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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에서 프렌치 키스하기 - 우치동물원 수의사 최종욱의 야생 동물 진료 일기
최종욱 지음 / 반비 / 2012년 3월
평점 :
어릴적부터 동물을 아주 좋아해서 과학자가 사육사가 되고 싶어했다. 지금이야 집에서 반려동물을 많이 키우니 수의사나 사육사가 되기를 희망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하지만 내가 어릴적에는 지금처럼 반려동물이라는 말도 사용하지 않았고 애완동물이라고는 마당에 키우는 개나 고양이 정도였다. 학교 운동회가 하는 날이면 의례 병아리를 파는 분들이 나타나곤 했다. 하지만 영양 상태가 좋지 못했던 것인지 우리가 키울줄 몰라서인지 1주일을 넘기지 못하고 죽고 말았다. 1주일간 키웠기에 나름 정이 들어 양지 바른 곳에 묻어 주곤 했는데 그렇다가 6마리 병아리를 사서 2마리를 제대로 키워본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항생제를 적절히 사용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던 것이 실퍠의 원인인 것 같다. 처음에는 모이만 주었지만 제대로 키울때는 보리와 쌀, 옥수수 등을 망치로 잘게 부수고 메뚜기나 사마귀와 같은 곤충도 잡아서 주었다. 그렇게 해서 열심히 키웠는데 그때가 참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물론 다 자라기 전에 불의의 사고를 당해 운명을 달리하였지만 좋은 경험이었다. 그 외에도 토끼도 키웠는데 겨울철에 제대로된 보온시설이 없어 동사하는 일이 생겼다.
닭이나 토끼의 경우 집에서 사육하기 위해 길들여 졌지만 야생동물의 경우 만만찮을 것이다. 야생에서 살던 동물이므로 왠만한 질병에 속수 무책일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야생의 본능이 살아 있으니 먹이부터 잠자리까지 신경을 많이 써야할 것이다. 애완동물이나 가축도 이렇게 신경이 많이 쓰이는데 사자나 호랑이 혹은 얼룩말 같은 동물은 오죽하겠는가? 백과사전에서 봤는데 사자가 호랑이 보다 길들이기 쉬우며 얼룩말은 순해 보이지만 길들이기는 퍽 힘들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서커스에 등장하는 동물중에 얼룩말이나 사슴은 본적이 없다.
동물의 왕국이나 야생동물의 세계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면 육식동물이 초식동물을 사냥하는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주로 TV에서는 사냥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므로 초식동물이 불쌍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어른으로 성장하기 전에 다 잡아 먹힐 것만 같았다. 하지만 새끼를 낳는 것을 보면 초식동물은 보통 한배에 한마리 정도 낳지만 육식동물은 5~7마리씩 낳게 된다. 그만큼 어릴적 사망율이 높기 때문일 것이다. 초식동물의 경우 천적은 육식동물이지만 육식동물의 경우는 같은 종족이 가장 무섭다고 하지 않는가? 영역 싸움을 해서 진 사자는 많은 상처를 입고 쫓겨나거나 싸우다 죽는 일이 다반사다. 그리고 다른 사자의 새끼는 모두 물어 죽여서 자신의 자손을 퍼뜨리려고 한다. 이런 행동들은 단체생활을 하는 원숭이 무리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또한, 수컷 곰의 경우 새끼를 낳고 떠나버리고 어미 곰이 새끼를 키우는데 종종 수컷 곰이 새끼를 헤꼬지하려고 드는 장면을 TV에서 자주봤다. 그래서 동물원에서 새끼를 낳으면 따로 격리시켜서 사람들이 키우나보다. 그러게 어릴적부터 사람의 손에 키워지다보면 야생의 습성을 잃을 수도 있겠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이다.
얼마전에 서울 대공원 동물들에 대한 내용을 TV에서 본적이 있다. 딱딱한 콘크리트 바닥에 살다보니 나무에서 주로 살아가는 오랑우탄의 발이 엉망이되고 원숭이는 스트레스로 털이 빠지고 늑대는 한쪽 방향으로 계속 돌기만 했다. 바둑판처럼 다닥다닥 붙여서 우리를 만들어 놓으면 동물을 관찰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편할지 몰라도 동물들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 될 것이다. 아이들이 나를 닮아서인지 동물 구경하는 것을 좋아해서 동물원을 자주 찾는다. 어떤 동물원은 정말 동물을 위해 넓찍한 축사를 갖추고 있지만 어떤 곳은 좁은 곳에 가두어두는 곳이 많다. 그럴때마다 저 동물들은 야생을 얼마나 뛰고 싶을까 라고 생각해보지만 사람에 의해 보호를 받으니 나름 장점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동물원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아닐까 싶다. 어릴적 동화책에서 읽었는데 원숭이에게 담배 꽁초를 던지기도 하고 하마가 입을 벌리고 있으니 장난으로 콜라병을 던지는 장난꾸러기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도 그런 사람들이 있다고 하니...이런 인식변화가 생겨야 할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먼저 알려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