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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귀촌 정착에서 성공까지 - 베이비부머 은퇴 후 인생 2막을 위한
매일경제신문 경제부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초등학교를 다니고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을 졸업하기까지 16년간 공부를 하였다. 그리고 사회에 나와서 그동안 배웠던 것을 바탕으로 인간관계도 형성하고 일도 배운다. 꼬박 12년~16년을 배워서 일을 시작하는데 반해 정작 다른 일로 눈을 돌릴때는 그다지 많은 준비를 하지 않는 것 같다. 귀농귀촌도 예외는 아닐터인데 1~2년도 준비하지 않고 도시에 살다가 농촌으로 떠다는 사람들이 주위에는 상당수 존재한다. 직장에서 일을 하다가 이런 저런 이유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에이, 촌에 가서 농사나 짓던지 해야지'라고 토로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과연 '농사나 짓는게' 맞는 말일까? 농사 짓는 것을 간접 경험해본 나로서는 '농사나'가 아니라 '농사씩이나'라고 표현해야 옳다고 생각한다. 직장에서는 컴퓨터 없이는 일이 안되듯이 농촌에서도 장비가 없으면 일이 되지 않는다. 트랙터나 경운기를 직접 운전할 줄 모르면 품삯을 주고 고용해야 하는데 이런 저런 경비떼고 나면 남는 돈이 없다. 농약치고 비료주는 일도 별것 아닌 것 같아도 노하우가 있으며 잘못했다간 1년 농사 다 망치기 십상이다. 첫 직장생활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는 반면 제 2의 직장을 선택하는데는 그만큼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는 것이다. TV에서 귀농해서 억대 매출을 올리는 성공 사례를 보며 무작정 뛰어들기도 하는데 어디까지나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며 실패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이다.
농촌으로 가면 좋은 점은 많다. 공기 맑은 공기 마시며 물 좋고 인심 좋은 곳에서 여유있게 살수도 있다. 하지만 여름밤에 쉴새없이 날아드는 모기와 나방들, 풀 베다가 쉽게 마주칠 수 있는 뱀과 벌을 무서워한다는 것은 차타는 것을 무서워하는 것 만큼 치명적일 수 있다. 이런 돌발 변수들을 예상하고 가족들과 뜻을 함께하여 귀농귀촌을 하기로 마음 먹었더라도 사전에 치밀한 준비를 해야한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부동산 가격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농사지을 사람이 없어 채소값도 폭등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귀농귀촌을 반기며 여러가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제 농업은 더 이상 사양 산업이 아는 것이다. 마우스 몇번 클릭으로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농사를 지어야 먹고 살 것이며 생산을 하여야 입고 타고 다닐 수 있는 것이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다고 걱정만 할 것이 아니라 이는 또 다른 기회를 주는 것이다.
얼마전 라이프 플래너가 와서 재무 상담을 하며 은퇴 후 자금이 얼마나 필요할지 물어보았다. 나는 주저없이 시골에 논이랑 밭이 있으니 전원주택 지어서 농사지으며 먹고 사는 것 걱정하지 않고 그동안 모았던 돈 조금씩 사용하면서 살것이라 하였다. 물론 아무런 준비없이 귀향한다면 꿈과 같은 이야기 일 것이다. 하지만 차근차근 준비한다면 어려운 것도 아니다. 이 책도 나와 같은 사람이 준비를 하는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귀농귀촌에 대해 지원도 많아지고 희망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만큼 관련 서적들도 시중에 쏟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책 한권으로 끝낸다는 생각은 애당초 갖지도 않았다. 배추나 무 같은 채소를 키우는 방법만 열거해도 수십페이지에 달할 것이니 그 많은 내용을 다 다룰수는 없겠지만 얼마되지 않는 책의 분량에 많은 내용을 담으려다보니 깊이면에서 미흡한 것은 사실이다. 채소를 키우고 스스로 퇴비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는 기술이 되어 있지만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그림도 없이 글자만 보고 전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준비하고 정착하는 쪽에 관심을 두었더라면 페이지를 좀 더 할애하여 주말농장을 통해 체험을 하는 쪽에 좀 더 비중을 싣고 구체적으로 작물을 어떻게 키우면 된다는 가이드가 아쉽다. 성공 사례들에 대해 소개를 하였지만 지나치게 장미빛 전망만 제시한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도 살짝든다. 물론 귀농귀촌에 대해 막연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가이드를 제시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아주 만족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