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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결사의 세계사
김희보 지음 / 가람기획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혁명과 전쟁, 음모 등 국가적인 사건을 빼놓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중대한 사건 뒤에는 반드시 비밀 결사가 등장한다. 비밀결사는 특정한 목적으로 조직된 단체이자, 비공개 요소를 빼놓고는 말 할수 없는 단체이기도 하다. 역사가들은 외면할지 모르겠지만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처럼 신비속에 가려져 있던 비밀 결사가 역사를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제껏 접해왔던 수많은 비밀 결사에 대한 이미지는 언제나 권력을 장악하고자 하는 무리들, 세계를 지배하고자 했던 어둠의 상징이란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역사는 이긴자의 기록이며, 비밀 결사도 그들 나름대로 존재의 이유가 있을 것이 분명하다고 보인다.
흔히 역사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단골소재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비밀 결사에 관한 이야기다. 그런 작품을 대할 때마다 실제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중대하고도 충격적인 사건에 비밀 결사가 연루되어 있었는지 매번 궁금증을 갖게 되었고, 그로 인해서 이번 비밀결사의 세계사란 책을 접하고는 그들에 대한 진실과 오해를 풀어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비밀 결사의 기원을 살펴보면 구석기 시대에 인간 생활의 근원과 관계되는 비밀의식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따라서 비밀 결사의 연표 첫 부분은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그리스, 로마 등 고대 국가의 비밀 종교들로 볼 수 있으며, 중국 비밀 결사의 시초는 BC 1세기경 중국 전한 말기에 도교의 영향을 받아 생겨난 적미(赤眉)로 볼 수 있다. 적미는 압제자에 대항했던 지하 조직으로 암살 집단이었는데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았던 끈질긴 행동으로 유명한 집단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중국을 침략한 일본군에 과감한 유격전을 펼친 집단이기도 하다.
중세시기의 탄트라파, 종교와 범죄에 목적을 두고 다른 종파 교도를 닥치는 대로 잔인하게 살해했던 아사신, 메로빙의 혈통을 지켜 그 부흥을 목적으로 했던 시온수도회를 읽으며 비밀 결사의 오랜 역사와 비밀스러웠던 전통에 무척이나 놀라웠다. 프랑스의 비밀 결사인 시온수도회에 대한 부분을 읽으며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가 떠올랐는데 시온수도회는 더욱 놀라운 비밀을 숨기고 있었다. 역대 대총장 가운데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빅토르 위고, 아이작 뉴턴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비밀 결사는 종교와 범죄, 군사에 이르기까지 그 목적과 수를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비밀 결사는 곧 인류의 역사였고, 오랜 세월 인류는 비밀 결사와 함께 공생해 왔다고 보여진다.
범죄적 비밀 결사의 상징이라 불리는 마피아와 KKK.
마피아는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에서 처음 설립되었고 세계 최대의 범죄 조직으로도 유명하다. 고대부터 다른 민족의 지배와 억압을 당한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던 시칠리아에서 노예가 되기 보다는 반체제적 기질을 모아 대항 세력으로서의 비밀 결사를 탄생시키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마피아였다. 흰 고깔모자로 얼굴을 가린채 흰 복장으로 손에 횃불을 들고 행진하는 미국의 비밀 결사, KKK(쿠 클럭스 클란)의 구성원은 백인 우월주의자들이다. 1865년 미국 테네시 주 남부 브라스키에서 백인 청년 여섯 명이 이 결사를 조직하는데 이들은 남북전쟁 직후 북부 정책에 불만을 품고, 흑인에 대한 증오감을 불태우며 백인종의 우월성을 지켜나가기로 결의했다.
이 밖에도 세계 최대의 비밀 결사 프리메이슨의 기원과 역사적 의미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되었고, 국제적 악마주의교단의 끔찍한 실체와 차마 입에 담기에도 거북한 사건들을 읽는 동안 비밀 결사의 범위가 세계적으로 얼마나 넓게 분포해 있는지 경험할 수 있었다. 책 한권으로도 이 많은 분량의 비밀 결사의 기원과 종류, 역사에 대해 알 수 있었는데 인류 역사를 두고 비밀 결사를 제외하고는 말 할수 없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되었던 비밀 결사 책읽기는 비밀 결사에 대해 잘 아는 것이 인류의 일반적인 역사를 잘 이해하는 것과도 같은 것이란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인류의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역사가 궁금하다면 꼭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