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자신의 이상향을 상징하는, 숲에 살던 "기이 형"은 아름다운 옛모습을 잃고, 불온한 분위기를 풍기며 지쳐 잠든 모습으로 귀결한다.
위에서 언급한 두 개의 구도 속에서 각각의 세계를 오가게 되는 인간이지만,
그 과정에서 자아는 발현하고 고양하는 것이 아니라,
쇠락하고 죽어간다.
두 세계를 오고 갈 수밖에 없는 것이 필연이자 불가피하다는 것을 생각할 때,
자아가 시들어가고, 왜곡되며, 쇠퇴하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것일 것이다.
그것이 운명이고 섭리인 것이다.
자신은 그러지 않겠다는 것은 작가 말한 것처럼 덧없는 맹세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본문에서처럼 "순환하는 시간"(섭리) 속에서 "그리운 시절에 편지를 쓰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을 끝까지 거부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소설 속 기이 형처럼
분노가 아닌 사랑을 설파하려 하는데
그 목적을 위해 어리석은 분노에 분노하다 보면,
결국 사랑이 아닌 분노를 설파하게 되는 아이러니에 "고요한 비탄"만 삼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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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