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내려놓으니 내가 좋아졌다
네모토 히로유키 지음, 최화연 옮김 / 밀리언서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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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항상 말한다. '바쁘게 사는 모습 보기 좋다' '회사에서 일이 많은 것은 좋은 것이다' 등등 열심히 부지런히 살아라고 말을 한다. 행복하게 살아라는 말 대신에. 그리고 남이 아닌 내가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게 되면 사정없이 잔소리를 퍼부었다. 조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은 채.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왔고 출장을 가서 마라톤 회의를 하고 기차 시간에 쫓겨 허겁지겁 밥을 먹고 뛰어가는 모습을 보며 스스로를 멋지다고 생각했다. 세상에서 가장 싫은 모습이 주말에 소파에 누워서 빈둥거리는 나의 모습이었기에 수십 년 동안 집에 소파가 없었다. 소파에 앉게 되면 너무 편한 것에 길들여져서 나태해질까 봐 스스로를 독려하기 위함이었다. 하루하루 당연히 힘들고 바쁘게 살아야만 했고 주말에는 나름대로의 스케줄을 세우고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해야만 했다. 그렇지 않고 맞이하는 일요일 저녁이 너무도 싫었다.

이렇게 살아오다 보니 힘들 줄 모르고 지내왔지만 과연 행복한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올해는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자며 한 달에 한 번은 느긋하게 낮잠도 자고 집에서 빈둥거리자고 생각했는데 이것도 하나의 목표가 되어 마치 실천해야 하는 일이 되어 버렸다. 그렇면서 회사에서 나처럼 부지런히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을 보면 화가 나고 아이들에게도 부지런함을 강요하는 나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때로는 남들의 좋은 모습만 보면서 '누구는 주식 투자를 해서 돈을 많이 벌었는데 나는 왜 이럴까?' '저 사람은 노래도 잘하고 말도 잘하는데 나는 잘 하는 게 뭘까?'라는 자괴감도 때때로 들곤 했다. 책의 제목을 보며 대충 내용은 짐작하였고 뭐 읽으나 마나 뻔한 내용 아니겠어라는 생각을 가졌다. 그럼에도 계속 손이 가는 이유는 왠지 나에게 하는 얘기 같았기 때문이다.

내려놓는다는 의미를 잘못 해석하면 큰 꿈을 버리고 그냥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그냥저냥 살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근데 돌이켜 보면 나에게 충고를 했던 사람들이 하는 말이 힘을 조금 빼라고 한다. 골프를 잘 치기 위해서는 손에 힘을 빼야 한다는 것이고 나를 내려놓는다는 것은 꿈을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라 지나친 욕심을 버리고 잠시 숨을 돌리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남들에게 관대하고 나에게만 엄격하게 대한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이도 저도 아닌 나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과연 잘 살고 있는 것일까? 어쩌면 이런 생각을 가진다는 것 자체도 나를 내려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책에서 알려준 방법대로 따라 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고 알려준 방법대로가 아니라도 마음속에 있는 응어리를 떨쳐버리기 위해 혼자만의 공간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소리치듯이 진정하고 싶은 말을 내뱉어야겠다.

힘을 빼고 좀 편하게 살아라거나 자신에게 너무 엄하게 대하지 말라는 뻔한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점점 빠져들고 스스로에게 계속 물어보는 이유는 제대로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돌아볼 기회를 주는 것 같다. 내가 정말 힘든 이유가 나 혼자서 다 해낼 수 있다는 막연한 자신감 때문은 아니었는지 내가 꼭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욕심 때문은 아니었는가 생각해 보았다. 스스로를 너무 힘들게 하지 말고 조금은 내려놓고 삶에서 힘을 빼는 지혜를 얻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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