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센트 맨
존 그리샴 지음, 최필원 옮김 / 문학수첩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베스트셀러 작가인 존 그리샴은 법정스릴러의 대가로 손꼽히는 인물 가운데 하나이다. 법정스릴러를 많이 접해보지 못했어도 사법제도와 권력을 가진 자의 이야기를 생각하다 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바로 존 그리샴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을 그리 많이 읽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법정소설만큼은 그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낼 수 있는 이유가 있다. 전업작가로 데뷔하기 전 이미 존 그리샴은 10년간 변호사 생활을 했었고 하원의원직을 재임했었던 이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그의 소설들은 탄탄한 구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작가에 대한 이런 믿음과 신뢰가 그의 신간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키웠고 그의 전작 어필에서 느낄 수 있었던 강렬함이 떠올랐기 때문에 이노센트 맨의 출간소식을 듣고나서 이 책에 대한 설레임이 더욱 커졌던 것 같다.




1987년 12월 7일. 오클라호마 남동부의 에이다란 작은 마을에 젊은 여성이 강간을 당한 후 살해된 채 발견된다. 죽은 여성의 가슴엔 빨간색 매니큐어로 ‘죽어’란 메시지가 적혀 있었고 한쪽 벽에는 ‘다음은 짐 스미스가 죽을 차례’라는 메시지가 남겨져 있었다. 살해의 직접적인 사인은 질식이었고 서늘한 아파트 안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악취로 진동했다. 사건 발생 후 며칠 동안 용의자 색출 작업이 계속 되었고 총 스물 한 명의 남자들의 타액과 지문, 모발은 오클라호마시티의 OSBI 과학수사연구소에 샘플로 맡겨지게 된다. 인력난에 허덕이며 충분한 지원을 제공받지 못했던 연구소 사람들은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는 심한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고 이것이 바로 잘못된 수사의 시작이기도 했다.




에이다 동부의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야구에 큰 소질을 보이며 장차 메이저리거의 큰 꿈을 가지며 자란 론 윌리엄슨은 좌절과 시련앞에 자연스레 술과 마약에 가까워졌고 원치않던 강간 사건에 휘말리며 조울증이란 병을 얻게 되면서 더욱 더 깊은 나락으로 빠져들게 된다. 용의자나 그 어떤 단서도 없이 수사는 계속해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고 음주운전과 강간혐의로, 공공장소에서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다가 체포된 적이 있었던 론 윌리엄슨은 어처구니없게도 그 어떤 증거도 없이 이런 상황과 맞물려 거론되기 시작한다.
이노센트 맨은 오만하고 개념없는 법관들, 여기에 무능하고 그릇된 수사방법으로 부당하게 유죄 판결을 받게 된 무고한 사람의 인생이 얼마나 잔인하고 돌이킬 수 없을만큼 파괴될 수 있는지, 부당한 기소에 얼마나 많은 액수와 시간이 허비될 수 있는지에 대해 날카롭게 파헤치고 있는 소설이다.


과연 사법제도란 인간을 위한 법률제도인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에 불과한 것인가?

부당한 유죄판결을 바로잡는 소송은 승리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에 소름이 끼친다. 무고한 사람의 결백은 결백한 사람이 힘없는 약자일수록 기본적인 인권조차 전혀 보호되지 못하는 현실이 진정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모습이었는지...
12년간의 억울한 옥살이를 마치고 나온 론에게 그 어떤 누구도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았고, 그 괴롭고 억울한 시간에 대한 보상조차 꿈도 꿀 수 없었다. 사형수 감방에서 지내던 론은 왜 세상에 태어나게 되었는지 수많은 질문을 곱씹으며 다시는 누군가에게 심판받고 싶지 않다는 간절한 바램을 가지게 된다. 1988년 부당한 유죄판결을 받았던 론 윌리엄슨은 1999년 4월 15일에 석방했지만 2004년에 세상을 떠나며 비운의 삶을 마감한다.


존 그리샴의 책을 읽다보면 무엇하나 허술한 점이 없다. 그의 작품은 단지 흥미위주의 스릴러물이 아니며, 너무나도 현실적인 주제들과 맞닿을 수 있기 때문에 책을 읽고난 후에는 언제나 한참동안 가슴이 먹먹해지곤 한다. 권력과 위선이란 주제를 통해 날카롭고 통렬한 문제점들을 이야기하면서도 스토리에 대한 몰입력 또한 빠트릴 수 없는 그의 장점이 아닐까 싶다. 특히나 이번 이노센트 맨은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소설이란 사실을 알게 된 처음부터 꼭 읽어봐야 할 책이란 생각을 갖게 했고 전작을 통해 삶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또한 인간의 도리와 기본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할 수 있도록 해주었던 탁월한 이야기꾼 존 그리샴이 꺼내 보였던 사법제도와 권력의 부조리함, 답답한 현실과 부당한 권력을 고스란히 녹여냈던 이노센트 맨은 최고의 소설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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