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셋, 지구의 끝으로 가다 - 남극대륙에서 깨달은 인생살이
고경남 지음 / 북센스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서른셋, 지구의 끝으로 가다
제목만으로도 심장이 두근두근 요동을 치기 시작한다.
서른셋이란 나이는 인생이란 기나긴 여정에서 아직 무언가를 더 확실히 다져야 할 준비기간이라 보여서인지 우리에게 참 많은 편견과, 고정된 선입견을 갖게 만드는 나이이기도 하다.
저자의 나이 역시 아직 인생에서 무언가를 이루기위해 열심히 도약해야 할 중요한 시기인 서른 셋이다. 그가 홀연히 모든 생활을 뒤로 한 채, 20,000km를 자오선을 따라 지구의 끝으로 내려간 이유가 참 궁금해진다.

 

저자 고경남은 1974년 제주도 서귀포에서 태어나 서울대 의대에 입학한 후 수련을 받는 중 연극 연출과, 음악잡지에 칼럼을 기고하는 등 그의 내면에서 꿈틀대던 예술적 끼를 마음껏 발휘하며 소아과 의사를 꿈꾸던 어는 날, 삶의 좌표를 잃고 방황하다 덜컥 남극행을 결정한다. 막막한 바다와 거대한 얼음으로 둘러싸인 지구의 끝 남극 세종기지에서 의료담당으로 1년을 보내고 2007년 봄에 귀국했다.

남극에서 돌아온 후 2년이란 시간이 지났어도 그의 마음속에 남극은 분명 특별하고, 그립기만 한.. 아직 쏟아내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한 아쉬움일까?
이미 지난 가을 첫 번째 책인 '남극산책' 을 출간한 그였지만 늘 마음 한구석에 아쉬움으로 가득했다는 그의 말을 읽고 있으니 그가 가슴에 담아두었던 남극의 못다한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지기도 한다.

 

이 책에서 남극의 이야기는 크게 3단락으로 구분되어져 있다.
1부 남극의 사람, 2부 남극의 생명, 3부 남극의 풍경으로 나뉘어져 있는 책에는 생생한 사진과 그에 따른 자세한 설명이 꿈 속에서도 가보지 못했던 남극을 내게 더욱 친근한 모습으로 알려주는 데 큰 몫을 하기도 했다.

저자가 용기있게 남극행을 결심하고, 독자들이 잘 몰랐던 남극에 대해 어떤 곳이란 사실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책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1장을 읽기 시작하면서 이런 취향의 사람이 어떻게 남극을 다녀올 수 있었나...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저자는 여행이나 모험을 좋아하지 않으며, 심지어 여행 서적 같은 걸 읽어본 적도 없는 사람이었다.

언제나 안정과 정착을 원하고, 그의 인생에 모험이 끼어드는 것을 용납치 않으며 살아왔다고 이야기 하는 부분, 무언가에 도전하며 육체적으로 힘들고, 춥고, 다리 아프고... 다 질색이었다는 말은 계속해서 나를 갸우뚱하게 만들었지만 남극 세종기지 대원 모집 공고를 본 그의 반응을 보며 이건 그의 운명과도 같았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원서를 내고, 면접을 본 후 그는 덜컥 합격이라는 통보를 받고 그의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경험을 시작하게 된다.

 

세종기지에서 같이 지내게 되었던 월동대의 생활과 그들의 생각, 고민등을 읽어보면 한국에서 지내던 바와 별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놀라고 말 것이다. 하늘과 바다, 바람과 별까지 모두 얼어 있던 남극.. 제각기 다른 일을 맡은 17명의 남자가 비현실적으로 가혹한 땅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며 1년을 지낸다는 사실 자체가 꼭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세계지도에도 제대로 표시가 안 돼 있어서 생김새도 잘 모르는 보통 사람들에게 남극은 그냥 춥고, 삭막한 곳처럼 느껴진다. 남극 대륙은 유럽이나 호주보다도 넓고, 아프리카 대륙의 반이나 되는 거대한 대륙이다. 우리나라는 1988년에 세종기지를 완공함으로써 남극기지를 보유한 18번째 나라가 되었고, 아시아에서는 일본, 인도, 중국 다음으로 4번째 남극 기지 보유국이 되었다.
남극반도 끝자락에 20여 개의 섬들이 흩어져 있는데, 이 섬들을 모아서 사우스 셰틀랜드 군도라고 부른다. 세종기지는 사우스 셰틀랜드 군도의 킹 조지 섬이라는 곳에 위치해 있다.

 

여러 나라의 기지들과 한 가지 좀 독특했던 부분은 트리니티 성당이라는 러시아 정교회 성당의 모습이었는데, 전통 교회 양식을 살린 목조 건물로 남극 대륙 한 가운데 성당이 있을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던 나는 또 한 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남극에서 생활할 때에는 물은 인공호수에 고인 물을 정수해서 사용하다가, 겨울에는 호수가 얼어버리기 때문에 바닷물을 끌어다 담수화기를 이용해서 민물로 만들어 사용을 하고, 또 한국과는 12시간 시차가 있다.

북극과 차이점은 남극은 바다로 둘러싸인 대륙인 반면 북극은 대륙으로 둘러싸인 독립적인 대륙이라는 것과, 북극과 남극 중에 더 추운 곳은 바로 남극이다. 또 남극에는 육상포유류는 살지 않고, 물개나 해표, 고래같은 해양 포유류만이 서식하며, 원주민도 없고, 식물은 단 두 종류만 있다. 남극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던 이유에서 였는지 전혀 모르던 곳이라 모든 것이 생소하고 신기하기만 하다.

 

남극에 세워져 있던 이정표에 seoul 17240KM 라고 새겨졌던 사진을 보며 그 거리가 얼마만큼인지 대충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여하튼 엄청난 거리임에는 분명하다는 생각만으로 그냥 정리해둔다. 남극에 존재하는 생명체는 동물, 식물을 막론하고 그 모습 자체만으로 내 눈에는 너무 깨끗하고 순결해 보였다. 아직 정식으로 인류의 문명이 손길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곳이라 그럴까?

수천 년에 걸쳐 남극을 뒤덮은 거대한 빙하, 빙벽등 낯선 모습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빙하는 고통스럽게 균열을 만들며 바다에 도달한 후, 세포분열을 통해 수많은 유빙을 바다에 쏟아내는 생명체라는 표현에 말 그대로 살아있는 생명체로 보이기도 했다.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과 너무나 거대하고 웅장한 모습으로 나타난 남극에 대해 이 책 한 권을 읽고 난 후, 무섭고 낯설기만 했던 남극의 모습을 새롭게 알 수 있었던 나는 전혀 다른 시선을 갖고 남극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대자연의 평화로움과 아름다움..
그 모습이 너무나 웅장해서 말 문이 막힐 정도였던 거대한 빙하..
그 곳에서도 생명체들은 태어나고, 끊이지 않으며 존재하고 있었다.
남극은 나에게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나 멋진 곳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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