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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서 읽는 과학 - 염색체에서 우주까지 과학으로 보는 일상
이종호 지음 / 북카라반 / 2018년 1월
평점 :
나이가 들어가면 인문학에 대해서는 자연스레 안목이 생긱다고 했던가? 어릴적부터 동물을 좋아하여 자연스레 과학에 관심이 많은 나였지만 경영학이니 경제학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고전도 접하고 재테크에도 관심을 갖다보니 인문학에 대해서는 이래저래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그래서일까, 과학보다 인문학이 실생활에 유용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렇다면 과학은 언제 필요할까? 정확히는 언제 내가 써먹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역사의 경우 여행을 다니면서 아이들에게 이야기도 들려주고 또 우리의 과거를 알아야 미래를 알 수 있기에 필수라고 하지만 과학의 경우 그 원리를 이해하지 못해도 별 불편함도 없고 굳이 궁금해하지도 않는다. 간혹 아이들이 "엄마, 번개는 왜 치는걸까?" "아빠, 왜 민물고기를 바닷물에 넣으면 죽을까?" 등에 대한 답변을 하기 위해서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과학은 기초학문이고 공학이 응용학문이라 그만큼 천대받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작년에 수능을 연기시킨 포항 지진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판구조론이나 대륙 이동설에 대해 급 관심을 갖게 되었다. 미세먼지와 추위와의 관계에 대해서 지구 온난화라는데 왜 이리 겨울은 추운 것인지에 대해서도 라디오나 TV 뉴스를 통해서 많이 접하게 되어 과학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지역 단체에서도 과학의 원리를 활용한 체험 학습이 진행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겠다.
과학을 좋아하였지만 수업시간에 배웠던 내용과 시험에 나오는 것은 달라서 항상 만점을 받지는 못하였지만 관심이 많았기에 좋은 성적은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의외로 과학을 외국어 만큼이나 싫어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았다. 중학교때 영어 선생님도 과학을 특히 화학을 싫어했다는 말이 지금도 기억이 난다. 남자들보다는 여자들이 특히 과학을 싫어하는 것 같았고 따분해 보이고 일상생활에서 전혀 쓸모없어 보이는 화학을 싫어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과학적인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면 상당히 많은 것에 대해 설명이 어려울 것이다. 빨래할때 세제를 적당량만 사용해야 하는 것도 고등학교때 배웠던 화학식이나 농도와 관계가 있는 것이다. 내가 주말이면 즐겨보는 서프라이즈라는 TV 프로에서도 과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신비한 현상에 대해 종종 얘기를 하는데 과학적인 원리를 알고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흥미와 느낌이 완전 다를 것이다.
과학을 전공하지 않았거나 관련된 일을 하고 있지 않다면 과학은 상식 이상의 도움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만약 그런 생각을 가진 독자를 위해서라면 저자는 이런 책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작년에 원자력 발전소 추가 건설 관련하여 공청회도 열고 대지진으로 많은 사람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지진 안전지대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게 아닌 것인가? 백두산 화산이 폭발한다면 남북 통일이 될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져도 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많은 논란이 있다. 언론에서 고기를 숯불에 구워먹으면 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겁을 주고 테슬라라는 회사에서 전기차를 만들고 있는데 에디슨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인물 테슬라. 소비자들이 이제 많이 똑똑해져서 물건을 판매하는 입장에서는 예전보다 어려워졌다고 하지만 단순히 인터넷에 떠도는 후기와 나름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문가 행세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지만...) 나는 과학적인 원리를 이해 해야지만 제대로된 비평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치 자신이 지구의 수호자이고 동물 애호가인양하는 사람들에게 조목조목 실례를 들어서 반박하고 싶지만 그렇기에 우리가 배우는 과학은 실용적이지 못한 것 같다.
항상 베스트 셀러는 자기계발서나 인문학에 근간을 두었거나 혹은 공상과학을 주제로 한 서적들이 차지하는 것 같다. 과학이 상대적으로 대우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베게너의 대륙이동설에 대해 알고 있어도 진도 6.0의 지진을 피할수는 없고 지구온난화가 문제이든 다른 원인이 있든 당장의 내일 한파가 닥친다고 일기 예보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으므로 과학의 원리에 큰 관심이 없는지도 모른다. 또한 지금까지 우리가 접했던 대부분의 과학이라는 말이 붙은 책들도 그 정도 선에서만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그친 것은 아닌가 모르겠다. 상식의 선에서 이야기를 하고 말 것인지 더 깊이 들어가서 일반인들이 알기 어려운 용어까지 써가면서 설명을 해야 하는지는 글쓴이의 의지이고 판단하는 것은 독자들의 몫이다. 문제는 나 자신도 '과학을 전공한 나도 겨우 이해하는데 일반인들에게는 너무 어려운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는데 다른 재테크 관련된 서적을 볼때는 굳이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당장의 내 주머니에 돈을 채워주는 지식만을 인생에 지혜를 주는 책이라고 생각하는 것인 아닌지 반성해본다. 그리고, 동일하거나 유사한 제목의 책이 출판된다면 누구보다 먼저 접해보리라 생각한다. 그것이 우리의 이공계 발전에 한몫 할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일지라도 말이다.
PS. 저자는 왜 제목을 "침대에서 읽는 과학"이라 했을까?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 과학이라서 아재 개그를 한 것일까, 아니면 자기전에 편하게 읽어보라고 그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