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죽음은 직선이 아니다 - 암, 도전, 진화 그리고 삶과 죽음에 대한 매혹적인 탐구
김범석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1월
평점 :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추상적인 개념과 구체적인 기하학이 결합하여, 심오한 시너지를 뿜어냈다.
제목을 짓는 감각으로 볼 때 본문이 기대되었고 저자가 궁금해졌다.
그러나 필자가 의사인 것을 보고 그 기대는 우려로 바뀌었다.
그동안의 의사들의 책들은 전문적이고 특이한 경험과 정보는 전달해주었지만, 그 내용의 깊이나 표현의 성숙도는 대부분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우려를 완전히 해소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높은 수준의 성찰과 강한 강도의 울림을 전해주었다.
이 책은 자신의 소년 시절 꿈을 실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다가 결국 철학적 깨달음에 이른 의사의 이야기이다.
필자는 아버지의 죽음과 그에 뒤따른 불행들을 경험하며, 암이라는 질병을 정복하는 것을 일생의 임무로 삼는다.
그리고 그 암과 싸워가면서 점점 의사인 동시에 철학자가 되어간다.
그것은 그 '암'이라는 것이 바로 '죽음'의 다른 이름이며, 그 죽음에 대해 끝없이 성찰하고 고찰했기 때문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독자는 그 급진적이지만 온화하고, 목표지향적이지만 과정중심적인 과정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는 필자의 생각과 이야기에 몰입하게 되고, 인생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 화두를 얻게 된 것을 깨닫는다.
특히 저자가 자신의 인생을 살아오며 추출해낸 몇 가지 개념이 압권이다.
그것은 바로 '전환과 공존', 그리고 '같음과 없음'이다.
그는 암이라는 절대악으로 생각했던 상대를 많은 성찰을 통해 생명의 관점에서 다시 보게 된다.
이런 인식의 전환을 통해 우리의 삶이 암이라는 '나의 일부'이자 '또 다른 나'라는 존재와 공존하는 것임을 알게 된다.
또한, 암 역시 생명의 일부이고 나와 구분할 수 없는 일부라는 생각은, 죽음과 삶이라는 개념으로 확장한다.
'암'은 곧 죽음이고, '나'는 곧 삶을 상징하며, 즉 죽음과 삶 역시 구분할 수 없는 공존의 개념이 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마치 양극단이 만나 혼돈을 일으키다가 궁극적으로 조화롭게 공존하는 새로운 질서를 이루는 것과 같다.
그 두 개념은 어느덧 같아지고, 그 구분은 없어진다.
그리고 이 단계에 이르러 필자는 선언한다.
암과 나, 죽음과 삶은 직선처럼 선형적이거나 대척적인 것이 아니라,
곡선처럼 순환적이고 조화로운 것이라고 말이다.
철학의 본질은 명확하다고 생각했던 경계들이 사라지고 그 구별을 재고하는 것인데,
저자는 마침내 그 경지에 오른 철학자가 되었다.
#죽음은직선이아니다 #흐름출판 #김범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