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고 소리, 처음 독서 습관>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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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고 소리 ㅣ 푸른숲 어린이 문학 16
문숙현 지음, 백대승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12월
평점 :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음악에 익숙한 요즘 우리 전통의 악기 소리를 듣는 일은 드물다. 길을 가다 우연히 듣은 거문고 소리, 텔레비전에 나오는 가야금 소리를 듣고 있으면 이상하게도 절로 숙연해지면서 음악소리가 가슴 깊은 구석 곳곳을 흔들어 놓는다. 오랜 세월 변하지 않는 악기의 모습처럼 묘한 매력을 지닌 것이 바로 거문고이다. [검고]는 거문고의 옛말이라고 한다. 거문고 고구려 왕산악 마치 3종세트 처럼 함께 외웠던 기억이 새롭게 떠올랐다. 내가 순간 기억이 떠올랐던 것처럼 [검고소리]라는 제목을 보면서 거문고가 만들어진 유래와 관련된 이야기가 적혀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작가는 어디에도 거문고, 고구려, 왕산악이라는 단어를 내보이지는 않는다.
음악은 정말 신비로운 존재이다.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기도 하고 때로는 상처를 입히기고 한다. 어떤 음악을 듣느냐에 따라서 감정의 변화를 느끼게 만드니 음악이야말로 우리의 삶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이며 오랜시간 함께 존재했다. 삼국사기에 기록된 거문고의 유래에 창안한 이 동화는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을 볼 수 있으며, 우리의 현실 모습을 작품속에서 느낄 수 있다.
칼과 창으로 무장을 하고 힘있는 나라 허허벌판 나라, 힘은 있지만 나라의 이름처럼 허허벌판으로 몇년째 가뭄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는 나라이다. 반면 가우리 나라는 허허벌판나라와 이웃한 나라이지만 샘에서 향기가 날 정도로 살기 좋고 평화로운 음악으로 다스려지는 나라이다. 두나라의 팽팽한 대립속에 허허벌판나라에서 가우리 나라에 도착한 사신은 악기 하나를 내놓는다. 이름은 바로 칠현금이다. 침략의 목적으로 보내진 칠현금, 음악으로 다스려지는 나라지만 처음보는 악기에 가우리나라의 악사장 해을 마저도 연주에 실패하자 나라에는 큰 위기가 닥치게 된다.
가우리 나라에 맞는 악기를 만들러 떠나는 해을은 마을에서 다루라는 소년을 만나고 몇년에 걸쳐 악기를 완성한다. 그 악기가 바로 '검고' 즉 하늘신의 악기라 칭한다. 하지만 온전한 가우리나라만의 악기는 되지 못했다. 허허벌판나라에서 만들어진 칠현금, 가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검고 둘다 자신들의 나라의 기운을 받고 만들어졌기에 그 나라가 지닌 마음과 기운이 악기에 담겨져 있어야 진정으로 하늘신으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다루의 역할로 인해 전쟁없는 평화의 기운을 이웃나라까지 전해지는 해피엔딩으로 이야기는 끝이난다.
작품을 읽는내내 묘한 분위기의 느낌을 받았다. 몽환적이고 상상속의 이야기지만 어딘가에는 꼭 존재할 것 같은 가우리나라, 왕이 부르는 노랫가락과 나무로 튕겨내는 거문고와 피리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삼국사기에 전하는 거문고의 유래에 영감을 얻었다고 하지만 음악. 소리라는 존재가 하늘과 인간 자연이 하나됨을 느끼며 남성적인 악기라 칭하는 거문고가 또 다른 느낌을 받는다. 세상을 변하게 하는 음악 마음속 깊은 울림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