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아름다움은 이미 때 묻은 것 - 모성, 글쓰기, 그리고 다른 방식의 사랑 이야기
레슬리 제이미슨 지음, 송섬별 옮김 / 반비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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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소설 같은 에세이를 쓰는 작가들이 있다. 
에세이란 모름지기 공개를 염두해둔 일기와 같은 것이다. 따라서 일상적인 언어들이 주를 이루고, 아름다움보다는 공감을 목적으로 한다. 문장에 힘을 줘서 탄력을 만들기보다는 이완하여 편안함을 형성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특한 언어의 맛을 평범함에 숨기지 못하고, 공감보다는 미적 쾌감을 주는 작가들이 있다. 힘을 뺐는데도 날카로운 팽팽함이 있는 문장을 제작하는 이들이 있다. 
그리고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이 책의 저자이다. 

이 책은 딸의 탄생이라는 시점 이후, 모든 것이 깨어졌다가 다시 재구성되는 인생에 대한 이야기이다. 

첫 번째 키워드는 '혼돈 속에 벌어지는 치유'이다. 
생명의 탄생이라는 거룩한 성취를 이룬 관계는 아마 인간 사이에 있어 가장 궁극적인 관계일 것이다. 그러나 그 관계도 많은 경우 종말을 맞이한다. 필자가 그랬고, 필자의 부모님도 그랬다. 
그런 대변혁, 대혼란으로 인한 부작용들이 저자에게 다가온다. 자신은 그것이 그리 큰 일이 아니라고 변호하고 싶지만 자신의 삶에 대한 생각, 태도, 감회가 모두 재편된다.  
그리고 그런 변화의 영향 속에서 그녀는 가족이라는 울타리와 나라는 존재에 발생한 상처를 치유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인상적인 것은 그 노력이 편안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선 육아로 인해 생활은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상태이고, 자신의 기존 일상은 그대로 진행되며, 그런 이중주 사이에서 새로운 고민은 계속 발생한다.
이런 상황에서 필자는 냉탕과 온탕을 오가듯, 이성과 감성을 수시로 교체하며,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 보고 그 속에 난 상처를 치유하려고 노력한다. 

두 번째 키워드는 '인생과 사랑에 대한 고찰'이다. 
자신의 상처를 살피고 회복하려는 고군분투는 어느새 필자를 사색가로 만든다. 
모성이란 무엇인가에서 시작하여, 가족, 사회, 인생, 사랑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음대로 되지 않는 그 모든 것들에 분노하기 보다는 '경이로움을 느끼는 자신의 능력'에 집중하기로 한다. 자신의 뜻과는 별개로 진행하는 듯한 삶을 관조하며 그 안의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을 주목하기로 한다.  

그 결과, 저자는 사랑에 대한 놀라운 정의를 내리게 된다. 
각각의 사랑은 장편소설일 수도, 단편소설일 수도, 시일 수도 있다는 것, 따라서 단편소설인 사랑에게 짧게 끝났으니 실패라고 판정할 수 없다는 것. 
사랑은 단순히 함께 살아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 관계라는 이야기 속에 살도록 불려들여지는 것', 즉 공감의 정도가 일반적인 관계와는 비교가 안 된다는 것. 

순수한 사랑을 꿈꾸던 소녀였을 필자는 어느덧 현실을 헤쳐나가는 엄마가 되었다. 
순수한 감정, 훼손으로 더럽혀지지 않는 사랑은 기만일 뿐이며, 그 대신 타협한 버전에 헌신해야 한다고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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