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시절로 띄우는 편지 - 현대판 단테의 『신곡』 오에 컬렉션 5
오에 겐자부로 지음, 서은혜 옮김 / 21세기문화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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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신화라는 원천

오에의 시그니처 중 하나다.

공동의 발자취와 공동의 상상력이라 일차적으로 해석되지만, 이 구도는 그리 만만치 않다.

우선 오에의 세계관에서 그 스트럭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역사 - 신화

실제 - 가상

지금 - 그리운 시절

말 - 편지

숲 밖 - 숲

고향마을 이야기 속 인물 - 기이 형

오에 자신 - 소설 속 화자

실존 - 관념

사람 - 신성(divine)

인생 - 죽음

사라지는 시간 - 순환하는 시간

그리고 이 책은 이 구도 속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숲처럼,

골짜기(고향)의 역사와 신화를 둘러싼 구원과 재생에 대한 얘기다.

자아의 죽음과 재생 이야기

지금의 작가는, 그리운 시절에 보내는 편지를 통해,

숲 밖에서 이뤄지는 죽음을 재생하려고 한다.

어른들이 보금자리라 부르는 골짜기를 떠나지 않으리라던

어린시절의 덧없는 맹세

그러나 자신의 이상향을 상징하는, 숲에 살던 "기이 형"은 아름다운 옛모습을 잃고, 불온한 분위기를 풍기며 지쳐 잠든 모습으로 귀결한다.

위에서 언급한 두 개의 구도 속에서 각각의 세계를 오가게 되는 인간이지만,

그 과정에서 자아는 발현하고 고양하는 것이 아니라,

쇠락하고 죽어간다.

두 세계를 오고 갈 수밖에 없는 것이 필연이자 불가피하다는 것을 생각할 때,

자아가 시들어가고, 왜곡되며, 쇠퇴하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것일 것이다.

그것이 운명이고 섭리인 것이다.

자신은 그러지 않겠다는 것은 작가 말한 것처럼 덧없는 맹세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본문에서처럼 "순환하는 시간"(섭리) 속에서 "그리운 시절에 편지를 쓰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을 끝까지 거부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소설 속 기이 형처럼

분노가 아닌 사랑을 설파하려 하는데

그 목적을 위해 어리석은 분노에 분노하다 보면,

결국 사랑이 아닌 분노를 설파하게 되는 아이러니에 "고요한 비탄"만 삼키게 될 것이다.

#오에 컬렉션 V #그리운 시절로 띄우는 편지 #오에겐자부로

#서은혜 #21세기문화원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컬처블룸리뷰단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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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전, 테니스 - 좋아하는 마음에 실패란 없다 아잉(I+Ing) 시리즈
원리툰 지음 / 샘터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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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로 인해 도움 받는 초보의 세계

늘 하는 것이 실수지만, 특히 그 발생이 미친듯이 높아지는 시기.

바로 초보의 시기다.

그 실수가 때로는 평생 초보로만 남게 만드는 장애물이 되기도 하고,

누구보다 능숙한 고수로 남을 수 있는 통과의례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 책은 후자로 나아가는 과정이 담긴 이야기이다.

먼저 아무 것도 모르고 테니스를 시작한 필자가 초보자들의 친근감을 부른다.

게다가 직장인이며, 생각만 하다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좌충우돌 행동하는 타입이어서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진짜, 아무런 기초 없이 테니스를 시작하는 얘기부터,

조금씩 장비나 환경을 갖춰나가는 에피소드들이 흥미롭다.

예컨대, 라켓의 선택에 대한 단상, 맨처음 잘못 구입한 일화, 예약하기 힘든 테니스 코트를 찾아다니는 이야기 등

이런 과정을 거쳐 글쓴이는 책의 마지막에 자신이 좋아했던 테니스 선수를 만나는 단계까지 이른다.

그리고 이 일련의 행동들이, 미소를 짓고 있는 초보들에게 말한다.

'도움이 좀 되었나요?'

취미로 인해 열리는 새로운 세계

이 책에서 테니스 못지 않게 재미있는 것은

새롭게 시작한 취미를 통해 필자가 들어가게 되는 새로운 세계의 모습이다.

테니스가 아니었으면, 만나지 않을 사람들, 해보지 않았을 시도들,

발생하지 않았을 고민들, 접하지 못했을 외연의 확장들.

그곳에는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이 있고, 그 교류를 통해 생기는 새로운 감정과 깨달음이 있었다.

예컨대, 혼자 하는 스포츠만 즐기던 필자가 예상치 않게 동호회를 만들고 성공적으로 운영한 에피소드,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필자가 어느 순간 작은 공간에 테니스 박물관을 꾸민 이야기 등등

이런 과정을 거쳐 글쓴이는 책의 마지막에 어엿한 테니스 동호인 단계까지 이른다.

그리고 이 일련의 행동들이, 일상의 지루함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새로운 세계가 궁금하지 않나요?'

#책과콩나무 #책과콩나무서평단 #책과콩나무리뷰단 #기승전 테니스 #원리툰 #샘터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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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데리고 다니는 남자 달달북다 1
김화진 지음 / 북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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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 중 20~30대는 지지부진과 우유부단으로 점철된다.

무슨 명확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고, 원래 그런 것이다.

인지되는 세계의 범위와 속도에 주도권을 빼앗기고,

미래의 불확실성이 행동을 제약하고,

꿈틀대는 희망과 기대는 현실과 이상의 균형을 맞추지 못한다.

이 책은 그런 젊은이가 등장한다.

세계와는 불화하며,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살고, 막연한 긍정적 기대가 역설적으로 삶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회사, 연애, 친구는 늘 주 관심사이지만, 애써 외면하며 자신의 다름을 내보이고 싶어 한다.

전진하는 것이 없고, 명확한 것이 없어, 재미가 없는 것을 불가피한 순환고리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녀 앞에 있는, 개를 데리고 다니는 남자를 바라본다.

이 남자 앞에 붙은 수식어는 그 역시, 그녀와 동일한 상황에 처해 있음을 암시한다.

자신의 대표적 특성이 개와의 산책이고, 세계의 속도 및 관계와 상관이 없으며, 시간의 격렬함이 없는 남자.

'현재라는 시간에 단단히 눌려있는 시루떡 속 팥 같은 나'라고 주인공은 자신을 말한다.

그리고 그런 답답한 상황에서 벗어나는 기대 속에서 그 남자에게 느끼는 호감을 따라간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제3자가 보기에는 그 역시 그녀와 같은 상황에 있는 사람이다.

주인공의 친구는 그 남자와의 가까워짐을 반대하고,

주인공 역시, 그 남자와 있으면 재밌다고 말하지만, 반복되는 시시껄렁한 순환의 관계가 되어가고 있다.

마지막에 주인공이 선택하는 돌파구도 암울하다.

절대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없는 곳으로 가면서, 주인공은 새로운 뭔가가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한다.

그러나 독자들은 알고 있다. 그리고 어렴풋이 주인공도 한켠으로는 직감하고 있을 것이다.

그 새로움 같아 보이는 대안도 결국 지금의 상황을 더 악화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더 큰 무기력, 허무, 고민, 아울러 기대와 관계의 상실까지 찾아올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책과콩나무 #책과콩나무서평단 #책과콩나무리뷰단

#개를 데리고 다니는 남자 #북다 #김화진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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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은 어떻게 삶을 치유하는가 -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헬스케어 디자인
노태린 지음 / 클라우드나인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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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야가 있는 줄 처음 알았다.

건축가, 실내 인테리어 디자인은 익히 알고 있지만,

헬스케어 쪽만 전문적으로 하는 디자이너가 있다니.

그래서 이 책이 차별성을 얻게 된다.

병원을 떠올리면, 삭막한 분위기와 기능 중심의 무미건조한 실내를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평소 생각했다.

병원에서 가장 신경써야 할 부분은 천장이라고.

왜냐하면 과거 입원했을 때 가장 오래, 가장 많이 보는 곳이 천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이 책의 필자다.

병원 병실의 천장을 열리게 하여, 하늘을 보게 하고 싶었다는 내용을 보고,

이 사람은 뭘 좀 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한 가지뿐만 아니라,

사람을 이해해야 공간을 제대로 디자인할 수 있다는 생각과

사용자의 입장이 되어 공간을 봐야한다는 주장,

그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궁극적인 필요와 목적을 충족해야 한다는 접근,

마지막으로, 사람의 감정을 공감하고, 배려하는 디테일을 완성해야 한다는 의견은

공간 디자인, 더 나아가 헬스케어디자인에 대해 필자가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있게 한다.

아울러 신경건축학이라는 최근 트렌드를 소개하며,

뇌과학 등 과학적 성과 및 근거가 실내디자인과 어떻게 접목되는지를 다루는 내용과

공간 디자인과 인문학의 관계는 불가분의 연관을 지닌다는 설명 등도 흥미롭다.

#공간은 어떻게 삶을 치유하는가 #노태린 #클라우드나인

#책과콩나무 #책과콩나무서평단 #책과콩나무리뷰단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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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본 것 - 나는 유해 게시물 삭제자입니다
하나 베르부츠 지음, 유수아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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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아름다워, 세계 평화, 고귀한 예술품 ... 감동을 주는 편지 ...

이런 것들은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데 힘을 주고 환희를 느끼게 한다.

그런데 모두 알다시피, 이런 것들과는 정반대인 것들도 존재한다.

그것도 저 멀리 아득한 곳이 아니라,

바로 우리 옆, 그런 아름다운 것들의 가까운 이면에 존재한다.

이 책은 그런 세계를 조명한다.

그 '정반대'에 투신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잔인한 삶의 논리, 세계 불화, 추악한 인간 군상이 있는 곳,

한 사람의 사상과 인생을 한순간에 엉망으로 만들어버리는 메시지가 있는 곳에서

소설 속 인물들이 살아간다.

'그들이' 본 것이 아니라고, '우리가' 본 것

소위 말하는 '옛날' 사람들이 지금의 우리 세상을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인터넷이 없고, 동영상 플랫폼, 소셜 미디어가 없는 세상에 살던 사람들.

단언컨대, 기상천외한 천국과 지옥이 시시각각 뒤섞여

꿈처럼 뭉게구름이 피어오르기도 하고, 용암처럼 지옥불이 꿈틀대기도 하는 세계일 것이다.

이쪽을 보면 지상 천국 같은데, 1초만에 지옥을 맛볼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런 전인미답의 세계는 현대인들로 하여금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삶을 부여한다.

옛날과는 다른 대화, 사랑, 생각, 관계, 일이 있고,

예전과 달리 우리에게 수용을 강요하는 기준이 있다.

그런 우리의 모습을, 소설 속 그들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예컨대, 트라우마를 분석하다가 그 감정에 전이되는 인물,

거짓정보를 거르는 일을 하다가 추종자가 되는 인물,

사랑이라는 아름다움에 불순한 오염의 침입을 당하는 인물 등.

필자는 그런 환상 같은 현실을, 거짓 같은 진실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우리가 본 것 #하나베르부츠 #유수아 #북하우스

#책과콩나무 #책과콩나무서평단 #책과콩나무리뷰단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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