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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28 다른 열정들은 다 짓밟힌다 해도 복수심만은 남는다.

P233 멀미가 나니 키도 제대로 잡을 수 없는 지경이 되었는데, 그 때 느닷없이 남쪽으로 고원이 일자로 펼처져 있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극도의 피로와 몇 시간 동안 견뎌야 했던 극심한 긴장감에 초주검이 된 내게 갑자기 찾아온 삶에 대한 확신 덕분에 심장 가득 뜨거운 환희가 넘쳤고, 눈에서는 눈물이 솟구쳤다. 우리 감정이란 얼마나 변덕스러우며, 이 참담한 불행의 극한에서 끝내 놓지 못하는 목숨에 대한 애착이란 얼마나 기이한 것인가?

P287 굳이 특별히 탁월한 자질 때문에 생겨난 사람이 아니더라도 어린 시절의 벗들은 늘 우리 마음을 끌어당기는 어떤 힘이 있는데, 그건 나중에 사귄 친구들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자질이지요. 어린 시절의 벗들은 우리가 아이였을 때의 성정을 알고 있어요. 훗날 아무리 변하더라도 완전히 지울 수 없는 본성이지요.

P292 오! 남자답게 행동하십시오. 아니, 남자 이상의 존재가 되십시오. 확고하게 목표를 다지고 반석처럼 튼튼히 버티십시오. 얼음은 여러분의 심장과는 재질이 다릅니다. 얼음은 변하기 쉬우니, 의지만 품는다면 결코 여러분을 이겨낼 수 없습니다.

P295 열정적인 광기로 이성을 잃은 상태에서 나는 이성적인 존재를 창조했으니, 내 능력이 닿는 한 행복과 복지를 보장했어야 했습니다. 그게 제 의무였어요. 그러나 이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이 있었습니다. 동포 인류에 대한 의무가 내게는 더 중요한 관심사였습니다. 훨씬 많은 사람들의 행복과 불행이 달려 있으니까요. 이런 관점에서 처음 창조한 괴물이 동반자를 창조해달라고 했던 요구를 거절했고, 그 거절은 정당했습니다. 놈은 비길 데 없는 악의와 이기심을 보여주었습니다. 내 친구들을 살해했습니다. 비범한 감각, 행복, 그리고 지혜를 지닌 존재들을 파괴하는 데 매진했습니다. 이 복수심의 갈증이 어디서 끝날지 저도 모릅니다. 그 자신이 불행한 존재이니, 또 다른 이를 불행하게 만들 수 없다면 죽어야 할 것 입니다.

P296 안녕히 윌턴! 평온함에서 행복을 찾고 야심을 피하세요

P299 내 심장은 사랑과 연민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졌다. 볼행이 심장을 쥐어짜 죄악과 증오를 품게 만들었을 때, 당신이 상상도 할 수 없는 고문같은 아픔없이는 그 지독한 변화를 견뎌낼 수 없었다. (monster 가 윌턴에게 하는 말 중에서)

P301 내가 저지른 끔찍한 짓들을 하나씩 돌이켜 보면, 한 때 숭고하고 투명한 미와 위풍당당한 선의 비전으로 사고가 충만했던 존재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그러나 사실이다. 타락한 천사가 사악한 악마가 되는 법이다. 하지만 심지어 신과 인간의 원수에게 조차 외로움을 함께 할 친구와 동료가 있다. 나는 철처히 혼자다. – 중략 – 여전히 사랑과 우정을 갈구했지만 계속 거절당했다. 그런데 이것이 부당하지 않은가? 전 인류가 내게 죄를 지었는데 나만 유일한 범죄자라는 멍에를 써야 하는가? 어째서 당신은 자기 친구를 경멸하며 문간에서 몰아낼 펠릭스를 미워하지 않는가? 어째서 자기 아이를 구해 준 은인을 죽이려 했던 시골 사람을 비난하지 않는가? 아니, 이 사람들은 덕스럽고 흠없는 존재들이겠지! 불행하고 버려진 내가 추물이니, 당연히 면박당하고 발길에 차이고 짓밟혀 마땅하겠지. 심지어 지금도 이런 불의를 생각하면 피가 끓어온른다.

P303 나를 존재하게 만든 이는 죽었다. -중략 – 몇 년전, 이 세계가 담은 심상들이 처음 내게 열렸을 때, 여름의 명랑한 온기를 느끼고 바스락거리는 잎사귀와 지저귀는 새 소리를 들었을 때, 그리고 내게 이들이 전부였을 때는 죽기 싫어 흐느꼈을 텐데. 죽음은 이제 내게 남은 유일한 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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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32 나는 네 피조물이고, 우리는 둘 중 하나가 죽음을 맞지 않는 한 끊을 수 없는 유대로 얽혀 있다. 당신은 나를 죽이려 하겠지. 감히 당신이 이렇게 생명을 갖고 놀았다 말인가? 나에 대한 당신의 의무를 다하라. 그러면 나도 당신과 너머지 인간들에 대한 의무를 다하겠다. -중략- 삶이 고뇌의 연속에 불과하더라도, 내게는 소중한 것이니 지킬 생각이다.

P133 내 말을 믿어라. 프랑켄슈타인, 나는 선했고, 내 영혼은 사랑과 박애로 빛났다. 하지만 나는 외롭지 않은가? 참담하게 고독하지 않은가? 내 조물주인 당신이 나를 증오하는데 하물며 내게 아무것도 빚진 바 없는 당신의 동포들은 어떻겠는가? 나를 상대도 하지 않고 증오할 뿐이다.

P150 빈곤과 궁핍 속에서도 펠릭스는 눈 덮인 땅 밑에서 처음 고개를 내민 작고 하얀 꽃송이를 기쁜 마음으로 누이에게 따다 주었다. 그리고 이른 아침 동생이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에 우유짜는 우리까지 가는 길에 쌓인 눈을 깨끗이 치우고, 우물에서 물을 길어다 놓고, 별채에서 땔감을 가지고 들어오곤 했다.

P194 인간이 나를 동정하지 않는데 내가 왜 인간을 동정해야 하는지 말해달라. -중략- 인간이 나를 경멸로 대하는 데 내가 인간을 존중해야 하는가? -중략- 사랑을 불러일으킬 수 없다면 공포의 근원이 될테다.

P197 어떤 유대도 사랑도 가질 수 없다면, 내 몫은 오로지 증오와 악뿐이다.

P207 그러나 내가 창조한 괴물의 노예로 살아가는 내내 나는 순간의 충동에 따라 행동을 결정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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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4
메리 셸리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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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63 생명의 원인을 고찰하기 위해 우리는 먼저 죽음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법이다.

P68 완벽한 인간은 차분하고 평온한 마음을 유지해야 하고, 정념이나 찰나의 욕망에 휘둘려 마음의 평정을 깨드려서는 안 된다. 지식의 추가가 이 법칙의 예외가 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지금 매진하고 있는 공부가 사랑하는 마음을 약하게 하고 어떤 연금술로도 합성할 수 없는 소박한 즐거움을 아끼는 취향을 망가뜨리려 한다면, 그 공부는 분명 불법적이며 인간의 정신에 맞지 않는 것이다.

P87 클레르발도 놀란 기색이 역력했지만 비밀을 캐묻는 법이 없었다. -중략- 다른 사람에게 세세한 사연을 털어놓으면 오히려 기억 속에 더 깊이 새겨질까 두려웠다.

P90 참으로 훌륭한 친구! 충심으로 사랑을 베풀며 내 정신을 자신과 같은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얼마나 애써주었던가. -중략- 행복을 찾아 무생물인 자연에서도 비할데 없는 기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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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3 저는 친구가 하나도 없습니다. 마거릿 누님. 성공에 대한 열의로 뜨겁거 달아오를 때 환희에 동참해 줄 이도 없고, 실망감에 시달릴 때 쓰러지지 않게 붙들어줄 사람도 없습니다.

P50 이런 것들이 열일곱나이에 내가 이룩한 업적들이었으니, 다양한 글을 배우고 익히는 데 시간을 온전히 바쳤을을 짐작할 수 있으리라

P51 우리는 서로 상대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을 전혀 품지 않았다. 우리 사이에서 명령조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만으로 상대의 아주 작은 바람에도 모두가 순순히 응해주었다.

P54 사랑하는 그 눈의 밝은 빛이 영원히 꺼져버렸고, 그토록 친숙한 우리 귀에 너무나 익숙한 목소리가 숨이 죽어 영영 들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실감하기까지, 이런 것들이 첫날의 기억이다.

P62 다른 학문에서는 선배 연구자들이 도달한 곳 이상은 가지 못한다. 더 이상 알아야 할 것이 없다. 하지만 과학적 탐구에는 발견하고 찾아낼 거리가 항상 존재한다. 어느 정도 능력을 갖춘 정신이라면, 한 가지 학문에 세심하게 천착할 때 예외없이 그 분야의 대가가 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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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79 국제 구호 단체들은 이런 "폭탄 한 번에 빵 한 번" 정책을 격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중략- 그러나 식량 살포조건은 땅에 지뢰가 매설되어 있지 않은 지역이라야 하고, -중략- 아프가니스탄은 앙골라와 더불어 세계에서 지뢰가 가장 많이 묻혀 있는 땅이다. -중략- 폭격하는 군대가 인도적인 도움까지 자청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P180 소리없이 매일 많은 사람을 죽이는 기아에 대한 범세계적인 투쟁이 어려운 것은 또한 세계은행, 세계무역기구, 국제통화기금의 무차별적인 신자유주의 정책 때문이다. 흑인들의 예를 들어보자. 많은 부채를 안은 나라의 유일한 수출 품목은 가축들이다. 흑인 농부들과 뮤목민들은 수백만 마리의 낙타, 소, 양, 염소 들을 가지고 있다 미네랄을 함유한 토양 덕분에 서아프리키의 가축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적 독트린에 충실하게 국제통화기금은 ‘국립수의사국’을 민영화할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이제 거의 아무도 레바논 상인들이나 다국적 제약회사가 파는 혈청, 비타민, 구충제 등의 높은 의약품 가격을 지불할 수 없다. 그리하여 가축을 기르는 농가들이 몰락하고 있다.

P181 오늘날 두 개의 발전모델이 "대립"하고 있다. 하나는 ‘워싱턴 합의’ 이고 다른 하나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인권이다. ‘워싱턴 합의’는 1970 ~ 1990년에 월스트리트의 은행가들과 미 재무부 및 국제금융 조직 사이에 맺어진 비공식적 신사협정이다. 이 합의는 세계 어느 곳에서나 어느 시대에서나 적용될 수 있는 네 가지 원칙을 내용으로 한다. 바로 민영화, 규제철폐, 거시경제 안정, 예산 감축이 그것이다. ‘합의’는 자본시장의 완전한 자유화를 방해하는 모든 규범적, 국가적 혹은 비국가적 장애물들을 제거하고자 한다.

P183 희망은 새롭게 탄생할 전지구적인 민간단체에 있다. 사회운동, 비정부조직, (다국적 자본과 그 과두제에 저항하는) 노조들의 세계적인 연대만이 ‘워싱턴 합의’와 인권사이의 대립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 기아와의 투쟁은 이런 대립을 끝낼 수 있는가에 그 성패가 달려 있다.

P191 그렇게 신자유주의가 각광을 받게 된 배경에는 1970년대에 세계 국가들이 겪은 석유파동, 스태그플레이션, 실업난 등 경제의 전반적 악조건이 작용하였다. -중략- 경제위기의 원인을 케인즈주의 경제 정책 탓으로 돌리면서 그 대안으로서 신자유주의 (ex. 데처리즘, 레이거노믹스) 를 제창하여 급부상한 것이다. 한편으로는 위기상황에서 유효한 역할을 못하는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진데다가 각종 규제들 때문에 경제가 활성화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커졌다. -중략- ‘규제완화’ , ’세금축소’ , ’공기업 민영화’ , ’노동시장 유연화’ , ’복지정책 축소’ 등 신자유주의 조치들은 자본가들의 환영과 지지를 받았다.

P193 세계화의 흐름에 이론적 무기로 작용하는 것이 바로 신자유주의이다. 국가의 관리로 존재하는 모든 국경들을 허물고 전 세계를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하여 오직 시장 기능만이 모든 경제활동과 삶을 밑받침하게 한다는 논리가 성립하게 된 것이다.

*신자유주의 장점: a. 부의 창출에 유리 b. 경제주체간 기능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c. 성취욕을 자극하여 일의 성과를 높일 수 있다.
단점: a 처음부터 가진 사람과 없는 사람의 경쟁할 수 있는 조건이 다른데 알아서 하라는 것은 불합리하다 b. 양극화의 심화 (20%의 혜택을 위해 80%의 사람들을 소외시키고 희생시킨다는 이야기다. 자본가들의 자유를 위한 이데올로기가 되어버리는 것) c. 모든 삶에서 물질만능주의를 부추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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