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이별 - 김형경 애도 심리 에세이
김형경 지음 / 푸른숲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기 전 김형경님의 심리 에세이 사람 풍경을 너무나 인상적으로 읽었던 기억이 난다. 사람 풍경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던 작가 김형경은 심리와 문학을 한 번에 아우를수 있는 독특한 감성과 따뜻한 느낌을 가진 작가로 그렇게 다가왔다. 인간의 다양한 심리와 감정의 실체, 그리고 내면 깊은 곳을 들여다 볼 수 있었던 심리의 본질에 대한 해답을 조금은 찾게 된 기분이랄까? 그녀의 책을 통해 내면의 나와 마주할 수 있었던 그런 기분을 맛볼 수 있었고, 그런 이유로 나는 단 한 권의 책으로 저자에 푹 빠져들게 되었다. 본래는 소설가인 그녀의 다양한 작품들을 접하며 여성으로서의 동질감일지, 심리에 대한 자극제일지... 그런 마음으로 이번 신간도 망설임없이 선택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에세이를 좋아해서 분야별 에세이를 많이 접해왔지만 애도심리 에세이는 이번이 처음이었고 그에 대한 기대감 역시 이 책을 선택하는 데 한 몫으로 작용했다.




좋은 이별의 의미는 무엇인가..
누구와 어떻게, 왜 이별을 해야하는지 과정은 상관없이 나는 그저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모든 이별은 가슴 아프고, 애닳고, 슬프고, 목이 메이는 것이라 생각했었다. 이별의 실체에 대한 생각이 깊어질수록 한 가지 놀라웠던 것은 이별이란 처음부터 그렇게 아프기만 한 것이라는 생각으로 단정지어 버리고 있었다는 점이다. 애도의 감정을 갖기 이전에 나는 아직 좋은 이별에 대한 깊은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차례 1장을 보면 사랑의 다른 이름을 좋은 이별로 드러내고 있는데 여지껏 좋은 이별에 대해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이해하기가 조금 어려운 감도 있었다. 표지속 그림의 남녀 주인공들은 세상 그 어떤 것을 다 준다해도 절대 포기할 수 없을 것처럼 서로를 부둥켜 안은 모습을 하고 있다. 좋은 이별이란 바로 이런 모습을 두고 하는 말일까?




마음의 모든 문제는 잘 이별하지 못하는 데서 생기는 것이고, 치유와 성장은 잘 이별하는 데서 비롯되는 것이라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다. 삶은 만남의 연속이라 할 수 있겠지만 만남 못지않게 인생의 중대사로 찾아오는 것이 이별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그런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 애도의 개념에서부터 애도 심리의 실천법, 그리고 뒤틀린 열정을 다시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다양한 변화를 위한 시도에 이르기까지 이별에 관한 이론과 서사를 총망라해 정리하고 있다. 애도는 진정한 위로와 용서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며, 결코 마술같은 통찰은 통하지 않는 것이었다. 좋은 이별의 개념에 대해 전혀 모르고 책읽기를 시작했던 나는 이제 책을 덮으며 좋은 이별과 일맥상통하는 또다른 단어를 만나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새로운 나와 만나기였다.




아마 오로지 신만이 조건없이 용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사실 신만이 용서할 수 있는 죄악이 있을 것이다.
그리스도조차 자신을 못 박은 자들을 용서할 것을 아버지에게 간구해야만 했다.
아버니, 그들을 용서하소서. 그들은 자신이 저지른 일을 모르나이다.

-리처드 커니의 신, 괴물, 이방인 중에서-




이별 후에 찾아오는 모든 감정은 정당하다.
좋은 이별을 읽는 동안 마음 깊이 새겨두고픈 문장들과 여러 좋은 말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는데 특히나 일 백번 공감이 가는 문장이 바로 이 말이었다. 배신감과 상실, 분노, 그리움, 자기미화 등 몸과 마음이 제 멋대로인것처럼 말을 듣지않는 그 상황의 안타까움을 진실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피할 수 없는 이별이라면 당당하게 맞서야 한다. 이별 후의 아픔은 그 다음에 생각하기로 하자. 화산처럼 분출하는 부정과 트라우마속에서 허우적대며 절대 헤어나올 수 없을것만 같이 느껴지더라도 삶은 계속해서 흐르고, 우리는 또다른 행복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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