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함께 읽는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
에릭 카펠리스 엮음, 이형식 옮김 / 까치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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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프루스트에 대한 극찬과 그가 일생동안 남긴 작품 가운데 20세기 최고의 소설이라 불리우는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란 제목만 보고도 이 책이 꼭 읽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림과 함께 읽는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란 이 책은 프루스트의 원문에 에릭 카펠리스가 원문의 특징을 더욱 부각시키면서 해설과 관련된 예술작품을 실어 최고의 소설에, 최고의 볼거리까지 더해진...
유명한 대작에 예술적인 감각의 또다른 옷을 입혀놓은 분위기였다고나 할까?
사실 프루스트와 에릭 카펠리스의 유명세에 비해 내가 그들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부분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책을 받자마자 읽기 시작하면서 다른 책들보다 더더욱 집중해야 했다.
 
마르셀 프루스트는 파리 근처 오퇴유 출생으로 아버지는 파리대학교 교수였으며, 어머니 잔은 알자스 출신의 유대계 부르주아지 집안 출신으로 부유한 가정환경속에 자랄수 있었지만 아홉 살 때 심한 천식을 앓기 시작하며 건강이 좋지 않아 가족들로부터 특별한 기대를 받지는 못한다.

그 때문이었는지 프루스트는 부유한 집안 환경 덕분으로 어려움없이 문학 살롱과 사교계, 상류층 전용술집을 드나들며 나태하고, 방탕한 생활속으로 빠져든다. 하지만 문란한 생활속에서도 그는 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작품활동도 계속하게 된다.
1905년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그는 자신의 방탕한 생활로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고통스러운 슬픔을 느끼며 1908년 드디어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의 모체가 되었던 작품 생트뵈브에 반대한다를 쓰기 시작하는데...
 
우리가 어떤 냄새에 의해 잃어버렸던 기억을 찾아내게 되는 현상을 '프루스트 현상'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그의 작품이 얼마나 큰 영향과 파장을 일으켰는지 짐작해 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는 권태에 빠진 한 청년이 홍차에 곁들여 먹던 마들렌느의 맛에 이끌려 기억 속의 어린 시절을 찾아가는 회상기를 내용으로 한 책이다. 저자 마르셀 프루스트가 무려 15년 동안 7부로 나누어 서술한 11권의 작품인데 그 방대한 분량만으로도 거대함을 느끼며 아직 원문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문학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되는 소설이라는 찬사를 받는 그 이유를 그림과 함께 읽는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란 이 책을 보고도 충분히 책의 매력속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섬세하고 자세한 묘사와 만연체 문장, 그리고 탁월한 심리묘사로 인해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에 대한 진면목을 느끼며, 왜 그토록 위대한 작품인지.. 20세기 최고의 소설이라는 찬사를 받게 되었는지 온 몸으로 느낄수도 있다.
 
편자 에릭 카펠리스는 뉴욕 태생으로 현재 화가로 활동중이며 회화, 시 그리고 미학에 관한 글을 쓰는 저술가로도 유명하다.
인간, 습속, 예술작품의 이미지를 가장 섬세하고, 미묘하게 형상화함으로써 소설 자체가 하나의 시각예술이 되었고, 여기에 에릭 카펠리스가 특징적인 내용을 회화화하기 위해서 한 화가의 대표작을 선정하여 우리가 이 위대한 작품에서 일깨운 인상을 구체화한 작품이다. 유명한 원작에 멋진 그림들로 가득한 책을 읽다보면 내가 지금 읽는 책은 소설인지, 미술작품에 관한 소개집인지 문득문득 구분이 되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만큼 에릭 카펠리스의 설명이 좋았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고, 또 원작과 해석이 잘 어우러졌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프루스트는 자신의 소설을 쓰기 위해서 살아 있는, 또는 역사적인 어느 화가도 그에게 제공할 수 없는 더 위대한 인물을 필요로 했다.
물론 그에게도 각별히 좋아했던 베르메르, 만테냐, 렘브란트, 티치아노등 예술가들이 있었지만 자신의 철저한 계산에 의해 그에 부합할 수 있을 만한 영웅적 인물 3인조를 고안해낸다.
문인 베르고뜨, 작곡가 뱅뙤이유, 화가 엘스띠르가 그 주인공들인데 그림 그리기와 글쓰기 간의 그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적절히 오가며 새로운 문화를 이루어낸 프루스트의 위대함과 또 그 위대한 작품을  새로 부각시키며 또다른 예술문화로 형상화시킨 편자 에릭 카펠리스의 감각도 책을 읽는 내내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원문 7부에 대한 내용을 이 책에서도 총 7권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1권 스완 씨 댁 쪽으로편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으로 기억되는 작품은 샤를르 글레이르의 1843년 작품 잃어버린 환상(저녁)과 쥘르 마샤르의 1896년 작품 수국 꽃다발 곁에 야회복을 입고 앉아 있는 여인, 1511년 미켈란젤로의 작품 천지 창조가 수많은 미술작품 가운데서도 특히나 눈에 들어온다. 2권 피어나는 소녀들의 그늘에서편 역시 고혹적인 아름다움을 뽐냈던 프란츠 크사비어 빈터할터의 1857년 작품 마리아 알렉산드로브나 여제와 웅장함의 극치를 보여주었던 귀스따브 모로의 1895년 작품 유피테르와 세멜레, 그리고 몽환적 분위기를 나타내었던 렘브란트의 1632년 작품 명상에 잠긴 철학자와 제임스 애벗 맥닐 휘슬러의 1865년 작 오팔빛 황혼, 트루빌 등 글을 읽으며 그와 어울리는 멋진 그림을 볼 수 있는 행복을 마음껏 누려 본다.
그림에 대해 어려움을 느낄수 없이 자세한 설명이 어우러져 있는 것이 이 책을 오랫동안 소장하고픈 생각이 들 정도였다.
 
3권 게르망뜨 성 쪽으로와 4권 소돔과 고모라, 5권 갇힌 여인과 6권 탈주하는 여인 그리고 마지막으로 7권 되찾은 시절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전부 나열할 수 없었지만 오래도록 두고 보고픈 프루스트의 소설과 수많은 미술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행복만으로도 이 책의 소장가치는 충분하다고 보여진다. 오래도록 영원히 간직하고픈 책을 만나기란 흔치 않은 일이지만 이번 그림과 함께 읽는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란 책은 10점 만점에 10점도 모자란 기분으로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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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한 페이지가 주어진다면 - 싱클레어 10주년 기념본
월간싱클레어 편집부 지음 / 월간싱클레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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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바뀌고, 인터넷 보급의 급물살로 가장 피해를 본 이들은 아무래도 신문이나 잡지를 출간하는 이들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고, 인터넷으로 책을 읽기도 한다. 서로 다른 이들과 정보를 교류하며, 필요한 기사나 지식정도는 이제 아무렇지 않게 인터넷을 켜고, 그 안에서 쉽고도 빠르게 찾아 낼 수 있다. 예전 학창 시절에 잡지를 한 권 구입하면 친구들과 그 잡지가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돌아가며 보았던 기억이 나는데 요즘 시대에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그것도 문학을 주제로 한 잡지 한 권이 출간 10주년을 맞았다. 바로 월간 싱클레어 이야기이다.

책을 좋아하는 나는 잡지는 책이 아니란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좋아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관심조차 없었다. 월간 싱클레어가 창간한지 10주년이나 된 문화잡지라는 사실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는데 잡지에 대해 거의 문외한인 나로서는 문학과 잡지는 왜 어울릴수 없다고 생각하고 살아왔는지... 의아스럽기도 했고, 과연 내가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이 맞긴 맞는 걸까..
싶은 생각에 한참이나 우두커니 고민에 빠질수 밖에 없었다. 가슴 따뜻해지는 좋은 글과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반가운 소식의 내용을 자주자주 접해주는 좋은 책인데 말이다.

10주년 기념호로 출간된 싱클레어의 표지를 보면 제일 먼저 한 문장이 눈에 들어온다.
"당신에게 한 페이지가 주어진다면..."
나에게 한 페이지가 주어진다면 어떤 이야기들로 채울수 있을까? 하는 설레임에 메모를 시작해 본다. 전혀 다른 문학잡지에 대한 기대감 반, 설레임 반으로 책에 대해 구석구석 한 가지도 빠트리지 않고 싶었던 생각이 들어 꼼꼼히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월간 싱클레어를 보면, 문학 잡지의 형식을 갖추고 있어서 일반도서를 보는 기분과는 다른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한 권의 책을 대하는 자세를 돌아보며 우리는 완성된 책의 내용이나 또 얼마나 유명한 작가인가.. 라는 문제만 가지고 그 안에서 꼭 무엇을 찾으려고 애를 쓰며 책을 보고 있지는 않은지...  

하지만, 싱클레어를 보면서 한 권의 책을 만들기 위해 이만큼이나 열정적으로 노력하며 땀 흘리는 사람들이 있구나싶은 생각에 책을 만들기 위해 고통스러운 작업으로 삶을 채우고 계실 작가분들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기사를 취재하고 좋은 글들을 뽑아 책을 만들어 가는 그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우리 주위의 소소한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로 가득한 아름다운 글들과 영화 감독의 인터뷰 내용, 또 김연아 선수로 인해 온 나라가 들썩였던 피겨 스케이팅에 관해 귀가 솔깃해질 내용이 실려 있는데 바로 명작중의 명작인 피겨 프로그램들을 소개하는 내용이 책 속의 책코너로 만나볼 수 있다. 피겨 스케이팅에 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했는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수들과 경기 이야기등..
신선하며, 재미있었고 알찬 내용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음반, 글, 그림, 사진등 멋진 문학과 만나고 싶은 그대라면...
누구든 싱클레어를 꼭 한 번 만나볼 것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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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적뒤적 끼적끼적 : 김탁환의 독서열전 - 내 영혼을 뜨겁게 한 100권의 책에 관한 기록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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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책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도 무척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수많은 책들이 넘쳐나고, 볼거리는 너무 많다. 하지만 정작 그 많은 책들 가운데 어떤 책들을 골라 읽어야만 나 자신에게 후회하지 않고, 오랜 세월이 지나 처음 읽었던 책들이 빛을 바랄 때까지...
다시 읽어도 명작이란 이야기를 하며, 가슴깊이 새길수 있는 책들을 골라 읽는 건 그리 쉬운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평생을 글을 쓰시고, 읽으셨던 많은 분들도 책을 선정하는데 곤란함을 느낄 것인가? 하물며 일반 독자들에게 쉽게 좋은 책을 고르는 눈을 갖는다는 일은 분명히 어려운 일이리라.

 

책을 좋아하고, 여러 종류의 책들을 읽는 사람들 누구나 한 번쯤은 심각한 고민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나 역시 책을 구입해서 읽은 후에 얼마나 많은 후회와 번뇌에 빠졌었던지... 아마, 이런 이유로 책에 관한 책을 더 관심있게 보게 되었을 것이란 생각도 해본다. 다른 사람들이 추천하는 책이나 독서에 관한 기록, 또 독서 방법이나 책의 취향까지...
그런데 이번엔 소설중독자 김탁환님 자신이 직접 이전에 미리 만나보았던 책들 100권을 한 번에 소개해주는 책을 알게 되었으니, 이번 김탁환님의 책을 알게 되고 두루두루 골라 읽고 싶은 충동을 감출수가 없었다. 소설가 김탁환이 아닌 일반 독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그가 남기고픈 100권의 책이야기라는 주제만으로도 이미 이 책은 충분히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판단이 내려졌던 것이다. 

 
책의 표지가 참 맘에 들었다. 그러나 뒤적뒤적 끼적끼적이라는 제목은 꼭 동네 아이들이 낙서라도 해놓은 것 마냥 그 폼새가 여간 우스운 것이 아니다. 뒤적뒤적 무언가를 찾아 보고, 끼적끼적 아주 소극적인 자세를 칭하는 말처럼 보여서 그런건지 간신히 무슨 말을 적어놓는 모습이 눈에 떠오른다. 하지만 본래의 취지는 김탁환님의 지극히 개인적인 책에 관한 기록이란 뜻으로 풀이된다.
예술과 과거로의 회상, 일상적이지 못한 일상에 관한 단상과 아름다운 시인, 그리고 본질적인 책에 관한 이야기, 사람, 미래로의 여행까지 책은 주제별로 그 내용이 나뉘어져 있고 각 주제별로 100권의 책들이 소개되고 있다.

 

이 책들 가운데 내가 읽었던 책도 있었지만 거의 대부분 처음 접해본 책들이 많았기 때문에 작가 김탁환이 아닌, 독자 김탁환이 이야기하는 낯선 책을 만나는 시간들이 그렇게 가슴설레이지 않을수 없었다. 책을 쓰는 분이라 그런걸까? 매번 그는 새로운 한 권의 책을 대할때마다 열정적이었고, 조금의 흐트러짐도 느낄 수 없었다. 여러 책 속에서 만날수 있는 다양한 인생이야기를 통해 그는 예술을 더더욱 적극적으로 대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 특별히 그가 더 애착을 갖고 있는 작품이나 작가들의 이야기는 따로 메모를 해두기도 했다.
물론, 시간이 여유로워지면 저자가 받았던 감동과 느꼈던 감정들을 뒤로 한 채, 오로지 나 혼자서도 꼭 한 번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이다.

 

책 속에서 수많은 인생들을 만나다보면, 현재까지 갖고 있었던 생각이나 고정관념등은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소개하는 책을 만나면서 내가 예전에 읽었던 책이라도 전혀 다른 시각으로 해석될 수 있음에...
다른 서평을 보면서 매번 느껴왔던 일이지만, 아직까지도 경험할 때마다 놀라울 따름이다.
또 한가지 나의 선입견을 깨트린 부분은 김탁환님만의 분위기때문에 100권의 책도 모두 그가 좋아하는 종류의 책이거나, 소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느 시대건 상관없다. 그가 읽었던 100권은 모두 제각각 다른 분야와 내용의 책들이었고, 그제서야 왜 주제별로 나누어서 10가지의 주제를 붙였는지도 이해할 수 있었다.

 

책을 읽기 전의 나는 읽은 후의 나와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책을 통해 얻은 깨달음과 책이 던진 화두를 풀기 위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것이다. (중략)
영혼이 타오르는 대로 나아가서 깨닫고 또다시 나아갈 따름이다.                                                          -김탁환-

 

무조건 다독이 좋은 것이란 잘못된 생각을 이번 기회에 조금은 무너뜨릴수 있었던 시간이 되었음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던 지난 몇 일간의 행복했던 시간을 돌이켜 본다.
다독이 좋은 것이란 생각을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책들은 제목과 저자의 이름만 생각나도 다행스러운 불상사가 생기고 있으니 이제 나도 가슴을 태웠던 책들을 만날 때마다 이렇게 오랫동안 두고 볼 수 있는 열전을 만들어 볼 생각도 든다.
어떤 방향이나 주제도 없이 그저 읽는다는 것에 치우치지 말고,
책을 읽는 본래의 의미를 되새겨 보았던 시간을 선물해주신 김탁환님께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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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셋, 지구의 끝으로 가다 - 남극대륙에서 깨달은 인생살이
고경남 지음 / 북센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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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셋, 지구의 끝으로 가다
제목만으로도 심장이 두근두근 요동을 치기 시작한다.
서른셋이란 나이는 인생이란 기나긴 여정에서 아직 무언가를 더 확실히 다져야 할 준비기간이라 보여서인지 우리에게 참 많은 편견과, 고정된 선입견을 갖게 만드는 나이이기도 하다.
저자의 나이 역시 아직 인생에서 무언가를 이루기위해 열심히 도약해야 할 중요한 시기인 서른 셋이다. 그가 홀연히 모든 생활을 뒤로 한 채, 20,000km를 자오선을 따라 지구의 끝으로 내려간 이유가 참 궁금해진다.

 

저자 고경남은 1974년 제주도 서귀포에서 태어나 서울대 의대에 입학한 후 수련을 받는 중 연극 연출과, 음악잡지에 칼럼을 기고하는 등 그의 내면에서 꿈틀대던 예술적 끼를 마음껏 발휘하며 소아과 의사를 꿈꾸던 어는 날, 삶의 좌표를 잃고 방황하다 덜컥 남극행을 결정한다. 막막한 바다와 거대한 얼음으로 둘러싸인 지구의 끝 남극 세종기지에서 의료담당으로 1년을 보내고 2007년 봄에 귀국했다.

남극에서 돌아온 후 2년이란 시간이 지났어도 그의 마음속에 남극은 분명 특별하고, 그립기만 한.. 아직 쏟아내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한 아쉬움일까?
이미 지난 가을 첫 번째 책인 '남극산책' 을 출간한 그였지만 늘 마음 한구석에 아쉬움으로 가득했다는 그의 말을 읽고 있으니 그가 가슴에 담아두었던 남극의 못다한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지기도 한다.

 

이 책에서 남극의 이야기는 크게 3단락으로 구분되어져 있다.
1부 남극의 사람, 2부 남극의 생명, 3부 남극의 풍경으로 나뉘어져 있는 책에는 생생한 사진과 그에 따른 자세한 설명이 꿈 속에서도 가보지 못했던 남극을 내게 더욱 친근한 모습으로 알려주는 데 큰 몫을 하기도 했다.

저자가 용기있게 남극행을 결심하고, 독자들이 잘 몰랐던 남극에 대해 어떤 곳이란 사실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책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1장을 읽기 시작하면서 이런 취향의 사람이 어떻게 남극을 다녀올 수 있었나...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저자는 여행이나 모험을 좋아하지 않으며, 심지어 여행 서적 같은 걸 읽어본 적도 없는 사람이었다.

언제나 안정과 정착을 원하고, 그의 인생에 모험이 끼어드는 것을 용납치 않으며 살아왔다고 이야기 하는 부분, 무언가에 도전하며 육체적으로 힘들고, 춥고, 다리 아프고... 다 질색이었다는 말은 계속해서 나를 갸우뚱하게 만들었지만 남극 세종기지 대원 모집 공고를 본 그의 반응을 보며 이건 그의 운명과도 같았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원서를 내고, 면접을 본 후 그는 덜컥 합격이라는 통보를 받고 그의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경험을 시작하게 된다.

 

세종기지에서 같이 지내게 되었던 월동대의 생활과 그들의 생각, 고민등을 읽어보면 한국에서 지내던 바와 별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놀라고 말 것이다. 하늘과 바다, 바람과 별까지 모두 얼어 있던 남극.. 제각기 다른 일을 맡은 17명의 남자가 비현실적으로 가혹한 땅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며 1년을 지낸다는 사실 자체가 꼭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세계지도에도 제대로 표시가 안 돼 있어서 생김새도 잘 모르는 보통 사람들에게 남극은 그냥 춥고, 삭막한 곳처럼 느껴진다. 남극 대륙은 유럽이나 호주보다도 넓고, 아프리카 대륙의 반이나 되는 거대한 대륙이다. 우리나라는 1988년에 세종기지를 완공함으로써 남극기지를 보유한 18번째 나라가 되었고, 아시아에서는 일본, 인도, 중국 다음으로 4번째 남극 기지 보유국이 되었다.
남극반도 끝자락에 20여 개의 섬들이 흩어져 있는데, 이 섬들을 모아서 사우스 셰틀랜드 군도라고 부른다. 세종기지는 사우스 셰틀랜드 군도의 킹 조지 섬이라는 곳에 위치해 있다.

 

여러 나라의 기지들과 한 가지 좀 독특했던 부분은 트리니티 성당이라는 러시아 정교회 성당의 모습이었는데, 전통 교회 양식을 살린 목조 건물로 남극 대륙 한 가운데 성당이 있을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던 나는 또 한 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남극에서 생활할 때에는 물은 인공호수에 고인 물을 정수해서 사용하다가, 겨울에는 호수가 얼어버리기 때문에 바닷물을 끌어다 담수화기를 이용해서 민물로 만들어 사용을 하고, 또 한국과는 12시간 시차가 있다.

북극과 차이점은 남극은 바다로 둘러싸인 대륙인 반면 북극은 대륙으로 둘러싸인 독립적인 대륙이라는 것과, 북극과 남극 중에 더 추운 곳은 바로 남극이다. 또 남극에는 육상포유류는 살지 않고, 물개나 해표, 고래같은 해양 포유류만이 서식하며, 원주민도 없고, 식물은 단 두 종류만 있다. 남극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던 이유에서 였는지 전혀 모르던 곳이라 모든 것이 생소하고 신기하기만 하다.

 

남극에 세워져 있던 이정표에 seoul 17240KM 라고 새겨졌던 사진을 보며 그 거리가 얼마만큼인지 대충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여하튼 엄청난 거리임에는 분명하다는 생각만으로 그냥 정리해둔다. 남극에 존재하는 생명체는 동물, 식물을 막론하고 그 모습 자체만으로 내 눈에는 너무 깨끗하고 순결해 보였다. 아직 정식으로 인류의 문명이 손길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곳이라 그럴까?

수천 년에 걸쳐 남극을 뒤덮은 거대한 빙하, 빙벽등 낯선 모습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빙하는 고통스럽게 균열을 만들며 바다에 도달한 후, 세포분열을 통해 수많은 유빙을 바다에 쏟아내는 생명체라는 표현에 말 그대로 살아있는 생명체로 보이기도 했다.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과 너무나 거대하고 웅장한 모습으로 나타난 남극에 대해 이 책 한 권을 읽고 난 후, 무섭고 낯설기만 했던 남극의 모습을 새롭게 알 수 있었던 나는 전혀 다른 시선을 갖고 남극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대자연의 평화로움과 아름다움..
그 모습이 너무나 웅장해서 말 문이 막힐 정도였던 거대한 빙하..
그 곳에서도 생명체들은 태어나고, 끊이지 않으며 존재하고 있었다.
남극은 나에게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나 멋진 곳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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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친 막대기
김주영 지음, 강산 그림 / 비채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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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전 인터넷서점에서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가 생각난다. 추천으로 새로운 리뷰들이 넘쳐나기 시작하고 검색순위에도 몇 날 몇 일을 상위에 링크되었던 책이라 어떤 내용의 책일지 궁금하기도 했고, 똥친 막대기라는 제목이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기 때문에 시간이 좀 지났지만 쉽게 기억해 낼 수 있었다. 또 이 책의 분야가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점에서도 꼭 한 번 읽고 싶은 충동을 느꼈고, 이런 부류의 책들은 언제 봐도 내 안에 잠재되어있던 향수를 자극하고, 복잡하고 힘든 현실에서 잠시동안이지만 벗어날 수 있도록 마음의 위안이 되주는 책인것 같아서 부담없이 읽기에도 너무 좋다.

 

똥친 막대기의 제목을 보면 글자 그대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우리 부모님 세대들이나 그 윗세대들에게 똥친 막대기는 흔한 단어였을지 몰라도 현대를 살아가는 요즘 젊은이들에겐 다소 생소한 단어일 것이다. 말 그대로 화장실에서나 사용했을 법한... 필요는 한 것이지만 아주 더럽고, 보잘것없는.. 곁에 두기에도 끔찍한 그런 이미지가 떠오른다.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었던 것인지 알고 난 후에는 더더욱 유쾌하지만은 않은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저자는 그렇게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하찮은 막대기 하나의 인생과 그 긴 여정에 관한 이야기를 책에 담아내고 있다.

 

길 위의 작가로도 불리는 똥친 막대기의 저자 김주영은 경북 청송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하룻밤을 자면 다음날의 잠자리를 예측할 수 없었다는 풍천노숙의 삶 속에서 저자는 초라하고, 버림받고 잊혀진 인물들에 초점을 맞추며 작품활동을 하기로 유명한데 똥친 막대기 역시 어미나무로부터 꺽이어 우여곡절 끝에 뿌리내릴 곳을 찾아 돌아가는 이야기이다. 자연 속 미물들을 주인공으로 한 그림소설인 이 책에서 저자는 가슴에 스며들어 쉽게 사라지지 않는 언어와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작은 양지마을에 새벽마다 화물 열차의 기관사가 엄청난 소음의 기적으로 온 마을을 들썩이는데, 버릇없고 배운 것없는 놈이라며 기관사를 나쁘게만 생각했던 마을 사람들은 그가 깊은 고요를 깨며 하루도 거르지않고 아침마다 그토록 시끄러운 기적을 울려대던 이유를 알게 된 후부터 그의 속내를 이해해주고 있다. 그 이유는 다름아닌 양지마을의 이장님이셨던 부모님께 그만의 안부를 전하는 수단이었던 것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부모님께 전화 한 통 드리기가 참 어려운 일이라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지나칠 때도 많았던 나에게 저자가 따끔히 충고를 하고 있는듯 느껴진다. 부모님께서 건강히 살아 계실 때 조그마한 방법으로라도 부모님의 마음을 기쁘게 해 드릴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효도일 것이다.

 

곧이어 양지마을 농사꾼 박씨에게 생각지도 않게 꺽여 새로운 인생을 맞게 된 막대기의 여정은 시작되고 소몰이에 사용되었던 막대기는 집에 들여져 박씨의 딸 재희가 어머니에게 꾸지람을 듣게 될 때에는 회초리의 모습으로 변한다. 처음 그 모습이 백양나무 곁가지였던 나무 막대기는 이제 처량하기 그지없는 측간의 똥친 막대기 신세로 전락해버리고 마는데... 막대기는 한 때 푸르른 나무가 되기를 꿈꾸며 맑은 하늘과 바람, 나무들이 쏟아내는 노랫소리를 들으며 행복했던 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이젠 이루어질수 없는 허망한 꿈이 되어 버리고, 한낱 똥친 막대기를 끝으로 일생을 마감할 순간을 맞게 될 생각으로 절망하고 만다.

 

하지만 박씨 집안에 모심기가 있던 날. 그 날 재희는 똥친 막대기를 들고 마을로 나가서 놀려대던 아이들에게 막대기를 휘두르며 방패막이로 사용하고 봇도랑 언저리에 던져버린다. 똥친 막대기는 더러운 오물이 가득 묻어 있었고, 메말라 가고 있던 상황에 봇도랑의 흐르는 깨끗한 물을 만나는 큰 행운을 얻기도 하지만 재희는 다시 막대기에 낚싯줄을 매달아 봇도랑의 수초에서 개구리를 낚는 낚시대로 사용한 후에 막대기를 봇도랑에 버리고 만다. 어미나무의 곁가지로 2년을 살아온 막대기는 언제나 모자람없이 햇살과 비를 맞고, 뿌리로부터 자양분을 공급받으며 살았지만 고마운 줄은 몰랐다. 하지만 여러번의 그 모습이 변하며 막대기는 어미나무의 고마움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고, 어미나무가 겪어야 했던 길고 긴 고통과 참음의 세월을 돌이켜 생각해보게 된다.

 

봇도랑에 몇 일째 비가 그치지 않아 물을 넘쳐나게 만들었고 이제 막대기는 수면위로 떠올라 물결을 따라 끝도 없이 흘러가는 방랑자 신세가 된다. 하지만 홍수에 떠내려가던 돼지의 등에 얹히게 되고 일주일 넘게 물결을 따라 흐르다 땅으로 떨어지게 되는데 이제 똥친 막대기는 기나긴 여정을 끝마치고, 마지막으로 뿌리를 내려야 할 곳에 정착해서 똑바로 서게 된다. 어미나무가 그랬던 것처럼 똥친 막대기도 모진 시련을 꿋꿋하게 견디며 튼튼한 뿌리를 내릴 것이다. 보잘것없는 막대기는 또 다른 싹을 틔우고, 수많은 바람과 햇살, 비를 맞으며 무럭무럭 커나가겠지... 아무것도 아니었던 막대기의 모험이야기는 끝이 났지만 새로운 곳에서의 정착 또한 그리 만만치는 않을 것이다. 누구나 자기 자리를 지키려면 그만큼의 댓가를 치뤄야 하고, 어려움을 극복해야만 내가 원하던 그 모습을 이루며 살아갈 수 있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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