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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에게 언어를 주자
김명순 외 지음, 이루카 엮고 옮김 / 아티초크 / 2026년 7월
평점 :
<이 글은 인디캣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여성의 삶은 흔히 아름답게 포장되지만, 실질적인 내용을 보면 그 반대인 경우가 훨씬 많다.
왜냐하면 인류의 사회는 아직도 남성중심, 남성우월의 논리가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이러니하게도 여성은 남성보다 더 감성적이고, 감수성이 뛰어나다.
오랫동안 고착화된 사회적 불균형과 불평등이 더욱 가혹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 책은 그런 존재적 내면과 실존적 삶을 시로 표현한 여성 시인들의 연대기이다.
가장 큰 장점은 여성이 자신들만의 언어로 그려내는 세계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세계는 녹록치 않은 삶이 녹아져 있고, 그럼에도 위안을 찾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여성들이 있다.
떨칠 수 없는 슬픔이 있고, 태생적 한계를 넘어서는 열정이 있으며, 궁극적으로 수렴하는 고독이 있다.
이런 온갖 감정들과 그 사이에서 빛나는 지성이 한데 뒤섞여 있는 이유는 여성의 삶이라는 존재 자체가 모순적이며 혼합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세계를 시라는 언어를 통해 정제하여 표현한다.
예술적 감수성과 정치적 급진성이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독립적인 삶에 대한 갈망과 자기 구속적인 가족애가 공존하고 있다.
인생을 살아가며 만날 수밖에 없는 병, 죽음, 갈등, 부조리, 불평등은 시어를 통과하는 순간, 여성의 실존적 고독의 상징이 된다.
다음으로, 광활한 스펙트럼 역시 이 책의 장점이다.
기원전 2300년 전의 여성 시인에서부터 20세기의 현대 시인까지 아우른다.
영미권 시인은 물론, 그들을 소수처럼 보이게 만들 만큼 많은 다른 나라의 시인도 포괄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시간적, 공간적 대지 위에 자신을 움직이게 하는 억압, 상실, 분노이라는 운명적 감정들을 시로 풀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