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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가야 한다 - 정진홍의 900킬로미터
정진홍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1월
평점 :
어릴 적부터 나는 혼자 있기를 좋아했다. 혼자서 사색하고 이런 저런 상상도 해보았다. 그렇게 혼자만의 꿈도 꾸고 그 꿈을 키워나갔다. 그렇다가 어른이 되려고 할 때쯤 나를 보고 사람들이 “너무 세상을 모른다”라고 핀잔을 주었다. 너무 인생을 아름답게 그리고 낙천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그리고 10여 년의 세월이 지났고 나는 그 무리들 중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자부한다. 항상 긍정적으로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왔기에 어떠한 시련이 닥쳐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믿어 왔던 것이다. “인생은 남들이 대신 살아 주지 못한다”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다. 그럼에도 우리는 남들을 의식하며 살기도 한다. 왠지 혼자서 밥을 먹으면 서글퍼 보이고 둘이서 걸으면 빨리 걷는 것 같고 다리 아픈 줄 모르지만 혼자서 걷는 걸음은 터벅터벅 힘 없어 보이는 걸음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인생은 혼자서 가야 하는 것이다. 옆에 동료가 있고 말 동무가 있다는 것은 분명 좋을 것이다. 힘이 들 때 의지할 사람이 있다는 것만큼 든든한 것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에게 의지를 하고 그 사람이 도움이 되기를 간절히 원한다면 나 또한 그런 역할을 충실히 해낼 수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도 홀로 설 수 있는 자신감 그것이야 말로 나를 강하게 만들 수 있고 남들이 가지지 못한 나만의 장점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래서 나 자신도 외유내강이라고 자부하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으면서 나의 현실과 많이 비교도 해보고 현재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해볼까 도움을 받기도 하였다. 누구든 어떤 일을 하고 있든지 어려움은 매한가지인가 보다. 내가 제일 힘든 상황에 직면한 것 같고 나의 현실이 가장 힘들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누구나 어려운 고비를 보내기 마련이며 또 행복한 시간을 맞이하기도 한다. 어릴적부터 들어왔던 행복과 불행의 사이클이 있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내가 접한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문구는 책 제목을 통해 처음 접하였다. 감동 받았던 이유가 직장생활을 누군가가 “군대와 같다”라고 표현하였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은 힘들고 미칠 것 같지만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나의 “이 또한 지나가리라” 라는 해석과 조금의 차이가 있고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 잘나가는 것도 한 순간이니 다음을 준비하라는 뜻으로 말이다.

우리는 정말 반 푼어치도 안 되는 쓸모 없는 노여움을 끌어안고 있는지도 모른다. 운전하다가 끼어든 차량 때문에 화가 나서 홧김에 사고를 내기도 하고 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해 친구와 다투기도 한다. 어떤 부모는 아이가 너무 말을 듣지 않아 홧김에 뜨거운 물을 몸에 끼얹어 아이와 부모 자신에게 되돌릴 수 없는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오래된 원한을 잊지 못하고 가슴에 담고 있다가 홧병이 나기도 하고 원한 관계때문에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하지만 좀 더 길게 그리고 넓게 생각해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닐 수 있습니다. 이런 쓸데 없는 노여움을 버린다면 정말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버릴것은 빨리 버리고 잊어야 하는 것은 최대한 빨리잊는 것이 정신건강에도 이롭고 결국에는 자기 자신을 위하는 길이다.

하지만 삶이란 어차피 홀로 가는 외로운 길이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정말 잔인한 말이 될 수도 있다. 어차피 내 인생 내가 결정해야 한다는 말도 되지만 정말 중요한 순간 자신이 결정을 내릴 만큼 결단력이 있어야 한다는 말로 대변될 수 있을 것이다. 후배들이 찾아와서 인생 상담이나 직장내에서 경력 개발을 위해 조언을 요할때도 충고는 해줄 수 있지만 책임 져줄 수도 없으며 인생을 대신 살아 줄 수도 없는 것이다. 이처럼 무책임한 말이 어디 있냐라고 반문할지도 모르지만 엄연한 사실인 것이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저승까지 따라갈 수는 없는 법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한다. '빨리 가려면 함께 가야 한다, 하지만 인생은 혼자서 가야 한다' 라고 말이다. 하지만 나와 영원히 함께 따라가는 친구는 멀지 않은 곳에 존재한다. 나는 그것을 '선행'이라 생각한다. 내가 어디로 가더라도 나를 결코 버리지 않을 것이며 나를 적극 변호해 줄 것이다. 혼자서 가야하는 인생길 힘들고 외롭지만 선행이라는 친구와 함께라면 힘들지 않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