. 전쟁이라 결투가 발전하여 스포츠가 된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데 그것은 큰 줄기이다.
책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그런 큰 줄기가 아닌 곁가지들이다. 단순하게 세월이 흘러서 결투가 스포츠로 변화한 것이 아니라 엄청난 시련과 변화를 겪으면서 발전해 왔다는 것이다. 과거 지배층이 피 지배층을 효율적으로 다스리기 종교를 이용한 것처럼 근대 시대로 넘어오면서 독재자들이 자신의 위치를 돈독히 하기 위해 스포츠를 적절히 잘 활용하고 선전 도구로 이용하게 된 것이다. 내가 중학교 2학년대 88올림픽 성화가 지나가는 것을 응원하기 위해 반별로 위치를 나눠서 전 학년들이 응원하였던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