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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1초만에 이해하기 - 집사도 미처 몰랐던 고양이 마음 수첩
린즈쉬엔 지음, 이나경 옮김 / 도도(도서출판)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어릴적부터 동물을 무척 좋아하여 금붕어는 물론이고 개, 고양이, 토끼, 닭 등을 키웠었다. 개는 활동범위도 넓고 덩치도 커서 부담이 되었기에 고양이를 좋아해서 자주 데리고 놀았다. 살면서 가장 오랜 세월 키워왔던 동물이 아닌가 싶다. 고등학교때 슈퍼를 하면서 새끼 고양이를 키웠는데 금방 성묘가 되었다. 처음에는 가게에 있는 음식을 손대어서 문제가 되었는데 교육을 통해 파는 음식에는 절대 손을 대지않았다. 고양이가 생각보다 똑똑하다는 사실에 놀랐었다. 자전거를 타고 등하교를 했는데 집에 올 무렵 자전거 체인 소리를 듣고는 멀리서 놀다가도 마중나오는 것을 보고 식구들 모두 놀라움을 금치못했다. 적당히 눈치도 볼줄 알아서 식구들이 밥 먹을때면 밥상 아래에 있곤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적당히 눈치보면서 따뜻한 실내 생활할 수 있는 지혜를 스스로 터득한것이다.
페르시안 같은 고품종의 고양이가 아니라 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그런류의 고양이들을 키웠고 대학교때는 길에서 우연히 만난 길양이와 친해져서 하교길에 항상 나를 반겨주었다. 자동차 밑에 숨어 있다가 나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다가와서는 나의 다리에 목에서 골골 소리를 내며 머리를 비비곤 했다. 사람마다 내뿜는 느낌을 보고 아는 것인지 자신에게 잘해주는 사람을 기억하는 것인지 알수는 없지만 유독 고양이들이 나에게는 호의적이었다.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다. 책에서도 말했듯이 인간이 고양이를 길들여서 애완동물로 삼았다기 보다 고양이가 먼저 인간에게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야생에서 먹이를 구하기도 힘들고 천적들도 많은데 인간과 함께 지낸다면 먹이도 쉽게 구할수 있고 천적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다. 뛰어난 사냥꾼이기에 인간들이 원하는 것은 양식을 축내고 각종 질병을 옮기는 쥐를 없애주는 것과 사람의 우울한 기분을 달래줄 애교이다. 오늘날의 고양이는 전자보다 후자에 집중한데 고양이를 키우다보면 쥐를 잡아서 주인에게 자랑하듯이 입에 물고오기도 하고 문앞에 놓고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은 인간을 괴롭히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잘해준 사람에게 일종의 보답인 것이다.
책에서는 고양이에게 해서는 안되는 금기 사항에 대해서도 얘기를 하는데 가령 전용 화장실을 이용하거나 발톱을 갈기 위해 전용 장식장을 준비해주더라도 손으로 고양이 발을 잡고 시범을 보이듯 행동을 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나도 새끼 고양이를 키울때 모래에 변을 보도록 준비를 해주고 고양이를 데려가서 발을 잡고 땅을 파는 시늉을 하도록 하였다. 몇번 그렇게 하였더니 마치 나의 말을 이해한 듯 실제로 그런 방식으로 변을 보았다. 상당히 학습 능력이 뛰어난 것이다. 이러한 행동을 스스로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교육에 의해 가능한 것이다. TV에 등장한 우수한 품종의 고양이는 양번기에 변을 보고 점프하여 물도 내리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사람처럼 화장지에 변을 닦지는 못하였다. 고양이에게 학습을 시키기 위한 왕도는 없다는 것이 내가 내린 결론인 것이다.
개와 고양이의 공통점도 많지만 차이점이 더 많은 것 같다. 책에서도 둘의 차이점에 대해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였는데 나는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가 개는 사람을 따라가지만 고양이는 장소를 따라간다는 것이다. 길냥이 들이 많은 이유가 생존력과 뛰어난 사냥 실력, 그리고 개과와 달리 단독 사냥을 한다는 점이 야생에서의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하였던 것이다. 나는 그 보다 더 큰 이유 중 하나가 이사를 갈때 상당수의 고양이들이 길냥이가 된다는 것이다. 아파트가 아닌 주택에서 고양이를 키우게 되면 방에서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밖을 돌아다니는데 이사를 가게 되거나 수년을 키우다 보면 어느날 고양이가 더 이상 집에 들어오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일명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간 것인지 사냥꾼들한테 잡힌 것인지 알수는 없지만 중요한 것은 이사를 가거나 할 때 고양이들은 잘 따라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쩌면 사람을 이용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어릴적에 고양이를 요물이라고 말하는 것도, 털이 계속 빠지므로 인간의 건강에 좋지 않다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고양이도 인간과 전혀 다른 동물이고 인간과 다른 행동을 하고 의사소통을 하는 방식이 다르기에 고양이를 완벽하게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동물들의 언어와 행동을 100% 이해한다는 것은 신의 영역에 대한 도전이라 생각한다. 다만 빅 데이터에 기반하여 고양이의 행동을 이해하는 것만이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