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박시태와 김영자 1956-2024
박정원 / 마이라이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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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역사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흔히 왕정의 이야기, 위인의 삶, 계급별 사회문화적 양태 등을 연상하게 된다. 혹은 정치, 경제, 문화, 예술 등의 주제별 역사를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그런 굵직한 역사들의 기저에는 평범한 개인들의 역사가 존재하고 그 도도한 흐름을 지탱한다. 

이 책은 한 시대를 살아간 개인의 역사에 관한 이야기이다. 

가장 특이한 점은 필자가 내용의 대상이 되는 개인들과 아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바로 그들의 자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주관적 시점과 의도적으로 설정하는 객관적 시점을 함께 견지하려고 노력한다. 

이 지점에서 이 책의 개성이 발현되는데, 먼저 아주 내밀하고 미시적인 이야기들이 독자들에게 전달된다. 
마치 취재자가 동행한 듯이 필자는 두 사람의 인생과 그 사연들을 근접하여 묘사한다. 덕분에 독자는 생동감 있고 현실감 있는 개인의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다. 

동시에 필자는 3인칭 시점에서 두 사람의 여정을 서술하기도 한다. 
'60년대부터 시작하여 최근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어떻게 시대와 같이 살아가고, 각자의 꿈과 소망을 향해 전진하며, 가족이라는 사회의 중요 단위를 형성해가는지를 담담하게 써내려간다. 독자는 그 역사의 저변에 있던 미세화를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풍경을 통해 시대와 사람과 사회를 모두 살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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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아름다움은 이미 때 묻은 것 - 모성, 글쓰기, 그리고 다른 방식의 사랑 이야기
레슬리 제이미슨 지음, 송섬별 옮김 / 반비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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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소설 같은 에세이를 쓰는 작가들이 있다. 
에세이란 모름지기 공개를 염두해둔 일기와 같은 것이다. 따라서 일상적인 언어들이 주를 이루고, 아름다움보다는 공감을 목적으로 한다. 문장에 힘을 줘서 탄력을 만들기보다는 이완하여 편안함을 형성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특한 언어의 맛을 평범함에 숨기지 못하고, 공감보다는 미적 쾌감을 주는 작가들이 있다. 힘을 뺐는데도 날카로운 팽팽함이 있는 문장을 제작하는 이들이 있다. 
그리고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이 책의 저자이다. 

이 책은 딸의 탄생이라는 시점 이후, 모든 것이 깨어졌다가 다시 재구성되는 인생에 대한 이야기이다. 

첫 번째 키워드는 '혼돈 속에 벌어지는 치유'이다. 
생명의 탄생이라는 거룩한 성취를 이룬 관계는 아마 인간 사이에 있어 가장 궁극적인 관계일 것이다. 그러나 그 관계도 많은 경우 종말을 맞이한다. 필자가 그랬고, 필자의 부모님도 그랬다. 
그런 대변혁, 대혼란으로 인한 부작용들이 저자에게 다가온다. 자신은 그것이 그리 큰 일이 아니라고 변호하고 싶지만 자신의 삶에 대한 생각, 태도, 감회가 모두 재편된다.  
그리고 그런 변화의 영향 속에서 그녀는 가족이라는 울타리와 나라는 존재에 발생한 상처를 치유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인상적인 것은 그 노력이 편안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선 육아로 인해 생활은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상태이고, 자신의 기존 일상은 그대로 진행되며, 그런 이중주 사이에서 새로운 고민은 계속 발생한다.
이런 상황에서 필자는 냉탕과 온탕을 오가듯, 이성과 감성을 수시로 교체하며,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 보고 그 속에 난 상처를 치유하려고 노력한다. 

두 번째 키워드는 '인생과 사랑에 대한 고찰'이다. 
자신의 상처를 살피고 회복하려는 고군분투는 어느새 필자를 사색가로 만든다. 
모성이란 무엇인가에서 시작하여, 가족, 사회, 인생, 사랑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음대로 되지 않는 그 모든 것들에 분노하기 보다는 '경이로움을 느끼는 자신의 능력'에 집중하기로 한다. 자신의 뜻과는 별개로 진행하는 듯한 삶을 관조하며 그 안의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을 주목하기로 한다.  

그 결과, 저자는 사랑에 대한 놀라운 정의를 내리게 된다. 
각각의 사랑은 장편소설일 수도, 단편소설일 수도, 시일 수도 있다는 것, 따라서 단편소설인 사랑에게 짧게 끝났으니 실패라고 판정할 수 없다는 것. 
사랑은 단순히 함께 살아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 관계라는 이야기 속에 살도록 불려들여지는 것', 즉 공감의 정도가 일반적인 관계와는 비교가 안 된다는 것. 

순수한 사랑을 꿈꾸던 소녀였을 필자는 어느덧 현실을 헤쳐나가는 엄마가 되었다. 
순수한 감정, 훼손으로 더럽혀지지 않는 사랑은 기만일 뿐이며, 그 대신 타협한 버전에 헌신해야 한다고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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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에서 마흔으로, 마음의 힘이 필요할 때 장자를 만나라
천인츠 지음, 문현선 옮김 / 미래문화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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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공자와 맹자의 책은 한 번쯤 안 읽어본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노자와 장자의 책은 그렇지 않다. 
노장 사상에 대해서는 단편적인 우화나 기발한 아이디어 단위로만 사람들이 접한다. 
그래서 이 책이 더 의미가 있다. 
본격적으로 장자의 생각에 대해 종합적이고, 총체적으로 다루기 때문이다. 

역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장자의 독특한 관점과 사유이다. 
물고기와 대화를 나누고, 곤과 붕과 같은 상상을 초월하는 존재를 논하며, 인간의 언어에 반기를 든다. 
그 한계를 규정하지 않는 상상력과 기존 관념을 전복시키는 도발성은 현대에 와서도 그 강도가 줄지 않는다. 

아주 먼 옛날에 산 장자라는 사람은 어떻게 이런 자유로운 생각이 가능했을까. 
그 비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절대성에 대한 부정'이다. 
그는 절대적인 것은 애초에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럼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모든 사물과 이치를 상대주의적으로 관조한다. 
따라서 인간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생명의 관점에서, 더 나아가 사물까지 아우르는 존재의 관점에서 세계를 바라본다. 
인간사회의 관점에서 세상을 재단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관점에서, 더 나아가 삼라만상 우주의 관점에서 세계를 재단한다. 

이 책을 보면 간편하게 정리된 여러 이야기와 대목 속에서 이런 장자의 세계관을 접할 수 있다. 


#마음의힘이필요할때장자를만나라 #미래문화사 #천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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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꺼진 나의 집
한동일 지음 / 열림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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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가장 이국적인 장소는 개개인의 심리 속이다. 
온갖 상상이 난무하고, 모든 타부가 해제되며, 현실의 이형들이 끊임없이 결합한다. 
그 속에는 평화와 혼돈이 공존하며, 논리와 비논리가 조화를 이룬다. 

이 책은 그런 심리 속 세상에 대한 이야기이다. 

1. 심리에 대한 애정

필자는 절대적으로 심리를 신봉한다. 
자신의 전공이라는 배경도 큰 역할은 한다. 작가에게 자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식적 배경이 필연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의 소설은 심리가 현실을 반영하고 해석한다는 기류가 분명히 흐른다.
부연하자면 심리를 통해 현실의 진실과 정체성이 드러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인간모독'에서 평범한 수준으로 시작한 이런 심리의 기술들은 뒷 작품으로 갈수록 강해진다. 
그리고 '팽팽하게 감긴 태엽'에서 그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 작품은 전적으로 주인공의 심리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가장 이질적이고 복합적이며 독특한 세계가 등장한다. 

2. 심리, 꿈, 현실의 관계

심리의 별칭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꿈은 심리와 밀접한 관계를 지닌다. 
따라서 억제되고 자제하던 심리는 꿈을 통해 발산한다. 
따라서 그 꿈 속에는 욕망, 혼란, 당혹, 좌절, 희망이 뒤섞여 존재한다. 
그의 이야기 속의 등장인물들은 이런 심리와 꿈을 가깝게 두고 항상 교류한다. 
아울러 자신들의 감정과 생각을 통해 비극적인 현실을 투영하여 자신의 실존을 확인한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 심리, 꿈, 현실의 관계가 정립된다. 
또한 심리는 그런 구조 속에서 모티브이자 메타포가 된다. 


#불꺼진나의집 #한동일 #열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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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직선이 아니다 - 암, 도전, 진화 그리고 삶과 죽음에 대한 매혹적인 탐구
김범석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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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추상적인 개념과 구체적인 기하학이 결합하여, 심오한 시너지를 뿜어냈다.
제목을 짓는 감각으로 볼 때 본문이 기대되었고 저자가 궁금해졌다. 
그러나 필자가 의사인 것을 보고 그 기대는 우려로 바뀌었다. 
그동안의 의사들의 책들은 전문적이고 특이한 경험과 정보는 전달해주었지만, 그 내용의 깊이나 표현의 성숙도는 대부분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우려를 완전히 해소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높은 수준의 성찰과 강한 강도의 울림을 전해주었다. 

이 책은 자신의 소년 시절 꿈을 실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다가 결국 철학적 깨달음에 이른 의사의 이야기이다. 

필자는 아버지의 죽음과 그에 뒤따른 불행들을 경험하며, 암이라는 질병을 정복하는 것을 일생의 임무로 삼는다. 
그리고 그 암과 싸워가면서 점점 의사인 동시에 철학자가 되어간다. 
그것은 그 '암'이라는 것이 바로 '죽음'의 다른 이름이며, 그 죽음에 대해 끝없이 성찰하고 고찰했기 때문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독자는 그 급진적이지만 온화하고, 목표지향적이지만 과정중심적인 과정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는 필자의 생각과 이야기에 몰입하게 되고, 인생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 화두를 얻게 된 것을 깨닫는다. 

특히 저자가 자신의 인생을 살아오며 추출해낸 몇 가지 개념이 압권이다. 
그것은 바로 '전환과 공존', 그리고 '같음과 없음'이다. 
그는 암이라는 절대악으로 생각했던 상대를 많은 성찰을 통해 생명의 관점에서 다시 보게 된다. 
이런 인식의 전환을 통해 우리의 삶이 암이라는 '나의 일부'이자 '또 다른 나'라는 존재와 공존하는 것임을 알게 된다. 

또한, 암 역시 생명의 일부이고 나와 구분할 수 없는 일부라는 생각은, 죽음과 삶이라는 개념으로 확장한다. 
'암'은 곧 죽음이고, '나'는 곧 삶을 상징하며, 즉 죽음과 삶 역시 구분할 수 없는 공존의 개념이 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마치 양극단이 만나 혼돈을 일으키다가 궁극적으로 조화롭게 공존하는 새로운 질서를 이루는 것과 같다. 
그 두 개념은 어느덧 같아지고, 그 구분은 없어진다. 

그리고 이 단계에 이르러 필자는 선언한다. 
암과 나, 죽음과 삶은 직선처럼 선형적이거나 대척적인 것이 아니라, 
곡선처럼 순환적이고 조화로운 것이라고 말이다. 

철학의 본질은 명확하다고 생각했던 경계들이 사라지고 그 구별을 재고하는 것인데, 
저자는 마침내 그 경지에 오른 철학자가 되었다.   

#죽음은직선이아니다 #흐름출판 #김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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