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다친 사람들에 대한 충고 - 감성포엠에세이
더필름 지음 / 바다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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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시린 짝사랑의 열병을 앓다가 그저 그렇게 잊혀져 버리는 사랑이든, 평생을 가슴에 묻고 추억하는 사랑이든 누구에게나 아련한 기억으로 남은 사랑이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사랑때문에 아파보지 않은 사람들이 있을까? 사랑에 다쳐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이별후에 찾아오는 상실감과 괴로움은 세상 그 어떤 아픔과도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을... 
아직은 찬 바람에 옷깃을 더욱 여미고 싶은 계절이라 그런지 스산한 마음을 달래기에 좋겠다 싶었고 어리석고 바보같아도 세상이 무너질듯한 가슴앓이를 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을 사랑의 아픔에 대한 처방전으로 가득한 책이 아닐까 싶어 망설임없이 선택해서 읽었던 책이었다.




찬 바람이 불면 지나간 옛사랑이 더욱 그리워지는 것 같다. 겨울에는 아팠던 기억들이 더욱 많이 떠오르고, 따스한 바람에 닫힌 마음도 열 수 있을것만 같은 봄에는 사랑의 추억에 몸부림 친다. 그렇게 시작된 사랑앓이는 여름까지 이어지고 다시 찬 바람이 불면 조금은 잊혀지는 것이 바로 사랑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의 스토리 또한 기억으로 써내려간 겨울과 추억하는 봄, 아픔의 증상이 나타나는 여름, 그리고 가을의 처방과 늦가을의 후유증으로 사계절을 나누어 엮어진 책은 계절에 따라 바뀌는 사랑과 내면의 모습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는데 특히나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왔던 것은 한 자 한 자 써내려간 느낌의 손글씨와 아기자기한 일러, 그리고 사진들이 많이 담겨져 있다는 점일 것이다. 
 



 
내가 만약 신이였다면 나는 청춘을 인생의 끝에 두었을 것이다.
-A. 프랑스-

 내가 만약 신이였다면 나는 그 사람을 인생의 끝에 두었을 것이다. 
차라리 인생의 끝에서 만났으면 좋았을 걸하는 미련으로 남은 사랑도 있을 것이다.
같은 느낌으로 읽었던 문장이지만 저자가 남긴 말이 더욱 가슴에 와닿았던 것은 무엇때문이었을까?
어쩌면 사랑했던 사람을 추억하며 아파하는 사람들은 사랑했던 존재가 그립다기보다는 자신이 사랑했던 시간이 그리워서 더욱 아파하는 것은 아닐까?
그 사람과 함께 했던 추억이 새록새록 가시처럼 돋아나는 것이 사랑이 가진 가장 큰 모순이자 딜레마란 생각이 든다. 시간이 지나고 아픈 사랑이 조금씩 잊혀진다해도 문득 찾아오는 허전함과 쓸쓸함은 텅 빈 마음을 더욱 공허하게 만든다. 차라리 아픈 기억만 떠오른다면 덜 아파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손가락을 조금만 움직이면 세상 그 어디라도 갈 수 있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의 마음은 여전히 아날로그를 유지한 채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사랑에 다친 사람들을 치유할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은 없다고, 사랑에 너무 아픈 사람들에게는 솔직히 그 어떤 위로와 충고가 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사랑은 서로에 대한, 자신에 대한 책임이며 그 어떤 아픔도 감수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조금씩 달라지고, 변화하고 싶을 때가 찾아온다면 사랑의 처방전으로 가득한 책 한 권 읽어보는 것도 꽤 의미있는 일이 될 수 있을것같다는 느낌을 가지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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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혁명의 미래 - 디지털 기억 혁명은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고든 벨.짐 겜멜 지음, 홍성준 옮김 / 청림출판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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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이래 정보기술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왔다. 우리는 이제 어디에서든지 놀라울 정도의 자료와 미디어에 쉽게 영향을 주고 받을 수 있게 되었고 이뿐만 아니라 우리는 이제 우리에게 노출된 정보에 더욱 빨리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머지않아 미래의 우리는 모든 일상과 사회적, 문화적 유산, 역사에 대한 모든 것들을 디지털 기록으로 보관할 수 있게 되고 모든 사람들은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체계적인 데이터베이스를 쉽게 검색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게 될 것이란 주장을 바탕으로 디지털 혁명의 미래는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지난 10년간 추진해 온 완전한 기억을 구축하는 기술에 대한 진행과정과 성과를 담아내며 완전한 기억 혁명으로 변화할 세상에 대해 시사하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수석과학자로 근무하고 있는 저자 고든 벨은 최초의 미니컴퓨터 제작에 핵심멤버로 참가했었고 화상회의와 텔레컴퓨팅 구축 작업에도 참여하며 디지털 시대의 혁명을 이끌었던 컴퓨터 분야의 진정한 선구자라 불리울만 한 인물이다. 책을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시작으로 그는 마침내 완전한 기억 프로젝트, 즉 마이라이프비츠를 실행에 옮기게 되었다. 삶을 살아가는 동안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일생을 전자기억에 담아 언제든 꺼내볼 수 있게 만든다는 이 프로젝트야말로 진정한 디지털시대의 혁명이라 생각된다. 보고 듣고 경험한 모든 것을 디지털 형태로 보관하며 저장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의 삶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변화하게 될까?




“모든 책을 기록하고 모든 것을 보관하라”

빌 게이츠는 1995년 미래로 가는 길이란 자신의 책에서 이미 언젠가는 우리가 보고 듣는 모든 것을 기록할 것이다라고 썼다. 디지털 도서가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종이책보다 가격도 저렴하고 업데이트가 쉽다는 장점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야심작 마이라이프비츠 프로젝트의 최소목표는 무한한 저장장치인 메멕스를 달성하는 것이었다. 이 메멕스는 모든 책, 대화, 기록을 기록하는 자동화 장치를 가리키는데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메타데이터였다. 데이터베이스 방식으로 시스템이 작동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료에 대한 자료인 메타데이터가 필요한데 이런 메타데이터는 거의 자동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디지털 혁명의 미래는 그리 멀지 않았다는 사실을 더욱 가까이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완전한 기억의 세계는 반드시 다가올 것이란 주장에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이미 정보 저장의 기술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끊임없는 혁신이 펼쳐지고 있고 무엇보다 완전한 기억을 통해 사람들은 더욱 유익하고 발전적인 삶을 가꿀 수 있고 작업과 여가, 소비 등 자신의 삶을 개선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아직은 실감이 나질 않지만 전자기억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혜택은 우리의 실생활과 무척이나 가까운 것들이었기 때문에 그만큼 실현 가능성에 대한 부분도 긍정적으로 수긍할 수 있게 되었다. 길어진 수명과 학습 능력의 향상, 자아 통찰 능력 등 기억을 하기 위해 애쓰던 수고로움은 덜해지고 우리는 더욱 더 창의적인 작업에 몰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디지털 저장 능력은 정보를 다시 꺼내는 능력보다 더욱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특히나 IT 기술력을 자랑하는 우리에게는 완전한 기억의 시대가 그 어느 국가보다 더욱 가까워오고 있음을 책을 읽는 내내 실감할 수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미 디지털카메라와 이메일, 휴대전화와 PDA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디지털로 기록하고 있고 자연스레 커뮤니케이션 인프라는 더욱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언젠가는 모든 전자기억을 실용적으로 사용하며 살아갈 날이 다가올 것이다. 새로운 디지털 혁명의 시대에 맞춰 등장하게 될 비즈니스 모델이나 장애물 역시 피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인류 역사상 가장 놀랍고 위대한 디지털 혁명의 시대의 도래가 무척이나 설레이는 마음으로 기다려질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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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리의 따뜻한 아침식사
리처드 르뮤 지음, 김화경 옮김 / 살림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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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나는 tv에서 잔잔한 감동의 다큐멘터리를 한 편 볼 수 있었다. 거리의 부랑자들과 노숙자들에게 1년 365일 매일같이 따뜻한 식사를 무료로 제공해주는 곳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노숙자들에 대한 나의 선입견이 프로그램을 보는 내내 집중하지 못하도록 했던 것 같기도 하다. 과거야 어찌 되었든지 현실에 충실하고 열심히 살아야 하는게 삶의 정석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건강한 몸을 가지고도 일자리를 구하기는 커녕 매일같이 술에 취해 거리에서 비틀거리는 그들이 안쓰럽게 여겨지기는 했지만 가엾다는 생각보다는 인생을 포기한 사람들로 보였기 때문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일용직이라도 일을 할 수 있다면 노숙자 신세는 면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그래도 아직 세상에는 가슴 따뜻한 이웃이 많아서 어려운 이웃들에게 큰 도움이 되주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가슴 한 켠을 따뜻하게 만들어준 것도 같다. 그 어떤 희망도 없이 살아가던 노숙자들에게 쉼터에서 제공해주었던 것은 비단 한 끼의 식사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샐리의 따뜻한 아침식사를 읽기 시작할 무렵 그 쉼터가 저절로 떠올랐고 진심을 다해 가족처럼 따뜻하게 돌봐주었던 쉼터의 향기가 이곳까지 전해지는 듯 느껴지기도 했다. 각박한 세상에 가슴으로 보듬어 줄 수 있는 따뜻한 이웃이 있다는 것은 이미 그런 존재가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




워싱턴 주 브레머턴의 워렌 스트리트 6번가 모퉁이에 자리잡은 샐리네. 
샐리네는 노숙자들이 구세군 급식소를 친근하게 부르는 애칭이다. 유일한 피난처이자, 최후의 성역같은 곳이었기에 노숙자들에게 샐리네는 요새와도 같은 곳이었다. 샐리네 만찬에 참석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과거에는 모두 어디에 소속되어 무엇인가를 열중하며 열심히 살았던 사람들이지만 현재는 사회에서 거절당하고 실직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노숙자들 그 누구도 자신이 그런 인생을 살게 될 것이라고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더 이상 떨어질 곳도 없는 사회적 약자들이 모이는 곳의 풍경이란 어떤 곳일지 책을 읽기 전부터 내 머릿속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사람이 너무나 지나친 용기를 가지고 이 세상을 대하면 세상은 그런 사람을 때려부수기 위해 죽이려 하고 실제로 죽여 버린다. 이 세상은 그러한 인간을 모두 산산조각낸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얻어맞고 깨진 자리에서 오히려 강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어떻게 해서든지 그 사람을 죽이고 만다. 아주 착한 사람, 아주 순진한 사람, 아주 용감한 사람 등 가리지 않고 모두 죽여 버리는 것이다. 그 어느 것에 속해 있지 않더라도 세상이 죽여 버리는 것은 확실하지만 다만 특별히 서두르는 일이 없을 뿐이다.

- 헤밍웨이의 무기여 잘 있거라 중에서-




의도하지 않았던 뜻밖의 삶을 살게 되었던 작가와 그가 만났던 길거리 인생을 사는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알게 된 후 노숙자들의 삶에도 특별한 가치와 의미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고달픈 생의 무게를 짊어진 사람들의 수많은 사연과 그들의 삶을 보면서 때로는 애닳고,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했지만 길거리 인생을 살면서도 누군가에게 의지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을 알게 되었을 때 삶이란 때론 정석대로 배우는 가치를 추구하는 것보다 더욱 소중한 깨달음을 동반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볼수도 있었다. 그들의 인생 또한 얼마나 가치있는 삶인지.. 주위를 돌아보면 아직도 우리의 관심을 필요로 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반드시 필요한 지식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다른 이들을 돌아보며 도울 수 있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며 우리가 누리며 사는 모든 것들이 얼마나 감사한지를 깊게 돌아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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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센트 맨
존 그리샴 지음, 최필원 옮김 / 문학수첩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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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작가인 존 그리샴은 법정스릴러의 대가로 손꼽히는 인물 가운데 하나이다. 법정스릴러를 많이 접해보지 못했어도 사법제도와 권력을 가진 자의 이야기를 생각하다 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바로 존 그리샴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을 그리 많이 읽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법정소설만큼은 그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낼 수 있는 이유가 있다. 전업작가로 데뷔하기 전 이미 존 그리샴은 10년간 변호사 생활을 했었고 하원의원직을 재임했었던 이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그의 소설들은 탄탄한 구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작가에 대한 이런 믿음과 신뢰가 그의 신간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키웠고 그의 전작 어필에서 느낄 수 있었던 강렬함이 떠올랐기 때문에 이노센트 맨의 출간소식을 듣고나서 이 책에 대한 설레임이 더욱 커졌던 것 같다.




1987년 12월 7일. 오클라호마 남동부의 에이다란 작은 마을에 젊은 여성이 강간을 당한 후 살해된 채 발견된다. 죽은 여성의 가슴엔 빨간색 매니큐어로 ‘죽어’란 메시지가 적혀 있었고 한쪽 벽에는 ‘다음은 짐 스미스가 죽을 차례’라는 메시지가 남겨져 있었다. 살해의 직접적인 사인은 질식이었고 서늘한 아파트 안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악취로 진동했다. 사건 발생 후 며칠 동안 용의자 색출 작업이 계속 되었고 총 스물 한 명의 남자들의 타액과 지문, 모발은 오클라호마시티의 OSBI 과학수사연구소에 샘플로 맡겨지게 된다. 인력난에 허덕이며 충분한 지원을 제공받지 못했던 연구소 사람들은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는 심한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고 이것이 바로 잘못된 수사의 시작이기도 했다.




에이다 동부의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야구에 큰 소질을 보이며 장차 메이저리거의 큰 꿈을 가지며 자란 론 윌리엄슨은 좌절과 시련앞에 자연스레 술과 마약에 가까워졌고 원치않던 강간 사건에 휘말리며 조울증이란 병을 얻게 되면서 더욱 더 깊은 나락으로 빠져들게 된다. 용의자나 그 어떤 단서도 없이 수사는 계속해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고 음주운전과 강간혐의로, 공공장소에서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다가 체포된 적이 있었던 론 윌리엄슨은 어처구니없게도 그 어떤 증거도 없이 이런 상황과 맞물려 거론되기 시작한다.
이노센트 맨은 오만하고 개념없는 법관들, 여기에 무능하고 그릇된 수사방법으로 부당하게 유죄 판결을 받게 된 무고한 사람의 인생이 얼마나 잔인하고 돌이킬 수 없을만큼 파괴될 수 있는지, 부당한 기소에 얼마나 많은 액수와 시간이 허비될 수 있는지에 대해 날카롭게 파헤치고 있는 소설이다.


과연 사법제도란 인간을 위한 법률제도인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에 불과한 것인가?

부당한 유죄판결을 바로잡는 소송은 승리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에 소름이 끼친다. 무고한 사람의 결백은 결백한 사람이 힘없는 약자일수록 기본적인 인권조차 전혀 보호되지 못하는 현실이 진정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모습이었는지...
12년간의 억울한 옥살이를 마치고 나온 론에게 그 어떤 누구도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았고, 그 괴롭고 억울한 시간에 대한 보상조차 꿈도 꿀 수 없었다. 사형수 감방에서 지내던 론은 왜 세상에 태어나게 되었는지 수많은 질문을 곱씹으며 다시는 누군가에게 심판받고 싶지 않다는 간절한 바램을 가지게 된다. 1988년 부당한 유죄판결을 받았던 론 윌리엄슨은 1999년 4월 15일에 석방했지만 2004년에 세상을 떠나며 비운의 삶을 마감한다.


존 그리샴의 책을 읽다보면 무엇하나 허술한 점이 없다. 그의 작품은 단지 흥미위주의 스릴러물이 아니며, 너무나도 현실적인 주제들과 맞닿을 수 있기 때문에 책을 읽고난 후에는 언제나 한참동안 가슴이 먹먹해지곤 한다. 권력과 위선이란 주제를 통해 날카롭고 통렬한 문제점들을 이야기하면서도 스토리에 대한 몰입력 또한 빠트릴 수 없는 그의 장점이 아닐까 싶다. 특히나 이번 이노센트 맨은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소설이란 사실을 알게 된 처음부터 꼭 읽어봐야 할 책이란 생각을 갖게 했고 전작을 통해 삶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또한 인간의 도리와 기본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할 수 있도록 해주었던 탁월한 이야기꾼 존 그리샴이 꺼내 보였던 사법제도와 권력의 부조리함, 답답한 현실과 부당한 권력을 고스란히 녹여냈던 이노센트 맨은 최고의 소설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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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공감
안은영 지음 / 해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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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자신의 외로움을 꺼내보일 수 있거나 아님, 나에게 누군가가 외로움을 털어놓는 일이 새삼스레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생각하게 된다. 외로움을 털어놓는다는 것은 감정을 나누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상대방과 공유할 수 있는 외로움은 이미 외로움이 아니기 때문이다. 처음 이 책은 여자공감이란 제목에 혹해서 끌린 책이었다. 하지만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이야기였을지몰라도 일과 사랑, 인간 관계에 대한 속풀이는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여자이기 때문에 더욱 공감할 수 있었고 그런 이유로 여자공감은 생각보다 쉽게 읽은 책이기도 하다.




가까운 선배나 친구들에게도 쉽게 꺼내놓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바로 옆에서 말해주듯 풀어놓는 저자와 어느새 부쩍 친근해진 기분이 든다. 여자란 이유만으로도 이렇게나 금새 가까워질 수 있고 커다란 공감대를 형성할 수도 있구나하는 생각에 15년간 기자로 활동해 온 저자의 인생경험과 연륜은 아무래도 나처럼 평범한 사람들에게 대단한 조언이 되주는듯 느껴지기도 했다. 저자의 이야기가 더욱 현실적으로 가깝게 느껴졌던 이유는 그녀는 자신처럼 살라고 강요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자신처럼 살라고 당당하게 말 할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누구나 자신의 인생만큼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없을 것이다.

 




 

내 인생을 가꾸고 소모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나 자신뿐이다. 자신의 위치에서 프로페셔널한 삶을 살고 시간이 흐를수록 커리어가 늘고 더욱 멋진 인생으로 거듭날 수 있어도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나이에 걸맞는 관용이 필요하다. 특히나 여자들은 누구나 나이를 먹어가면서 언니가 된다. 언니가 된다는 것은 인생의 경험치가 많아서 될 수도 있지만 자신의 실수를 인정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는 것. 진짜 언니가 되는 길은 상당한 내공이 필요한 것이었다. 과거를 돌아보며 현재의 자신과 똑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현실이 바뀌고 자연스레 욕망도 바뀌게 된다. 기억하고 싶은 것들도 조금씩 사라지고 어느새 나는 예전의 내가 아닌 모습으로 낯선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감정을 조절하며 착하게만 살아도 그런 인생이 결코 행복한 인생이라고는 말 할 수 없지 않을까? 무작정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렸는데 돌아보니 곁에 아무도 없다면 그런 인생은 과연 행복하다고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다. 이제껏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면 행복하고 기쁜 일들만 가득했던 것은 아니지만 흘러간 그 시간동안 만일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분명한 건, 지금까지도 잘 살아왔다는 것. 책을 읽으며 가장 힘이 되주었던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었다. 가끔은 가슴 속 깊은 이야기를 꺼내 누군가에게 털어놓고도 싶고 오로지 나만을 위한 인생의 조언들이 필요할 때도 있다. 이 책은 청춘을 보내며 한 번쯤 자신의 인생을 재정비해야 할 그런 즈음에 읽으면 너무 좋을 책이란 생각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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