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다가, 뭉클 - 매일이 특별해지는 순간의 기록
이기주 지음 / 터닝페이지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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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그려본 사람이 그린 선은 알아볼 수 있다.

강약을 통해 선 하나에도 문맥과 맥박을 만들고,

길이를 통해 단면과 입체를 만들며,

위치를 통해 생각의 명암과 감각의 이야기를 만든다.

이것이 펜화에 사람들이 빠져드는 이유다.

흑백이고, 꽉 채워지지도 않았으며, 습작 같은 펜화는

흑백에도 색이 있고, 대상을 표현하기 위해 공백만으로 충분하며,

연습 같은 가벼움이 때로는 더 완벽한 완성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리고 이 책 역시, 이런 펜화로 이뤄진 에세이다.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전국 방방곡곡을 갈 기회가 있을 때마다 펜으로 옮긴 풍경과

그 장소가 떠올리게 해준 생각들.

한 사람만 만나는 것이 아니고, 가지각색의 사람들과 어울려야 할 때마다 글로 옮긴 단상과

그 만남이 촉발한 감정들.

이 경험들을 되돌아보고 정리하면서 그린 그림들이 실려있다.

이런 생각과 감정의 스케치들이 밑바탕에 있어,

그 그림들이 글과 어울어지고, 독자들에게 설득력을 지닌다.

펜화로 재현됨으로써 오늘이라는 하루가 미적 감흥을 일으키는 주체가 된다.

#그리다가 뭉클 #이기주 #터닝페이지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컬처블룸리뷰단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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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전히 걸어가는 중입니다 - 젊은 도예가의 꿈을 향한 도전과 응원
김소영 지음 / 드림셀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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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들이 가는 길이 아니라,

어떤 이든 그곳에 가는 사람을 모두 순례자로 만드는 길이다.

이 책을 보며 느꼈다.

단지 하나의 길일 뿐이지만,

걷는 사람으로 하여금 미뤄두었던 생각들을 비집고 들어가게 만들고,

보지 않았던 수평선과 하늘을 보게 만들고,

만날 일이 없었던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이야기하게 만들며,

다시 그 대화로부터, 만날 일이 없었던 영감과 성찰을 얻게 만드는 길이다.

다리를 움직여 물리적인 거리를 진행하는 길이 아니라,

생각을 움직여 형이상학적인 공간을 가로지르는 길이다.

필자 역시, 이런 사람들 중 하나이고, 이렇게 순례길이 만든 신비한 여정을 걸었다.

게다가, 같은 세대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택한 길이 아닌 독특한 커리어를 추구하고,

자신 안에 있는 괴짜 본능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어서, 필자는 더욱 그 길에 빠져든다.

한 번 경험한, 일상으로부터의 이탈, 일반 사람들로부터의 탈출은

그녀로 하여금, 9번이라는 반복적이며 임시방편적인 순례자의 길로 들어서게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느낀 감정을 글로 쓰도록 안내한다.

그리고 지극히 평범한 하루, 단순한 생활, 실증나는 현실과

노란색 화살표, 광활한 풍경, 이상적 돌파구를 만날 수 있는 산티아고를 비교한 본문을 읽다보면,

독자들 역시 순례자가 되고자 하는 열망에 빠지도록 인도한다.

아울러, 길이라는 인공적이기도 하고 자연적이기도 한 대상이,

간단하고 단편적인 수단이 아닌,

인생, 회상, 희망을 향한, 정교하고 총체적인 목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하게 한다.

#나는 여전히 걸어가는 중입니다 #김소영 #드림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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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로 보고 그림으로 듣는 음악인류학 - 불교와 세계종교
윤소희 지음 / 민족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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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 영향력에 있어서는 청각 정보가 가장 크다.

시각 정보는 그것을 수용하면서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청각 정보는 일단 접촉하면 우리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그 해석에만 집중하게 한다.

이는 진화인류학상 위험을 감지하는 통로로서 청각이 더 중요하고 즉각적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청각 정보인 소리에 관한 이야기이다.

필자는 인류가 그 역사와 함께 항상 곁에 두었던, 이 소리를 "신을 향한 공명",

즉 우주의 궁극에 다다르고자 한 인류의 열망이라 설명한다.

그리고 범 지구적으로 각 지역을 순례하며 그 음향을 만나고,

그 안에서 종교라는 인간의 가장 내밀한 특성을 발견한다.

아울러 컬러판으로 실린 다양한 문화적, 역사적 사진들이 독자의 이해를 돕고,

시간과 공간을 아우르는 이야기와 상징, 통찰과 해설이 몰입을 주도한다.

소리와 종교라는 생경한 조합이 이토록 조화롭고, 신선하며, 큰 울림을 줄지는 몰랐다.

독서 후에는 가장 최종적인 단계의 인류 사상적 함의를 지닌 음악과 인류의 밀접함에 대해 실감하게 된다.

#소리로 보고 그림으로 듣는 음악인류학 #윤소희 #민족사

#문화충전200%

#문화충전200%서평단 #문화충전200%리뷰단

<이 글은 문화충전 200%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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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 무비 소울 푸드
하라다 사치요 지음, 장한라 옮김 / 영림카디널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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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만 덩그러니 있는 사진.

음식 주변으로 장소적 배경, 즐기는 사람, 벌어지는 사건이 있는 사진.

이 둘 중 어느 것이 더 재미있을까.

이 책은 후자의 위치에 서 있다.

음식 주위로,

시대와 공간을 말해주는 배경이 있고, 인생과 우정을 맛보는 사람들이 있다.

음식 위로,

침을 튀기며 나누는 이야기가 있고,

갈등과 화해, 반목과 대립, 회상과 즐거움이 있다.

재미없을 수가 없으며, 함축적이지 않을 수가 없다.

음식이라는 지엽적인 소재만으로도,

수십년을 관통하는 명작들을 꿰어낼 수 있다는 것에 놀랍고,

한낱 한 끼라는 일상적 의식을 통해,

희노애락, 인생사의 부침, 인간의 어두운 면과 밝은 면을 추출할 수 있다는 것이 감동적이다.

아울러 자신이 보았던 영화의 추억에 잠기며

놓쳤던 장면과 뜻밖의 음식을 찾아내는 신비를 경험할 수 있고,

아직 보지 않은 영화의 한 토막을 맛보며,

미지의 상상과 세계관의 확장을 유희할 수 있다.

'토로토로 차완무시, 사쿠라모찌, 양배추 가키아게 ...'

생전 처음 보고 듣는 색감과 어감에 신기해하기도 하고,

익히 알고 있는 단어와 이색적인 낱말이 결합하여 만드는 하모니에 마음을 빼앗기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독서 후에는 다음과 같은 깊은 사색에 이르기도 한다.

음식이란, 자연과 인간이 관계를 형성하게 해주고,

좌절을 위로하고, 불안을 위안하며, 의지와 희망을 간직하게도 해준다.

이는 음식이 단순히 먹는 행위의 대상이 아니라, 사람들이 자신들도 모르게 정념과 정성을 쏟게 되는 결정체이기 때문이다.

#소울 무비 소울 푸드 #하라다사치요 #장한라 #영림카디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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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 다정하진 않지만 - 카렐 차페크의 세상 어디에도 없는 영국 여행기 흄세 에세이 5
카렐 차페크 지음, 박아람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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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들이 가장 쉽게 진입할 수 있는 글쓰기 분야이며,

사진이나 여행지 묘사라는 훌륭한 사이드킥이 있기 때문이다.

유행가 가사가 문학적 아름다움이 없어도 시적으로 들리고,

만화의 스토리가 치밀하지 않아도 독자들을 몰입하게 만드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리고 문학가, 학자, 예술인 등의 지성인들은 한가롭게 여행이나 다니는 사람들이 아니다.

하지만 그 예외가 간혹 있으니, 이 책 역시 그런 분명한 돌연변이 중 하나이다.

풍경, 건축, 사람들로부터 사상, 문화, 사색을 논할 수 있고,

그 구상과 추상의 두 극단의 사이에서 숨은 의미와 내포된 이야기를 이끌어낸다.

잔디 위를 걷는 시민들에게서 신화 속 물의 요정과 초원을 걷는 중세 영주를 떠올리고,

현지인들이 딛고 서있는 땅의 다채로운 색감으로부터 나라의 탄생과 상상력의 발휘를 발견한다.

커다란 영국의 나무들에게서 오래된 것들이 생명력을 지니고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 고색창연함이 존경의 대상이 되며,

그런 사상이 영국인들이 아름답고 위엄 있게 늙어갈 수 있게 하는 비결임을 찾아낸다.

그리고 점증되는 감상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챕터의 마지막 두 문단은 그야말로 압권, 그 자체이다.

영국의 삶이 어떻게 다른지,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인지를 시작으로,

수많은 반의어로 자신이 여행한 곳을 설명하며,

그 나라가 이룩한 인류사적 업적과 사상사적 혁신을

고귀한 문화유산과 고유한 가치관의 운명적인 결정체로 승화시킨다.

아울러 저자의 명문장을 인용하여 마무리하고 싶다.

"자유의 이상을 숭상하는 곳이라면, 그곳이 어디든 영국의 해안선이 시작되는 곳이라고 할 수 있죠.

그렇다면 이 세상에는 수많은 도버가 있습니다."

#대놓고 다정하진 않지만 #카렐차페크 #박아람 #휴머니스트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컬처블룸리뷰단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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