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물리학 시트콤 - 상식을 뒤집는 14가지 물리학
크리스토프 드뢰서 지음, 전대호 옮김, 이우일 그림 / 해나무 / 2012년 9월
평점 :
이과 전공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학문이 회계학이고 문과생들은 수학과 물리학을 가장 싫어한다고 들었다. 사실 물리학은 가장 기초가 되지만 일상생활에서 활용도가 떨어지므로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관찰하거나 여름에 아이들과 해수욕장에서 신나게 파도를 타며 신나게 놀때도 우리는 물리학을 접할 기회가 생긴다. 위대한 물리학자들 덕분에 우리는 편리한 전기도 사용할 수 있는 반면 핵무기의 위험속에 살기도 한다. 또한 과속으로 달리는 자동차가 전복되지 않도록 고속도로를 설계할 수 있으며 일기예보도 비교적 정확히 예측하여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로부터 지켜주기도 한다. 서점가에서 학문과 일상이라는 글자가 포함된 책을 찾아보면 '경제'나 '심리'가 포함된 책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이과를 전공한 나로서는 살짝 배알이 아프기도 하지만 물리학은 엄연한 기초과학이니 누구를 탓할 수도 없을 것이다. 하긴 전공자인 내가봐도 심리학과 같은 사회과학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재미를 느끼는데 물리학은 점점 흥미를 잃게 만드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인가보다. 근데 짜잔 [물리학시트콤]이 나타났다. 표지를 보아하니 시키장에서 신나게 내려오며 물리공식으로 풀고 있는데 아마도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물리학으로 쉽게 설명하려나 보다 생각했지만 이런 생각은 곧 접어야만 했다. 역시 물리학은 공식이 없으면 설명이 안되는 것인가? 나도 전공자라 어지간한 지식은 갖추고 있다 생각했지만 독자층을 누구를 겨냥했는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상당한 수준을 요한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현상들 가령 하늘이 푸르게 보이고 저녁 노을이 붉게 보이는 것은 낮에는 태양의 고도가 높아 공기층을 적게 투과하기 때문에 붉은 색보다 푸른 색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고 반대로 해질녘이 되면 공기층을 많이 통과해 파장이 짧은 푸른 빛들은 우리 눈에 들어오기 전에 먼지나 공기중에 흡수되고 파장이 긴 붉은 빛이 먼저 우리 눈에 들어오는 원리인데 과감한 생략과 물리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공식들로 눈을 어지럽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생략해도 될 만한 일상적인 대화들로 지면을 차지하고 소세지 값이 얼마인지는 궁금하지도 않은데 내용보다 오히려 강조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그래서 제목이 [일상의 물리학]이 아니라 [물리학 시트콤]인지는 모르겠다.

예전에 TV프로그램에서 영화에서 잘못된 부분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실험이 있었다. 우리의 영웅 블루스 윌리스가 악당들이 타려는 비행기의 주유구를 열어 라이터로 불을 붙여 그 불길이 타고올라 비행기가 폭발하는 장면이었는데 3~4가지 정도의 오류가 있었다. 비행기의 주유구가 열리지도 않을 뿐더러 열리더라도 기름이 흐리지 않게 설계가 되어 있으며 비행기의 연료로 사용하는 가솔린의 경우 휘발유처럼 불이 잘 타오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책에서도 그런 물리학의 오류를 지적하였지만 왜 그런지 이유를 제대로 기술하지 않은 점이 아쉽다. 물리학이든 수학이든 공식으로 증명되어야 함은 옳지만 일반인들이 상식의 수준에서 이해하기에 공식은 너무 어렵다. 학창시절 기말고사에서 풀었을 만한 수준의 난이도 있는 문제를 제시한 것 같다는 느낌이 팍팍든다.

이 책을 통해 물리학에 대해 문외안이라 이웃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들에게 일침을 가하고 싶다는 생각은 물론 들었다. 가령 윗층에서 쿵쿵 거리는 소리가 아래 집에 얼마나 울리겠냐고 무심코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악기소리보다 쿵쿵 뛰는 소리가 왜 더 잘 전달되는지 상세히 설명이 되어 있다. 윗집에서 떠드는 소리에 복수(?)를 하려면 TV볼륨을 높히는 것보다 우퍼가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물리학으로 증명되었다. 아파트와 같은 공동 주택에 살면서 소음으로 인해 이웃집에 피해를 주는 사람들에게 '제 9화 벽'을 꼭 읽게 하고 싶다. 내가 민감한 것이 아니라 여기 물리학자가 증명하였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