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리의 따뜻한 아침식사
리처드 르뮤 지음, 김화경 옮김 / 살림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얼마 전에 나는 tv에서 잔잔한 감동의 다큐멘터리를 한 편 볼 수 있었다. 거리의 부랑자들과 노숙자들에게 1년 365일 매일같이 따뜻한 식사를 무료로 제공해주는 곳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노숙자들에 대한 나의 선입견이 프로그램을 보는 내내 집중하지 못하도록 했던 것 같기도 하다. 과거야 어찌 되었든지 현실에 충실하고 열심히 살아야 하는게 삶의 정석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건강한 몸을 가지고도 일자리를 구하기는 커녕 매일같이 술에 취해 거리에서 비틀거리는 그들이 안쓰럽게 여겨지기는 했지만 가엾다는 생각보다는 인생을 포기한 사람들로 보였기 때문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일용직이라도 일을 할 수 있다면 노숙자 신세는 면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그래도 아직 세상에는 가슴 따뜻한 이웃이 많아서 어려운 이웃들에게 큰 도움이 되주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가슴 한 켠을 따뜻하게 만들어준 것도 같다. 그 어떤 희망도 없이 살아가던 노숙자들에게 쉼터에서 제공해주었던 것은 비단 한 끼의 식사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샐리의 따뜻한 아침식사를 읽기 시작할 무렵 그 쉼터가 저절로 떠올랐고 진심을 다해 가족처럼 따뜻하게 돌봐주었던 쉼터의 향기가 이곳까지 전해지는 듯 느껴지기도 했다. 각박한 세상에 가슴으로 보듬어 줄 수 있는 따뜻한 이웃이 있다는 것은 이미 그런 존재가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




워싱턴 주 브레머턴의 워렌 스트리트 6번가 모퉁이에 자리잡은 샐리네. 
샐리네는 노숙자들이 구세군 급식소를 친근하게 부르는 애칭이다. 유일한 피난처이자, 최후의 성역같은 곳이었기에 노숙자들에게 샐리네는 요새와도 같은 곳이었다. 샐리네 만찬에 참석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과거에는 모두 어디에 소속되어 무엇인가를 열중하며 열심히 살았던 사람들이지만 현재는 사회에서 거절당하고 실직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노숙자들 그 누구도 자신이 그런 인생을 살게 될 것이라고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더 이상 떨어질 곳도 없는 사회적 약자들이 모이는 곳의 풍경이란 어떤 곳일지 책을 읽기 전부터 내 머릿속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사람이 너무나 지나친 용기를 가지고 이 세상을 대하면 세상은 그런 사람을 때려부수기 위해 죽이려 하고 실제로 죽여 버린다. 이 세상은 그러한 인간을 모두 산산조각낸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얻어맞고 깨진 자리에서 오히려 강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어떻게 해서든지 그 사람을 죽이고 만다. 아주 착한 사람, 아주 순진한 사람, 아주 용감한 사람 등 가리지 않고 모두 죽여 버리는 것이다. 그 어느 것에 속해 있지 않더라도 세상이 죽여 버리는 것은 확실하지만 다만 특별히 서두르는 일이 없을 뿐이다.

- 헤밍웨이의 무기여 잘 있거라 중에서-




의도하지 않았던 뜻밖의 삶을 살게 되었던 작가와 그가 만났던 길거리 인생을 사는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알게 된 후 노숙자들의 삶에도 특별한 가치와 의미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고달픈 생의 무게를 짊어진 사람들의 수많은 사연과 그들의 삶을 보면서 때로는 애닳고,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했지만 길거리 인생을 살면서도 누군가에게 의지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을 알게 되었을 때 삶이란 때론 정석대로 배우는 가치를 추구하는 것보다 더욱 소중한 깨달음을 동반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볼수도 있었다. 그들의 인생 또한 얼마나 가치있는 삶인지.. 주위를 돌아보면 아직도 우리의 관심을 필요로 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반드시 필요한 지식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다른 이들을 돌아보며 도울 수 있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며 우리가 누리며 사는 모든 것들이 얼마나 감사한지를 깊게 돌아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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