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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브랜딩 - 취향을 비즈니스로 만든 사람들
도쿄다반사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5월
평점 :
우리에게 일본의 수도라고 알려진 도쿄이지만 단순히 일본의 수도를 넘어, 전 세계인에게 '감각적인 도시'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킨 독특한 매력을 지닌 곳이다. 그 안에는 수많은 브랜드와 그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저마다의 취향과 철학을 담아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도쿄 브랜딩]은 이러한 도쿄의 매력을 심층적으로 파헤치며, 어떻게 취향이 비즈니스가 되고, 감각이 일상이 되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도쿄다반사'라는 도쿄의 문화와 음악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 기획팀이 직접 발로 뛰어 인터뷰하고 기록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생생함과 신뢰를 더한다. 도쿄라는 도시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다양한 브랜드를 소개하고 있다. 책을 일게 된 계기는 아직 가보지 않았지만 조만간 아니면 언젠가는 가보고 싶은 곳이기에 우리가 흔히 접하는 여행안내서나 에세이와는 다른 내용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유명 브랜드의 성공 사례를 나열하는 것을 넘어, 템베아, 이요시 콜라, 모리오카 서점, 콘란샵 재팬 등 독특한 개성과 철학을 지닌 14곳의 선정된 브랜드에 대해 알고 싶었다. 책에서는 그 탄생 배경부터 성장 과정, 그리고 브랜드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독자들은 책을 통해 각 브랜드가 어떤 아이디어에서 출발하여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는지, 또 시행착오를 겪고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지를 생생하게 엿볼 수 있게 해준다.
책에서는 '사람'에 집중한다. 브랜드는 결국 사람의 손끝에서 시작되고, 사람의 철학을 담아 성장한다는 것일까. 저자들은 브랜드를 만든 이들의 취미가 어떻게 직업이 되고, 개인의 태도가 하나의 문화로 확장되는지 그 과정을 면밀히 추적하였다. 레코드를 수집하는 취미가 레코드숍 창업으로 이어진 이야기, 재즈를 좋아해 회사를 그만두고 직접 재즈 킷사를 연 이야기처럼, 이 책은 독자들에게 '나의 취향도 비즈니스가 될 수 있다'는 영감과 용기를 선사한다. 이는 단순히 브랜딩 노하우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삶의 태도와 직업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를 제공하게 된다. 직장 생활을 20년 넘게 하고 있는 나로서는 나의 취미가 어떻게 직업이 될까 하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처음 직장을 선택할 때는 내가 좋아하는 혹은 내 가슴을 뛰게 만드는 일을 해보고 싶다며 선택한 직장에서 현실의 벽에 부딪혀서 좌절하기를 수차례 거듭하였다. 그렇면서 돈을 버는 것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스스로를 위로하며 살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취미를 살려서 본업으로 성공한 분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고 상위 1%라는 생각도 한다.
도쿄라는 도시가 가진 '공간 브랜딩'의 힘을 잘 보여준다. "브랜드는 공간이 되고, 감각은 일상이 된다"라는 책 표지의 문구처럼, 도쿄의 브랜드들은 단순히 제품이나 서비스를 넘어, 특정 공간을 통해 독특한 경험과 분위기를 제공한다. 책 속에서 소개되는 브랜드들은 그들만의 독특한 공간 디자인과 배치, 그리고 고객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브랜드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물리적인 공간이 어떻게 브랜드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고객과의 유대감을 형성하는지에 대한 좋은 사례들을 제시하는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브랜딩 전문가나 마케터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자신만의 브랜드를 꿈꾸는 예비 창업가, 이미 브랜드를 시작했지만 새로운 자극이 필요한 경영자, 혹은 현재 하는 일에 권태를 느끼는 직장인 등 다양한 독자들에게 영감과 통찰을 제공할 수 있는 책이다. 도쿄의 감각적인 브랜드들과 그 안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은 진정성 있는 브랜딩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취향을 비즈니스로 연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매일 반복되는 일과에 지친 직장인으로서 한 번쯤은 일탈을 꿈꿔볼 수도 있고 세컨드 잡은 돈이 안되더라도 진정 내가 좋아하는 일을 가지고 소소하게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한 권의 책이 도쿄의 브랜드를 다룰 수는 없지만 엄선된 14개의 사례는 도쿄 브랜딩의 핵심적인 철학과 감성을 이해하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물론 내가 검증할 방법은 없지만 도쿄를 여행하거나 새로운 브랜드를 접할 때 더 깊이 있는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도쿄라는 도시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과 그 안에서 빛나는 사람들의 열정을 통해, 우리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대한 신선한 자극을 선사하는 매력적인 책이라 생각한다. 국뽕 같지만 우리도 서울 브랜딩이라는 책이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