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최대의 쇼 - 진화가 펼쳐낸 경이롭고 찬란한 생명의 역사
리처드 도킨스 지음, 김명남 옮김 / 김영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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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화론, 말 그대로 하나의 이론으로 봐야 하는가



얼마 전 나는 다윈의 종의 기원을 읽으며 진화론에 대한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이제 진화론은 정치와 경제, 사회에까지 그 어떤 분야로도 설명되어지는 학설이란 문제로부터 나의 고민은 시작되었다. 여전히 창조론과 진화론자들은 팽팽한 대립을 보이며, 많은 사람들은 진화론을 두고 하나의 이론에 불과한 것이고, 그저 가설일 뿐이라 단정지어 평가하지만 과학에서의 가설이란 자연현상을 설명하는 명제이고, 또한 현상을 설명하는 명제들을 가리켜 이론이라 칭하는 것이다. 생물학의 주요 이론만 살펴보더라도 모든 생명체는 역사속에서 더욱 다양해지고, 수많은 변화를 거듭해왔으며, 모든 종은 하나, 혹은 극히 적은 수의 공통의 조상으로부터 연결된 계보를 가지고 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신의 존재를 믿는 나로서는 과연 진화론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더욱 깊어질 수 밖에 없었다.




종의 기원의 계보를 잇는 리처드 도킨스의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은 이번에야말로 나의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명쾌하게 풀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더더욱 흥미로웠고 그런 이유로 출간 즉시 서둘러 읽게 되었다. 사람을 비롯한 모든 생물의 몸은 그 나름대로 아름답게 설계되어 있다. 그것은 그 나름대로 역사를 이루어 왔고, 우리는 이것을 개별 세포들이 국지적으로 준수한 규칙들을 지켜낸 결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어찌보면 진화는 인류가 회피할 수 없는 사실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자연의 전쟁은 계속해서 진행되어 왔고, 기근과 죽음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수단은 더욱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행성이 고정된 중력의 법칙에 따라 돌고 도는 동안, 생명은 너무나 단순한 시작으로부터 아름답고, 더욱 능력있는 무한한 형태의 진화를 거듭해왔고, 지금도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맵시벌의 습성을 살펴보면 암컷 맵시벌은 희생자에게 침을 놓아 마비시키되 죽이지는 않음으로써 제 유충들이 그것을 내부에서부터 갉아먹을 때 늘 신선한 고기를 먹을 수 있게 한다. 만일, 자연에서 벌어지는 일에 조건이 있다면 아주 오래 전 똑같은 일이 일어났을 때 그 현상을 지원하는 유전자의 생존에 도움이 되었어야 하지는 않을까?
맵시벌의 잔인함만 보더라도 유전자의 생존을 위한 이유일 뿐 그 어떤 이론으로도 설명이 불가하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종교계의 공적이 되어버린 도킨스를 그저 논쟁적인 시각으로만 들여다보고 싶지 않았다. 지상 최대의 쇼를 함축적으로 표현하자면 과연 진화가 사실인가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어느 생명이든 모든 생명은 고귀하고 장엄한 것이다. 적자생존이라는 자연의 기본 원칙에서 고통은 필연적인 것이며, 어쩌면 고통은 동물들의 자유의지와 생존 사업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모든 생명체는 살아남기 위해, 혹은 자신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는 명백한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생명을 위해 언제나 투쟁해왔고, 지금도 엄청난 파괴를 감내하며 더욱 나은 종으로의 발전을 꾀하고 있다. 어떤 생명체이든지 삶은 계절과 시간의 지배를 받고, 그로인해 자연의 전쟁은 끝이 없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한 가지 더욱 분명하게 느낀 것은 에너지는 창조될 수도 있고, 계속해서 파괴될 수도 있는 것이란 사실이었다. 수많은 비판자들의 문제점과 질문들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는 그의 글을 읽다보면 어느새 저절로 진화론자의 타당성에 흠뻑 젖어들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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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균형 아시아 문학선 3
로힌턴 미스트리 지음, 손석주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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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과 절망 사이.
과연 우리는 그 적절한 균형을 조화롭게 이루며 잘 살아가고 있을까?
처음 적절한 균형이란 책을 알게 되었을 때 제목으로부터 풍겨져 나오는 이미지로 인해 인간의 기본적인 행복과 불행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넘치지도, 그렇다고 모자라지도 않는 적절한 것
한 평생 삶을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참 많은 부분에 적절한 권리를 누리며 살아가야 하지는 않을까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고, 한편으로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희망보다는 절망을 더 많이 느끼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나하는 우울한 마음도 품게 되었던 것 같다. 로힌턴 미스트리의 책은 처음 읽어보는 것이었고, 또 책의 분량이 만만치 않았지만 제목이 의미하는 뜻이 무엇일지, 궁금했던 인도의 문화와 사회를 더욱 가깝게 느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감에 책을 읽기 시작했다.


1975년 간디가 수상으로 재임하던 시절, 인도에는 비상사태가 선포되고 사람들의 기본적인 인권은 끝없이 무너지고, 가라앉는다. 디나의 집에서 하숙을 하게 된 마넥과 이시바, 그리고 이시바의 조카인 옴프라카시는 디나의 집에서 재봉일을 하며 같은 공간에 모인 주인공들의 불행한 이야기는 이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이시바와 옴프라카시는 카스트 제도에서도 가장 낮은 계급인 불가촉 천민이며, 대학생 마넥과 소수민족의 디나 역시 인도 사회에서 살아가기는 무척이나 고통스럽고, 불행한 영혼들이었다. 적절한 균형은 수많은 인물 가운데서도 특히나 이 네 사람의 인생을 통해 카스트 제도의 잔인함과 그로 인한 인도의 사회와 정치적 문제를 풀어간다.



똑같은 사람으로 태어나긴 했지만 가장 낮은 계급은 이미 사람으로서의 권리와 인권을 말살당한채 살아가야만 한다. 이런 끔찍한 상황은 지금도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에 책을 읽는 동안 더더욱 힘겹게 느껴진것은 아닐까 싶다. 최근 들어 소설을 자주 읽고 있기는 하지만 근래에 읽었던 책들 가운데 이 책만큼 사실적인 묘사와 느낌을 전달해주었던 책은 없었다고 생각된다. 적절한 균형은 각기 다른 주인공들의 삶을 통해 인도의 가장 어둡고, 혼란스러웠던 시기와 인도인의 처참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만나볼 수 있는 책이었다. 때로는 그들의 고통이 너무나 신랄하게 다가와 읽던 책을 잠시 덮어두어야 할 순간도 있었을만큼 끔찍한 학대와 고문에 대한 묘사가 괴로움을 안겨 주기도 했다.




인도 원주민들을 정복하는 과정에서 정복민들을 쉽게 지배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바로 카스트 제도였다. 하지만 입에 담기에도 어려운, 온 몸에 소름이 돋을만큼 끔찍했던 신분제도의 만행은 비단 소설의 주인공들에게만 해당되는 불행은 아니라고 본다. 하루빨리 이렇게 말도 안 되게 불평등하고, 고통스러운 제도와 사회에서 고통받는 사람들 모두가 벗어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더 이상 수많은 사회적 문제들이 그 누구에게도 상처와 고통이 되지 않기를.. 
뜻하지 않은 대어를 낚은 기분이다. 적절한 균형을 통해서 인간의 가장 빛나는 희망을 만날 수 있었고, 또한 죽을만큼 참을 수 없는 괴로운 고통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감동과 눈물로 거대한 최고의 걸작과 함께 했던 몇 일간의 시간이 너무나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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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결사의 세계사
김희보 지음 / 가람기획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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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혁명과 전쟁, 음모 등 국가적인 사건을 빼놓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중대한 사건 뒤에는 반드시 비밀 결사가 등장한다. 비밀결사는 특정한 목적으로 조직된 단체이자, 비공개 요소를 빼놓고는 말 할수 없는 단체이기도 하다. 역사가들은 외면할지 모르겠지만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처럼 신비속에 가려져 있던 비밀 결사가 역사를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제껏 접해왔던 수많은 비밀 결사에 대한 이미지는 언제나 권력을 장악하고자 하는 무리들, 세계를 지배하고자 했던 어둠의 상징이란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역사는 이긴자의 기록이며, 비밀 결사도 그들 나름대로 존재의 이유가 있을 것이 분명하다고 보인다.




흔히 역사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단골소재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비밀 결사에 관한 이야기다. 그런 작품을 대할 때마다 실제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중대하고도 충격적인 사건에 비밀 결사가 연루되어 있었는지 매번 궁금증을 갖게 되었고, 그로 인해서 이번 비밀결사의 세계사란 책을 접하고는 그들에 대한 진실과 오해를 풀어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비밀 결사의 기원을 살펴보면 구석기 시대에 인간 생활의 근원과 관계되는 비밀의식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따라서 비밀 결사의 연표 첫 부분은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그리스, 로마 등 고대 국가의 비밀 종교들로 볼 수 있으며, 중국 비밀 결사의 시초는 BC 1세기경 중국 전한 말기에 도교의 영향을 받아 생겨난 적미(赤眉)로 볼 수 있다. 적미는 압제자에 대항했던 지하 조직으로 암살 집단이었는데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았던 끈질긴 행동으로 유명한 집단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중국을 침략한 일본군에 과감한 유격전을 펼친 집단이기도 하다.




중세시기의 탄트라파, 종교와 범죄에 목적을 두고 다른 종파 교도를 닥치는 대로 잔인하게 살해했던 아사신, 메로빙의 혈통을 지켜 그 부흥을 목적으로 했던 시온수도회를 읽으며 비밀 결사의 오랜 역사와 비밀스러웠던 전통에 무척이나 놀라웠다. 프랑스의 비밀 결사인 시온수도회에 대한 부분을 읽으며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가 떠올랐는데 시온수도회는 더욱 놀라운 비밀을 숨기고 있었다. 역대 대총장 가운데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빅토르 위고, 아이작 뉴턴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비밀 결사는 종교와 범죄, 군사에 이르기까지 그 목적과 수를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비밀 결사는 곧 인류의 역사였고, 오랜 세월 인류는 비밀 결사와 함께 공생해 왔다고 보여진다.




범죄적 비밀 결사의 상징이라 불리는 마피아와 KKK.
마피아는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에서 처음 설립되었고 세계 최대의 범죄 조직으로도 유명하다. 고대부터 다른 민족의 지배와 억압을 당한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던 시칠리아에서 노예가 되기 보다는 반체제적 기질을 모아 대항 세력으로서의 비밀 결사를 탄생시키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마피아였다. 흰 고깔모자로 얼굴을 가린채 흰 복장으로 손에 횃불을 들고 행진하는 미국의 비밀 결사, KKK(쿠 클럭스 클란)의 구성원은 백인 우월주의자들이다. 1865년 미국 테네시 주 남부 브라스키에서 백인 청년 여섯 명이 이 결사를 조직하는데 이들은 남북전쟁 직후 북부 정책에 불만을 품고, 흑인에 대한 증오감을 불태우며 백인종의 우월성을 지켜나가기로 결의했다.




이 밖에도 세계 최대의 비밀 결사 프리메이슨의 기원과 역사적 의미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되었고, 국제적 악마주의교단의 끔찍한 실체와 차마 입에 담기에도 거북한 사건들을 읽는 동안 비밀 결사의 범위가 세계적으로 얼마나 넓게 분포해 있는지 경험할 수 있었다. 책 한권으로도 이 많은 분량의 비밀 결사의 기원과 종류, 역사에 대해 알 수 있었는데 인류 역사를 두고 비밀 결사를 제외하고는 말 할수 없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되었던 비밀 결사 책읽기는 비밀 결사에 대해 잘 아는 것이 인류의 일반적인 역사를 잘 이해하는 것과도 같은 것이란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인류의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역사가 궁금하다면 꼭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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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의 생존경제학 - 경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패러다임
미네르바 박대성 지음 / 미르북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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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처음으로 등장한 미네르바는 세계적인 투자회사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을 예측하고 환율급등과 국내 증시폭락, 연이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의 경제 위기에 대한 예견을 적중시키며 온라인상의 경제 대통령이라는 타이틀을 얻고, 영향력있는 논객으로 급부상하게 된다. 그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나뉘었지만 철저히 개인 경제를 위주로 분석했다는 평이 각종 언론매체를 더욱 뜨겁게 가열시킨 이유이자, 그를 유명한 인터넷 논객으로 만든 이슈가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미네르바는 올해 초 1심에서 무죄판결로 풀려났지만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사회적으로도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며 그 당시 가짜 미네르바가 등장할 정도였으니 미네르바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여파는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아직도 박대성이라는 그의 본명보다 아고라의 논객 미네르바가 더욱 친근하고 가깝게 느껴진다. 이제껏 많은 경제서적을 읽어왔지만 미네르바의 책이 더욱 흥미로웠던 이유는 지극히 개인을 위한, 개인에 의한 경제서적이란 이유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미네르바의 생존 경제학은 그가 일간스포츠에 연재했던 칼럼 미네르바 경제이야기를 모아 완성한 책이다. 미네르바는 경제전문가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나의 관심을 높였던 이유는 전문가들의 경제분석과 예견이 아닌, 평범한 보통 사람이 IMF를 겪으며 경제양극화를 피부로 느낀 후 그에 따른 현시점의 경제에 대한 위기감을 보통 사람의 수준에서 밝힌 것 뿐이라는데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2009년 현재 우리나라 경제규모는 세계 13위를 기록하고 있고, GDP도 전분기에 대비해 증가율을 보였다. 1960~70년대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내고, 1990년대 중산층 신화의 시기를 거쳐 현재에 이르렀지만 중요한 것은 2000년 이후 평균 경제 성장률은 높아지고, 기업의 소득 증가율 역시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개인의 소득 증가율은 정체되고 있는 실정이란 사실이다. 2000년대 이후 기업들의 소극적인 고용책은 고용 창출 능력의 상실과 수출 감소세로 이어졌고, 급기야 고용 감소와 가계소득악화로 나타나게 되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의료비와 교육비를 빼고 모든 부분에서 소비를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갈수록 양극화는 극대화되어 경제문제에서 점차 사회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본문 내용 가운데서도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위안화와 달러화, 그리고 엔화에 대한 부분과 미네르바의 2010년 한국경제 대전망에 관한 부분이었는데 미국이 달러를 기축통화로 삼고 뉴욕을 전세계의 금융 중심지로 만들 수 있었던 배경과 차세대 기축통화 조건에 관한 부분, 그리고 대한민국 내수시장의 회복세에 관한 부분은 매우 흥미로웠다. 미네르바의 생존 경제학은 지극히 평범한 개인을 위해 출간된 책이라 느끼며 읽을 수 있었던 책이다. 개인적으로 미네르바가 어떤 인물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지만 개인이 살아야 조직이 산다라는 그의 신념대로 평범한 사람들과의 소통으로서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계속해서 주목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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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이별 - 김형경 애도 심리 에세이
김형경 지음 / 푸른숲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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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 김형경님의 심리 에세이 사람 풍경을 너무나 인상적으로 읽었던 기억이 난다. 사람 풍경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던 작가 김형경은 심리와 문학을 한 번에 아우를수 있는 독특한 감성과 따뜻한 느낌을 가진 작가로 그렇게 다가왔다. 인간의 다양한 심리와 감정의 실체, 그리고 내면 깊은 곳을 들여다 볼 수 있었던 심리의 본질에 대한 해답을 조금은 찾게 된 기분이랄까? 그녀의 책을 통해 내면의 나와 마주할 수 있었던 그런 기분을 맛볼 수 있었고, 그런 이유로 나는 단 한 권의 책으로 저자에 푹 빠져들게 되었다. 본래는 소설가인 그녀의 다양한 작품들을 접하며 여성으로서의 동질감일지, 심리에 대한 자극제일지... 그런 마음으로 이번 신간도 망설임없이 선택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에세이를 좋아해서 분야별 에세이를 많이 접해왔지만 애도심리 에세이는 이번이 처음이었고 그에 대한 기대감 역시 이 책을 선택하는 데 한 몫으로 작용했다.




좋은 이별의 의미는 무엇인가..
누구와 어떻게, 왜 이별을 해야하는지 과정은 상관없이 나는 그저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모든 이별은 가슴 아프고, 애닳고, 슬프고, 목이 메이는 것이라 생각했었다. 이별의 실체에 대한 생각이 깊어질수록 한 가지 놀라웠던 것은 이별이란 처음부터 그렇게 아프기만 한 것이라는 생각으로 단정지어 버리고 있었다는 점이다. 애도의 감정을 갖기 이전에 나는 아직 좋은 이별에 대한 깊은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차례 1장을 보면 사랑의 다른 이름을 좋은 이별로 드러내고 있는데 여지껏 좋은 이별에 대해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이해하기가 조금 어려운 감도 있었다. 표지속 그림의 남녀 주인공들은 세상 그 어떤 것을 다 준다해도 절대 포기할 수 없을 것처럼 서로를 부둥켜 안은 모습을 하고 있다. 좋은 이별이란 바로 이런 모습을 두고 하는 말일까?




마음의 모든 문제는 잘 이별하지 못하는 데서 생기는 것이고, 치유와 성장은 잘 이별하는 데서 비롯되는 것이라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다. 삶은 만남의 연속이라 할 수 있겠지만 만남 못지않게 인생의 중대사로 찾아오는 것이 이별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그런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 애도의 개념에서부터 애도 심리의 실천법, 그리고 뒤틀린 열정을 다시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다양한 변화를 위한 시도에 이르기까지 이별에 관한 이론과 서사를 총망라해 정리하고 있다. 애도는 진정한 위로와 용서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며, 결코 마술같은 통찰은 통하지 않는 것이었다. 좋은 이별의 개념에 대해 전혀 모르고 책읽기를 시작했던 나는 이제 책을 덮으며 좋은 이별과 일맥상통하는 또다른 단어를 만나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새로운 나와 만나기였다.




아마 오로지 신만이 조건없이 용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사실 신만이 용서할 수 있는 죄악이 있을 것이다.
그리스도조차 자신을 못 박은 자들을 용서할 것을 아버지에게 간구해야만 했다.
아버니, 그들을 용서하소서. 그들은 자신이 저지른 일을 모르나이다.

-리처드 커니의 신, 괴물, 이방인 중에서-




이별 후에 찾아오는 모든 감정은 정당하다.
좋은 이별을 읽는 동안 마음 깊이 새겨두고픈 문장들과 여러 좋은 말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는데 특히나 일 백번 공감이 가는 문장이 바로 이 말이었다. 배신감과 상실, 분노, 그리움, 자기미화 등 몸과 마음이 제 멋대로인것처럼 말을 듣지않는 그 상황의 안타까움을 진실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피할 수 없는 이별이라면 당당하게 맞서야 한다. 이별 후의 아픔은 그 다음에 생각하기로 하자. 화산처럼 분출하는 부정과 트라우마속에서 허우적대며 절대 헤어나올 수 없을것만 같이 느껴지더라도 삶은 계속해서 흐르고, 우리는 또다른 행복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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